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에서 특진관 이극균 등이 경기 지역의 진상의 폐단 등에 대해 논하다
상참(常參) 조계(朝啓)를 받고 경연에 납시었다. 왕이 묻기를,
"순제(順帝)가 동상(東床)에 노좌(露坐)016) 하여 비를 빌던 것을 주거(周擧)는 무익한 일이라 하였다. 옛날의 제왕이 지성으로 비를 빌어서 비를 얻은 자도 있으니, 주거의 이 말이 어떻다고 생각하느냐?"
하매, 특진관(特進官) 이극균(李克均)은 아뢰기를,
"주거의 말은 하늘을 실덕(實德)으로써 응해야 하고 허문(虛文)으로써 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하고, 참찬관(參贊官) 김수동(金壽童)이 아뢰기를,
"주거의 이 말이 옳습니다. 한갓 허문만을 일삼고, 실덕으로써 하지 않는 것을 무익하다 말합니다. 마땅히 성탕(成湯)이 6가지 일로써 자책하듯이 한 뒤에야 마침내 하늘을 감격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고, 이극균(李克均)은 아뢰기를,
"경기(京畿)는 지역이 좁고 백성이 가난하온데, 연례(年例)의 진상(進上) 이외에 별도의 진상이 많습니다 손순효(孫舜孝)가 감사(監司)가 되어 대연(大宴)을 한 번 설행하고 윤계겸(尹繼謙)이 또한 소연(小宴)을 한 번 설행하여, 경기의 백성이 폐해를 너무도 심하게 받았습니다. 대저 아들이 부모를 봉양하는 심정이야 의당 이르지 않은 바가 없어야 합니다. 지금 주물(晝物)017) 은 실로 삼전(三殿)을 봉야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러나 기한을 정해 놓지 않고서 그때그때 갑자기 조정하기 때문에 백성이 능히 자력으로 준비하지 못하고 월리(月利)로 빚을 얻어 시장에서 사가지고 간신히 준비해서 진상합니다. 그러면 월 이자를 징수하는 자가 따라서 독촉하므로 가산을 다 털어서 보상하게 되니, 신의 생각으로는 작은 것 한 차례야 비록 폐할 수 없을지라도 큰 것 한 차례만은 감하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또 한 달 내에 진상할 주물(晝物)은 날수를 미리 정하여 유시를 내리시는 것이 편의할 것입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금후의 주물은 2, 3일 앞서 유시하는 것이 옳다."
하였다. 정언(正言) 곽종번(郭宗蕃)이 아뢰기를,
"전하께서는 마땅히 잘못된 정사를 힘써 제거하여 천변(天變)에 순응하셔야 할 것이온데, 하교하시기를, ‘이러한 사람들은 마땅히 경사가 있을 때 등용해야 한다.’ 하셨으니, 그렇다면 경사는 소인을 등용하는 기회라는 말이옵니까? 뒤에 사왕(嗣王)께서 역시 전례라 하여 본을 받는다면 지금 이 경사가 어찌 만세의 화를 터잡은 단서가 되지 않으오리까."
하였으나, 왕이 답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8책 29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304 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역사-고사(故事) / 정론-간쟁(諫諍) / 재정-진상(進上) / 인사-관리(管理)
○庚申/受常參、朝啓, 御經筵。 王問曰: "順帝露坐東廂禱雨, 周擧以爲無益。 古之帝王, 有以至誠求雨, 而得雨者, 周擧此言何如?" 特進官李克均曰: "周擧此言, 謂應天以實, 不以文也。" 參贊官金壽童曰: "周擧此言是矣。 徒事虛文, 而不以實德, 是謂無益也。 當如成湯以六事自責, 然後乃可格天也。" 李克均曰: "圻甸地狹、民貧, 而年例進上之外, 多有別進上。 孫舜孝爲監司, 設大宴一次, 尹繼謙亦設小宴一次, 圻甸之民受弊已甚。 大抵人子養親之情, 宜無所不至。 今者晝物實爲奉養三殿, 而然不立期限, 臨時卒定, 故百姓不能自備, 稱貸月利, 轉買於市, 艱備以進。 徵月利者, 從而督之, 罄家産以償。 臣意, 小宴一次雖不可廢, 大宴一次則量減何如? 且一朔之內, 進晝物日數預定, 下諭爲便。" 傳曰: "今後晝物前期二三日下諭可也。" 正言郭宗蕃曰: "殿下當務去疵政, 以應天變, 而敎曰: ‘此等人當於慶事用之。’ 然則慶事爲用小人之機會耶? 後嗣王亦以爲例而効之, 則今此慶事, 豈非萬世基禍之端乎?" 不答。
- 【태백산사고본】 8책 29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304 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역사-고사(故事) / 정론-간쟁(諫諍) / 재정-진상(進上)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