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조숙기가 성종 대왕의 대상재를 행하는 것이 옳지 않음을 서계하다
예조 판서 성현(成俔)과 참의(參議) 조숙기(曺淑沂) 등이 서계(書啓)하기를,
"전교를 받아보니, 즉 이달 24일 성종 대왕 기신(忌辰)에 대상재(大祥齋)를 거행한다 하는데, 신 등이 반복하여 이를 생각하니 마음 아픈 일입니다. 성종께서는 불도(佛道)가 허망한 것을 알아 축수재(祝壽齋)를 파하고, 사람들에게 승첩(僧牒)을 주어 중이 되게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공씨(孔氏)의 도를 존숭하여 정치 교화가 아름답고 밝았으니, 참으로 우리 동방에서 일찍이 없었던 성군(聖君)이었습니다. 전하께서 보위(寶位)를 계승하니 중외에서 유신의 정치를 생각하고 바라는데, 거듭 전례를 어기어 가시며 49재(齋)를 마련하고 또 기년에는 소상재(小祥齋)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때 대간과 시종들이 그것이 그르다고 항쟁 변론하였지만, 그 청을 받아 들이지 않았으며, 지금 또 명하여 대상재를 마련하도록 명하였습니다. 신 등의 의견으로는, 사찰(寺刹)에 귀의(歸依)하는 것은 선왕을 욕되게 하는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기신재는 전례를 따른 것일 뿐이지만 만일 대상재를 마련하다면, 부처를 공양하고 중을 밥 먹이는 일이 기신재보다 배나 되어, 해사의 당상관은 각 기관[各司]을 맡아서 마련하고 중들을 모아들이게 될 것이니 어찌 보고 듣기에 해괴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전하께서 근일 공도(孔道)를 진흥하고 석교(釋敎)를 쇠하게 한다고 중외에 유시를 내리니, 진신 사류(搢紳士流)가 서로 더불어 기뻐 하례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전교를 들으니 사기(士氣)가 여지없이 쓸쓸해졌습니다. 이래서 신 등이 강력히 말씀드리며 번거롭게 아뢰는 바이니 삼사(三思)를 유념하기 바랍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공씨의 도를 존숭하고 석씨의 교를 쇠하게 한다 하였지만 이것은 대상재를 두고 한 말이 아니다. 점차로 쇠하게 하여야 하겠지만 재를 올리는 것이라면, 기신과 대상이 무슨 다름이 있는가. 진부한 말이구나."
하였다. 성현이 승지에게 말하여, 왕명을 받아 전하여[承傳] 주기를 청하자, 승지가 대답하기를,
"이미 친히 상교를 받았는데 어찌 다시 이어받아 전하겠는가."
하였다. 대개 성현의 본가는 원래 불교를 숭상하였으니, 전날의 49재는 성현이 계품(啓稟)하여 나온 것이 아니라고는 꼭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여기서 다시 승전을 청한 것은 대론(臺論)을 두려워하여 재를 마련하는 것이 위의 전지에서 나온 것이요 예관(禮官)의 의사가 아니었음을 밝히려한 것이다. 성현 등이 나간 다음에 승지 강귀손(姜龜孫)이 웃으며 말하기를,
"오늘의 논간(論諫)이 전일의 계품을 속죄할 것인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20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172 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상-불교(佛敎)
伏承傳敎, 今月二十四日成宗大王(忌晨)〔忌辰〕 , 行大祥齋。 臣等反覆思之, 有恫于懷。 成宗知佛道虛妄, 罷祝壽齋; 不許度人爲僧, 尊崇孔氏之道, 治敎休明, 眞東方未有之聖主也。 殿下繼承寶位, 中外想望惟新之治, 而重違舊例, 設七七齋, 又於期年, 設小祥齋。 其時臺諫、侍從抗論其非, 而不得其請, 今又命設大祥齋, 臣等以爲, 歸依寺刹, 辱先王一也。 然(忌晨)〔忌辰〕 齋只循舊例而已, 設大祥齋, 則供佛、飯僧倍於(忌晨)〔忌辰〕 , 該司堂上掌設, 各司坌集寺門, 豈不有駭觀聽? 殿下於近日以興孔道、衰釋敎下諭中外, 縉紳之流相與喜賀, 而今聞此敎, 則士氣索然無餘, 此臣等所以强聒瀆啓也, 願留三思
。 傳曰: "雖云崇孔氏之道, 衰釋氏之敎, 非指大祥齋而言也。 當漸次衰去之, 若齋則(忌晨)〔忌辰〕 、大祥何間之有? 腐哉言乎!" 俔因語承旨, 請承傳, 承旨答曰: "旣親承上敎, 何更承傳?" 蓋俔家本崇釋敎, 前日七七齋, 未必非出於俔之啓稟也。 今請更承傳者, 特畏臺論, 欲明設齋出於上旨, 而非禮官之意也。 俔等旣出, 承旨姜龜孫笑曰: "今日之論諫, 足以贖前日之啓稟乎。"
- 【태백산사고본】 5책 20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172 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