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 경연에 참석 못하고 있음을 승정원에 알리다
어서를 승정원에게 내리기를,
"옛사람이 이르기를, ‘오래 편안하게 지내면 교만과 안일이 생기기 쉽다.’ 하였고, 《서경(書經)》에는 이르기를, ‘군자는 안일함이 없다.’ 하였다. 근일 내가 마침 불편하여 오래도록 경연(經筵)을 정지하였으며, 궁중에 있는 날은 많고 선비를 접하는 때는 드물어, 당시로는 정치에 손해가 될 뿐만 아니라, 실로 후세의 비난이 되겠다. 내가 매우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진다. 그러나 한 가지 병이 좀 나으면 한 가지 병이 또 생겨, 누워서 앓은 것은 아니지만 기운이 흐리고 곤하며, 식사는 전보다 줄지 않았지만 잠을 편안히 자지 못한다. 의원이 진맥하여도 약이 도무지 효험이 없어서 약을 중지하고 조리하였는데, 정원과 홍문관(弘文館)은 나의 증세를 모두 알라. 조금 나으면 하루에 세 번은 못하더라도 아침 경연 후에는 수시로 소대(召對)하려 한다. 진서산(眞西山)이 이르기를, ‘야대(夜對)가 유익하다.’는 것은 역시 무리가 아니겠는가."
하였는데, 승지 등이 아뢰기를,
"지금 어서를 보오니 상체(上體)가 조금 편안치 못하신 것 같은데, 어찌 감히 무리하여 납시게 할 것입니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8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154 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下御書于承政院曰:
古人云: "安養旣久, 則驕逸易生。" 《書》曰: "君子所其無逸。" 近日予適違和, 久停經筵, 居宮之日多, 接士之時罕, 非徒當時害損於政, 實爲後世所譏, 予甚慙赧。 然一疾向歇, 一疾又生。 雖非臥痛, 氣運沈困, 食不前減, 寢不穩眠。 醫雖診脈, 藥無一效, 停藥調理。 政院與弘文館, 悉知予證, 暫少有歇, 則雖未爲三時, 朝經筵後, 無時召對。 眞西山云: "夜對之益, 不亦强乎?"
承旨等啓: "今觀御書, 若上體稍有未平, 何敢强御?"
- 【태백산사고본】 5책 18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15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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