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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28권, 연산 3년 10월 24일 임진 1번째기사 1497년 명 홍치(弘治) 10년

교서관 부정자 손세옹이 불교 배척에 관하여 상소하다

교서관 부정자(校書館副正字) 손세옹(孫世雍)이 상소하기를,

"신이 향실(香室)에 입직(入直)하다가 선왕(先王)께서 기신재(忌晨齋)를 올린 의궤(儀軌)가 있음을 보았사온대, 그 기신재를 올리는 소문(疏文)을 쓰는 것이 바로 신의 직책이라서 기신재 올리는 폐단을 자상히 알았으므로 심중의 소회를 피력하옵니다.

불씨(佛氏)의 해(害)에 대하여는 한유(韓愈)의 한 표문(表文)에 다 설명되었으니, 신은 혀끝을 놀려서 장황하게 떠들 것이 없사옵니다만, 대저 국가에서 이 재(齋)를 정성들여 올린 것은, 전혀 조선(祖先)이 지하에서 고통을 받지 않고 낙(樂)을 받으시게 하자는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 불정(佛庭)에서 욕을 당하는 것이 또한 심합니다. 먼저 부처를 공양하고 다음으로 중을 밥 먹이고 이에 선왕의 신위(神位)를 판(版)에 써서 절문의 바깥뜰 아래로 내려 모시어 그 판을 목욕시켜서 부처에게 절을 드리는 형상을 짓게 하니, 그 욕됨이 심하옵니다. 그렇다면 그 명명(冥冥)한 복을 받기 위해서 소소(昭昭)한 욕을 당하는 것을 버리지 않아야 합니까.

그들이 말하는 상중당 보시(上中堂布施)라는 것은 바로 중의 무릎을 싸는 작은 치마이며 중의 발을 싸는 가는 버선이온데, 이것이 다 궁위(宮闈)의 안에서 나와서 요사한 중들의 몸뚱이에 얹쳐지니 또한 통심(痛心)한 일이 아닙니까. 당당한 한 나라 군주로서 생전에 온갖 귀신의 주가 되어, 우리 땅에 의탁하여 살고 있는 자는 모두 우러러 의탁하게 하였사온데, 유명(幽明)이 다름이 없거늘, 어찌 도리어 서이(西夷)의 제귀(諸鬼)에게 의탁하여 그 제귀가 먹다 남은 것을 흠향한 후라야 소위 천당(天堂)의 즐거움을 누리게 된단 말씀입니까. 스스로 소고(昭告)의 축(祝)과 서품(庶品)의 천(薦)이 있으니 사시(四時) 삭망(朔望)에 어김만 없다면 족히 대대로 길이 누리시고 우리 후손을 복되게 하실 수 있는데, 어찌 불법(佛法)을 말하고 영가(靈駕)617) 를 부른 뒤에야 그 복을 영원히 누리고 우리 자손을 보호한단 말입니까. 이는 특별히 반불(飯佛)·재승(齋僧)을 위하는 계책이옵지, 결코 봉선(奉先)하기 위한 생각은 아닙니다. 만약 이른바 찬물에 신주를 목욕시켜 제불(諸佛)에 절시키는 형상을 전하의 눈으로 한 번만 보시오면 한심스럽게 여기심이 반드시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소문(疏文) 내에 일컫는 해탈문(解脫門)·도솔천(兜率天)·미타국(彌陁國)·극락당(極樂堂)·금강수(金剛樹)·보타산(寶陀山)이란 것들은 정확히 어느 곳에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올라가고 노닐 수 있는지 알 수 없사옵니다. 진실로 있다면 이른바 부처라는 것은 반드시 형적(形跡)을 감추고 항상 그 곳에서 집을 두고 살 터인데, 어느 겨를에 소상(塑像)을 이루어 인간에 내려와 의탁해서 차수(叉手)618) 하고 길이 앉아 한 가지 일도 세상에 증험될 만한 것이 없게 하고 있겠습니까. 이 술책은 허무(虛無)한 자의 탈바꿈이거늘, 그 술법을 혹독히 믿어서 문득 그 형적을 소사(疏詞)의 가운데에 나타냈으니, 이것은 소를 지은 자가 아첨한 것입니다.

그 소에 말하기를, ‘우러러 묘한 구원을 비나이다.’ 하였는데, 신은 모르겠습니다만, 저 소불(塑佛)이 무슨 힘이 있어서 우리 선왕을 구원하겠습니까. 또 말하기를, ‘유익함을 얻는 것이 어찌 더디옵니까?’ 하였는데, 신은 모르겠습니다만, 저 소불(塑佛)이 무슨 술(術)이 있어서 우리 선왕을 유익하게 하오리까. 또 말하기를, ‘제불(諸佛)과 더불어 노실 것입니다.’ 하였는데, 신은 모르겠습니다만, 저 소불이 무슨 깨달음이 있어서 우리 선왕과 노닐 수 있으리까. 또 말하기를, ‘보살과 손을 잡으실 것입니다.’ 하였는데, 신은 모르겠습니다만, 저 보살이 대체 무슨 물건이기에 우리 선왕과 손을 잡는단 말입니까. 이는 모두 다 소를 지은 자가 아첨한 것입니다.

