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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22권, 연산 3년 3월 12일 갑인 4번째기사 1497년 명 홍치(弘治) 10년

하직하는 순변사 이계동에 교서를 내리다

순변사 이계동(李季仝)이 하직하니 교서를 내리기를,

"하늘이 백성을 내매 욕심이 있는지라, 주인이 없으면 어지러우므로 스승과 관원을 두어서 서로 살고 서로 기르는 도를 가르치니, 대개 각기 그 천성과 생명을 온전히 하려는 것뿐이다. 만일 재물로 하여 사람을 죽이고 가엾게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있다면, 큰 것은 병기로 죽이고, 작은 것은 형벌을 주어 다스리기를 강경히 하는 것은 부득이한 일이다. 하찮은 섬 오랑캐도 역시 하늘이 낸 백성이라, 우리 땅에 와서 붙어 살면서 우리의 부름(賦稟)을 먹고 자라며 번식해 온 지가 지금 백년이 되었다. 품어서 키운 은혜가 우리 백성보다 더하였으니, 어찌 일시동인(一視同仁) 뿐이겠느냐.

그런데도 저들의 표한(剽悍)한 성품은 종자를 땅에 던진 것 같아 호남·영남 사이에서 때때로 도적질을 하니, 생명을 경히 여겨 죽음을 잊고 이익을 탐내어 의(義)를 저버림이 심하도다. 이것은 의(義)에 순하는 것이 큰 이(利)가 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사는 길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널리 포용하는 도량을 가져 범행을 교계하지 않고, 이따금 도주(島主)153) 에게 효유할 뿐, 드러내 놓고 처단하는 일은 역시 까마득하게 없었다. 그래서 그 사나움을 키우고 탐욕을 마음대로 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어찌 천성이겠느냐. 욕심이 있고 주인이 없는 데서 온 것이니 어찌 가엾지 않느냐. 지금 도둑이 전라도 녹도(鹿島)에 와서 우리 수군 30여 인을 죽이고 만호(萬戶)를 죽이기까지 하니, 그 독학(毒虐)의 참혹함이 근래에 없는 일이라, 나의 큰 노여움이 그대로 말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남쪽 지방은 승평에 젖은 관계로 변장이 혹 적격자가 아니고 비어(備禦)에 계책이 없기 때문에 작은 오랑캐가 그 틈을 타고, 개·쥐 같은 무리가 계책을 얻었다고 스스로 여겨, 도서(島嶼) 간에서 배회하여 은복하고 있으니 도서가 그 거점이다. 그러므로 장수를 보내어 수색하려고 방비를 정돈하게 하는데, 조정 의논이 경을 추천하니, 내 마음으로 작정을 하였다.

경은 무(武)가 넉넉히 국가의 위엄을 선양하고 문이 넉넉히 고금의 사변을 통달하니, 반드시 동작마다 기요(機要)에 합하여 완전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경에게 병부(兵符)를 주어, 가서 전라도 해상을 순행하게 하노니, 병마 수군 절도사를 불러 다 경의 지휘를 받게 하고, 굳센 군사를 조발(調發)하여 적이 다니는 여러 섬을 끝까지 탐핵하여 곧 쳐부수고 소굴을 뒤엎어 적을 포획 섬멸하라. 다만 기회에 맞추어 솥 속의 고기로 구차히 사는 것을 뉘우치고, 도마 위의 고기로 끝내 난도질을 당하게 되면, 거의 이해에 밝고 화복을 아는 자는 소식을 듣고 그 부하를 경계하여 절대로 문정(門庭)을 노리지 못하게 할 것이니, 역시 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만일 각진(各鎭)·각포(各浦)의 수령이나 만호가 비어(備禦)에 소루하다든가, 군졸·기계가 법대로 하지 않은 것이 있으면 모두 살펴 조사하며, 경의 절도(節度)를 어기는 자는 절도사라 할지라도 역시 용서하지 않으니, 경의 임의대로 처치하라 아아! 더러워진 것도 받아 들이고, 병든 것도 감추어 큰 도량이 강이나 바다처럼 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포학한 것을 없애고 잔혹한 것을 제거하여, 흉한 무리들로 하여금 바람과 우레처럼 신속하게 소탕한다는 것은 좀 알게 해야 하겠으니, 가서 너의 공적에 힘쓰고 나의 말을 폐하지 말지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22권 6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201 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왕실-국왕(國王) / 외교-왜(倭) / 군사-군정(軍政)

○巡邊使李季仝拜辭, 其敎書曰:

惟天生民, 有欲無主乃亂。 立之師牧, 敎之以相生相養之道, 蓋欲各全其性命而已。 其有殺越人于貨, 愍不畏死者, 大則以兵, 小則以刑, 鋤治强梗, 非得已也。 蕞爾島夷, 亦天民爾。 寄生我土地, 仰食我賦廩, 滋養蕃息, 百年于玆矣。 (卯)〔卵〕 育之恩, 過於吾民, 豈直一視同仁而已哉? 彼其剽悍之性, 如種投地, 湖、嶺之間時猶竊發, 其輕生忘死, 嗜利忘義, 甚矣固不知順義之爲大利也, 畏死之爲可生也。 我國有包荒之量, 犯不與較, 往往諭及島主, 而顯戮之驗, 亦邈乎無有, 遂至於長其桀驁, 肆其貪頑, 是豈天性然耶? 由有欲而無主, 豈不哀哉? 今者寇至全羅道 鹿島, 戕殺我舟軍, 凡三十餘人, 至殺萬戶, 其毒虐之慘, 近代所無。 予之赫怒, 有不容已者矣。 亦由南方狃於昇平, 邊將或非其人, 備禦無藝, 小醜得以乘其隙焉。 狗鼠之輩, 自以爲得計, 遲回隱伏於島嶼之間, 固其所也。 故欲遣將搜討, 仍令整頓隄備, 廷議推卿, 簡在予心。 卿武足以揚國家威靈, 文足以達古今事變, 必能動合機要, 處之萬全。 特付卿兵符, 往巡全羅海, 徼兵馬、水軍節度使, 咸聽卿指授, 調發勁卒, 賊路諸島, 窮探直搗, 飜倒窟穴, 擒捕殲殪。 但趁機宜, 使鼎中之魚, 悔其偸生; 机上之肉, 終於糜爛, 庶幾有能明利害、知禍福者, 聞而戒飭其下, 截然門庭之莫窺, 不亦快乎? 若其諸鎭、諸浦守令萬戶, 備禦踈虞, 軍卒、器械有不如法者, 一皆按驗, 有違卿節度者, 雖節度使, 亦在不饒, 任卿處置。 於戲! 納汚藏疾, 雖大度, 本如江海之包容, 去暴、除殘, 使凶徒少知風霆之迅掃, 往懋乃績, 毋替予言。


  • 【태백산사고본】 6책 22권 6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201 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왕실-국왕(國王) / 외교-왜(倭) / 군사-군정(軍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