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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27권, 연산 3년 9월 24일 임술 3번째기사 1497년 명 홍치(弘治) 10년

윤필상 등이 황해도 괴질의 방역책에 대해 논하다

윤필상(尹弼商)·정문형(鄭文炯)·한치형(韓致亨)·이극돈(李克墩)·성준(成俊)이 의논드리기를,

"서도(西道)의 여질(癘疾)을 소멸할 계책은, 성종(成宗)께서 이미 상세히 강구(講究)하여 특별히 의원(醫員) 두 사람을 황해도에 보내어 증세에 따라 치료하게 하셨는데도 그 후에 효과가 없었으니, 만약 구원하는 약이 정당했다면 어찌 그 효과가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그때에 폐단이 있다고 여겨서 파하였으니, 지금 다시 번복할 수가 없습니다. 신 등의 생각으로는 급히 심약(審藥)을 선택해서 보내되, 유수(留守)는 본부(本府)에 영을 내리고, 관찰사(觀察使)는 각 고을에 사람을 시켜, 거리의 멀고 가까움을 계산해서 모두 모이는 날짜를 정하여, 의생(醫生)으로 약방문을 아는 자를 모아 심약(審藥)으로 하여금 구호(救護)하는 방법을 가르친 다음에, 여러 고을로 나누어 보내고, 또 심약으로 하여금 순행하여 치료하게 해서, 그 효과를 나타낸 자에게는 상을 주고, 구료(救療)를 삼가하지 않은 자에게는 죄를 과(科)하며, 수령(守令)으로서 검거(檢擧)를 삼가히 않은 자도 아울러 엄중히 따지게 하는 것이 어떠 하옵니까?"

하고, 박건(朴楗)·박안성(朴安性)·이세좌(李世佐)·노공필(盧公弼)이 의논드리기를,

"개성부(開城府)의 여질(癘疾)은 별다른 구원할 만한 방책이 없습니다. 조종조(祖宗朝)에서 특별히 명의(名醫)를 황해도에 보냈었고 또 모든 약을 준비하여 그로써 구호(救護)하게 하였으니, 지금도 그 예에 의하여 훌륭한 의원을 선택해서 제반의 약을 주어 보내 구호하게 한 다음 효과를 나타낸 자에게는 상을 주고 사망자를 많이 낸 자에게는 벌을 주도록 하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하고, 박숭질(朴崇質)·이육(李陸)·조익정(趙益貞)·허침(許琛)·정석견(鄭錫堅)이 의논드리기를,

"세상에 전해 오는 말이 홍건적(紅巾賊)의 난리에 군사가 극성(棘城)553) 에서 패한 뒤 황주(黃州)·봉성(鳳城)의 여귀(癘鬼)가 되어 점점 젖어들어 개성(開城) 등지에까지 이르렀다 하옵니다. 이 말이 비록 괴이하고 황당한 것 같지만 그러나 천하의 이치가 무궁한지라, 어찌 꼭 그렇지 않다고 하겠습니까. 조종조(祖宗朝)에서 단(壇)을 만들어 제(祭)를 지내고 의원(醫員)을 보내어 치료하게 한 것이 다 이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에 소멸시키는 길은 오직 물품을 정결히 장만하고 조심성 있는 자급 높은 관원을 선택하여 정성스럽게 치제(致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邪)는 정(正)을 이기지 못하옵고, 요(妖)는 덕(德)을 이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성경(誠敬)으로 마음을 가지시고 덕과 예로써 다스림을 이룩하여 화기(和氣)가 사방에 흡족하면 자연히 백성들이 요사(夭死)를 않을 것이니, 어찌 사기(邪氣)가 그 사이를 침범할 수 있으리까."

하니, 전교하기를,

"이와 같이 의논을 한다면 수의를 어떻게 하겠느냐. 후에 마땅히 다시 의논해야 하겠다. 또 박숭질(朴崇質) 등의 논의에, 조심성 있는 인원을 선택하여 깨끗하고 정성스럽게 치제(致祭)하게 하라 하였으니, 이는 사명을 받은 자가 성경(誠敬)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국가에서 사람을 보내면서 어찌 성경을 다하지 말라고 하겠느냐. 또 성경으로써 마음을 가지면 자연히 ‘백성들이 요사(夭死)하는 일이 없다고 하였는데, 이 논법은 심히 진부(陳腐)하다. 비록 요(堯)·순(舜)일지라도 그 귀신에게는 어찌하겠느냐."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27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280 면
  • 【분류】
    보건(保健)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의약-의학(醫學)

  • [註 553]
    극성(棘城) : 평북 희천(熙川)과 초산(楚山) 사이의 고개.

尹弼商鄭文炯韓致亨李克墩成俊議: "西路癘疾消弭之策, 成宗已詳講究, 別遣二醫于黃海道, 隨證治療, 而無後效。 若能救藥實當, 則豈無其效? 然其時以爲有弊而罷之, 今不可復。 臣等意, 擇遣審藥, 留守令於本府, 觀察使於各官, 量道里遠近, 定都會, 聚醫生解方書者, 使審藥敎誨救治之術, 分送諸邑, 又使審藥巡行治療。 其有效者論賞, 不謹救療者科罪, 守令不謹撿擧者, 竝重論何如?" 朴楗朴安性李世佐盧公弼議: "開城府癘疾, 無他可救之方。 祖宗朝別遣名醫于黃海道, 且備諸藥以救治。 今依此例, 擇遣良醫, 給諸般藥救治, 有效者賞之, 多致死亡者罰之何如?" 朴崇質李陸趙益貞許琛鄭錫堅議: "世傳紅寇之亂, 軍敗於棘城, 遂爲之癘, 浸淫至於開城等處。 此言雖若怪誕, 然天下之理無窮, 安知其必不然也? 祖宗朝設壇致祭, 遣醫治療, 皆以此也。 今消弭之道, 唯當精潔物品, 擇操心秩高人員, 潔誠致祭。 然邪不勝正, 妖不勝德, 殿下以誠敬爲心, 以德禮致治, 和氣旁洽, 則自然民無夭札, 豈有邪氣間其間乎?" 傳曰: "如此議之, 則何如收議乎? 後當更議。 且朴崇質等議云: ‘擇操心人員, 潔誠致祭。’ 是奉使者不盡誠敬也。 國家遣人, 豈使之不誠敬也? 又云: ‘以誠敬爲心, 則自然民無夭札。’ 此論甚腐朽。 雖其於鬼神何?"


  • 【태백산사고본】 8책 27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280 면
  • 【분류】
    보건(保健)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의약-의학(醫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