신은 눈으로 본 날부터 마음이 낚시에 걸린 고기와 같사온데, 더구나 감히 붓을 잡고 종이에 임해서 차마 그 소(疏)를 쓸 수가 있으리까. 신이 차라리 광직(曠職)한 죄를 받아 주륙(誅戮)을 달게 받을지언정 차마 이 소장을 쓰지 못하겠습니다. 부처가 과연 사람에게 화를 주고 복을 주는 권한이 있다면 옛날에 배척한 것이 공자(孔子)만한 이가 없었건만 오히려 천만세를 혈식(血食) 하는데도, 이단(異端)이 능히 우리 공자에게 화를 주지 못했으며, 옛날에 아첨하여 섬기기는 양(梁)나라 무제(武帝)만한 이가 없었건만 오히려 대성(臺城)에서 굶주려 죽는데도 부처가 능히 구원하지 못했으니, 부처가 사람에게 화를 주고 복을 주는 권한이 없다는 것을 증험할 수 있는 것이 이러하다면 선왕의 선가(仙駕)가 부처의 힘을 입지 않고 뛰어오르신 것을 역시 볼 수 있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선왕이 뜰에서 목욕하시는 모욕을 생각하시와 천복(薦福)을 위해 건도(虔禱)하는 재(齋)를 혁파하시면 전하께서 선왕의 욕을 씻으심이 많을 뿐 아니라, 우리 도(道)를 만세에 부익(扶翼)하심이 어찌 이만저만이겠습니까.

전하께서 만약 ‘조종(祖宗)의 법을 경솔히 고친다는 것이 불가하다.’ 말씀하신다면 신의 의혹은 더욱 더합니다. 그것이 도가 아닐 것 같으면 어찌 3년을 기다리겠습니까.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인습의 폐단에서 벗어나 법연(法筵)의 설비를 완전히 개혁하여 삼대(三代) 이전에 생기지 않았던 요불(妖佛)을 버리시면, 삼대 이전의 일월(日月)이 반드시 환하게 오늘의 세대를 다시 밝힐 것입니다."

하였다. 소장을 아뢰니 왕은 묻기를,

"세옹(世雍)은 누구의 아들이냐?"

하니, 승정원이 아뢰기를,

"전 양산 군수(梁山郡守) 손상장(孫尙長)의 아들이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28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291 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 / 사상-불교(佛敎)

  • [註 617]
    영가(靈駕) : 불교에서 혼령을 극락으로 가게 하기 위해 혼령을 부르는 것을 이름.
  • [註 618]
    차수(叉手) : 두 손을 마주 잡음.

○壬辰/校書館副正字孫世雍上疏曰:

臣入直香室, 見其有先王(忌晨)〔忌辰〕 齋儀軌, 其寫設齋疏文, 是臣所職, 審知(忌晨)〔忌辰〕 設齋之弊, 瀝情以陳。 佛氏之害, 韓愈一表盡矣, 臣不須鼓舌䌤縷也。 大抵國家所以虔設此齋者, 專爲祖先去苦受樂於地下爾, 然其受辱於佛庭亦甚。 先供佛、次飯僧, 於是書先王神位於版, 屈致於寺門外庭之下, 沐浴其版, 使之爲拜佛之狀, 其辱甚矣。 然則其可要冥冥之福, 而不去夫昭昭之辱乎? 其曰上中堂布施者, 乃裹僧膝小裙也, 裹僧足細襪也。 斯皆出自宮闈之內, 而加諸妖髡之身, 不亦痛心耶? 堂堂國君, 生爲百神之主, 使諸托吾土居者, 咸仰而依之矣。 幽明不異, 豈可反托於西夷之諸鬼, 而紆歆於諸鬼之餘供然後, 享所謂天堂樂耶? 自有昭告之祝、庶品之薦, 四時、朔望之不違, 而足以世世永享, 而福我後也。 豈可賴於談空、唱駕之禱, 然後以永其享, 而保我子孫耶? 此特爲飯佛、齋僧者計耳, 斷非爲奉先慮也。 若使所謂沐慈冷拜諸佛之狀, 得一經重瞳, 則其軫聖心之寒, 必不可測也。 其疏中所稱, 曰解脫門, 曰兜率天, 曰彌陁國, 曰極樂堂, 曰金剛樹, 曰寶陁山者, 不知的在何許, 而有可登可遊之途耶? 信有之則所謂佛者, 必秘形、屛迹, 恒家于其處, 何暇假塑成形, 下托人寰, 叉手長坐, 無一事可驗於世耶? 是術虛無者所幻也, 酷信其術, 輒形其迹於疏詞之中, 是作疏者之諂也。 其疏曰: "仰祈妙援。" 臣不知彼塑佛有何力, 可援我先王耶? 又曰: "饒益奚遲?" 臣不知彼塑佛有何術, 可益我先王耶。 又曰: "與諸佛逍遙。" 臣不知彼塑佛有何悟, 可與我先王遊耶。 又曰: "與菩薩携手。" 臣不知彼菩薩顧何物, 可與我先王携手耶。 是皆作疏者之諂也, 聖上何知焉? 臣自目覩之日, 心若中鉤之魚, 況敢秉筆臨紙, 忍書其疏耶? 臣寧坐曠職, 誅戮是甘, 不忍書此疏也。 果有禍人福人之權乎? 古之排斥者, 莫孔子若也, 尙血食於千萬世, 而異端不能禍我孔子。 古之諂事者, 莫 若也。 尙餓死於臺城, 而不能救, 則之無禍人福人之權可驗也。 其可驗如是, 則先王之駕, 不賴乎力, 而超昇之, 亦可見矣。 伏望念先王庭浴之辱, 革薦福虔禱之齋, 則殿下雪先王之辱多矣, 而扶翼吾道於萬世, 奚啻萬萬? 殿下若曰: "祖宗之法, 不可輕改。" 則臣惑滋甚。 如其非道, 何待三年? 伏願殿下, 勿泥於因循之弊, 頓革法筵之設, 去三(伏)〔代〕 以前不生之妖佛, 則三代以前之日月, 必炳炳復明於今之世矣。

疏奏, 王問: "世雍誰之子?" 承政院啓: "前梁山郡守孫尙長之子也。"


  • 【태백산사고본】 8책 28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291 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