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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20권, 연산 2년 12월 2일 을해 2번째기사 1496년 명 홍치(弘治) 9년

홍문관 부제학 김수동 등이 경연 폐지, 병풍 그림 등의 일로 상차하다

홍문관 부제학 김수동(金壽童) 등이 상차(上箚)하기를,

"신 등이 듣사온즉, 부열(傅說)460)고종(高宗)에게 경계하여 말하기를, ‘옛 교훈을 배우면 얻음이 있습니다.’ 했고, 또 말하기를, ‘마침과 처음을 생각하며 학문에 주력하면 그 덕이 닦아짐을 깨닫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즉 성덕(聖德)을 비익(裨益)하고 치도(治道)를 강구함이, 경연(經筵)을 열고 어진 선비를 면접하는 것만 같음이 없습니다. 근자에 성체(聖體)가 불편하여 오래도록 경연을 폐지하니, 성학(聖學)이 아직 광명[緝熙]한 데까지 이르지 못하였는데 신심(宸心)461) 이 혹시라도 진기한 놀음[玩好]에 옮겨질까 하옵니다. 공장(工匠)을 불러 모아 병풍을 장식 제조하고 또 화사(畫史)를 시켜 세화(歲畫)462) 를 더 많이 그린다고 하는데, 신 등은 이 말을 듣고 놀람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병풍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 담당 관청[有司]에 분부할 것이지 궁궐 안[禁內]에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세화나 완상품과 같은 물건은 평상시에도 쓸데없는 것인데 더구나 상중에 그 수효를 늘릴 수 있겠습니까. 이런 것은 모두 다스리는 도에 이익이 없고, 성덕에 손상이 되는 것입니다. 원컨대 전하께서 완상물에 마음을 어지럽히지 마시고, 학문을 강구하는 데에 마음을 가다듬도록 힘쓴다면 이만 다행이 없겠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병풍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세화를 더 만드는 것도 물건을 완성하기 위해서가 아니요 반사(頒賜)하려 한 것이다. 만일 완상하기 위해서였다면 어찌 반드시 세화로 할 것이냐. 차자에 이르기를, ‘성학이 아직 광명한 데까지 이르지 못하였다.’고 하였는데, 난들 어찌 종묘 사직의 중함을 생각하지 않겠느냐. 다만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경연에 나가지 않은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20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167 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예술-미술(美術)

  • [註 460]
    부열(傅說) : 고대 중국 은(殷)나라의 어진 신하.
  • [註 461]
    신심(宸心) : 임금의 마음.
  • [註 462]
    세화(歲畫) : 신년에 반포하는 그림.

○弘文館副提學金壽童等上箚曰:

臣等聞, 傅說戒于高宗曰: "學于古訓乃有獲。" 又曰 "念終始典于學, 厥德修罔覺。" 則裨益聖德, 講究治道, 莫若開經筵, 而接賢士也, 近者, 聖體違豫, 久廢經筵, 聖學未至於緝熙。 宸心或移於玩好, 召集工匠, 粧造屛風, 又令畫史, 增摹歲畫。 臣等聞之, 不勝駭愕。 屛風若出於不得已, 當付之有司, 不必作於禁內。 歲畫戲玩之具, 在常時猶無用, 況於喪中, 而可增數乎? 此皆無益於治道, 而有損於聖德者也。 願殿下勿喪志於玩物, 而務遜志於講學, 不勝幸甚。

傳曰: "屛風非爲繪畫也, 增歲畫亦非玩物也, 欲頒賜耳。 若欲玩物, 豈必以歲畫也? 箚云: ‘聖學未至於緝熙。’ 予亦豈不計宗廟社稷之重耶? 但以未寧, 故不御經筵耳。"


  • 【태백산사고본】 5책 20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167 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예술-미술(美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