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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29권, 연산 4년 4월 30일 을미 1번째기사 1498년 명 홍치(弘治) 11년

어세겸이 한나라 영제의 일을 논하고 엄중엄이 월산 대군 재궁에서의 불사에 대해 논하다

왕이 경연(經筵)에 납시어 강했는데, ‘한(漢)나라 영제(靈帝)진번(陳蕃)·이응(李膺) 등 여러 사람을 죽이다.’라는 대문에 이르니, 영사(領事) 어세겸(魚世謙)이 아뢰기를,

"도(道)가 있는 세상은 군자가 위태한 말과 격한 논(論)으로 그 임금을 간하여도 임금이 좇지 않은 일이 없으나, 도가 없는 세상은 군자가 비록 구(救)하려 해도 말이 입에서 나가면 화가 따르기 때문에 기미를 보아서 일어나야 합니다. 이응의 도당이 천하의 쇠하고 어지러운 때를 당하여 구설(口舌)로써 구제하려고 하다가 마침내 그 몸을 보존하지 못하였습니다. 만약 당시 임금이 말을 들어주고 꾀를 써주어 소인을 배척했다면 천하가 어찌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렀겠습니까.

영제가 그다지 어두운 임금도 아닌데 내시들만 친하고 믿어, 성인 군자들이 용납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마침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임금은 오직 소인을 제거하기에 힘들 따름입니다. 대저 역사를 읽으면 마땅히 그 뜻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그 뜻을 찾지 못한다면 읽어도 유익이 없사오니, 원컨대 이에 잠심하여 감계(鑑戒)를 삼으소서. 또 뭇 군자가 하나의 소인을 이기지 못합니다. 군자는 정직한 언론으로 임금을 도로써 인도하기 때문에 임금이 반드시 꺼리는 마음이 있지만, 소인은 감언(甘言)으로 그 마음을 현혹시키므로 마침내는 위망에 이르게 되옵니다."

하고, 사경(司經) 성중엄(成重淹)이 아뢰기를,

"지금 4월 8일에 사족(士族)의 부녀들이 월산 대군(月山大君)의 재궁(齋宮)에 모여들어 밤을 새워 관등(觀燈)을 하고, 승니(僧尼)들과 같이 거처하니 더러운 풍속이 이보다 심할 수 없습니다. 또 대군의 집이 불사(佛寺)와 연접했으므로 부인이 승려들을 인솔하고 출입함이 절제가 없으며, 또 금을 녹여 부어 천당(天堂)과 지옥(地獄)의 형상을 만들어 요사스럽고 허망한 일을 하고 있사오니, 청컨대 불사를 철거하고 부인의 왕래를 금단하옵소서."

하니, 왕은 이르기를,

"대군의 부인을 범인으로 대접할 수 없다."

하였다. 중엄은 아뢰기를,

"궁금(宮禁)의 안에는 의복을 달리한 사람은 출입할 수 없는 것인데, 신은 보건대 밝은 낮에 중들이 승정원(承政院) 문 밖에 와서 선자(扇子)를 진상하오니, 매우 불가합니다."

하니, 왕은 이르기를,

"성종 때에도 또한 금지하지 않았으며, 또 진상하기 위해서 출입하는데 무엇이 해롭겠느냐."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29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310 면
  • 【분류】
    재정-진상(進上) / 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 / 신분-양반(兩班)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사상-불교(佛敎)

    ○乙未/御經筵。 講至 靈帝陳蕃李膺諸人, 領事魚世謙曰: "有道之世, 君子以危言、激論諫其君, 而君無不從。 無道之世, 則君子雖欲救之, 言出於口, 而禍已隨之, 故見幾而作。 李膺之徒, 當天下衰亂之時, 欲以口舌救之, 而終不能保其身。 若使時君, 言聽計從, 而斥小人, 則天下豈至於亂乎? 靈帝不甚昏暗, 親信宦官, 而正人、君子不得容, 故終至於此, 人君惟務去小人而已。 大抵讀史, 當紬繹其旨, 若不尋其旨, 讀之無益。 願潛心於此, 以爲鑑戒。 且衆君子不能勝一小人。 君子則正言、直論, 引君當道, 故人君必有忌憚之心, 而小人之甘言, 得以惑其心, 終至於危亂。" 司經成重淹曰: "今四月八日, 士族婦女坌集月山大君齋宮, 經宿觀燈, 與僧尼雜處, 汚穢風俗, 莫甚於此。 且大君之第, 與佛寺接連, 夫人率尼屬, 出入無節。 又鑄金爲天堂地獄之象, 以爲邪誕之事, 請撤去佛寺, 禁夫人往來。" 王曰: "大君夫人, 不可待以凡人。" 重淹曰: "宮禁之內, 非異服之人所得出入。 臣見明日緇髡之徒詣政院門外進扇, 甚不可, 請禁之。" 王曰: "成宗朝亦且不禁, 且爲進上, 出入何害?"


    • 【태백산사고본】 8책 29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310 면
    • 【분류】
      재정-진상(進上) / 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 / 신분-양반(兩班)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