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연산군일기 18권, 연산 2년 10월 19일 임진 2번째기사 1496년 명 홍치(弘治) 9년

김수동 등이 입묘의 일 등을 상소하다

홍문관 부제학 김수동(金壽童) 등이 상소하기를,

"신 등이 삼가 전지(傳旨)를 보건대, ‘인사가 아래서 잘못되면 천변이 위에서 응하는 것이니, 재해와 이변이 생김은 어찌 그럴 만한 이유가 없겠습니까. 그 연유를 캐어보면 책임이 내몸에 있다.’ 하시었습니다. 신 등이 여기서, 전하께서 하늘과 사람이 서로 함께 하는 데에 조심하시며 경계하고 두려워하심이 깊고 간절함을 볼 수 있습니다. 눈이 오지 않을 늦가을에 싸락눈과 눈이 함께 내리고, 뇌성이 치지 않을 초겨울에 뇌성치고 우박이 내리니, 이것은 《춘추(春秋)》에도 조심스럽게 쓴 것이요, 시인(詩人)이 기롱한 것인데, 지금 이렇게 견고(譴告)하니, 이것이 어찌 하늘의 마음이 전하를 사랑하시어, 더욱 힘쓰고 더욱 수성(修省)하시어 태평 무강(無彊)의 아름다움을 이루려 함이 아니겠습니까. 신 등이 들으니, 황천(皇天)이 물(物)을 감동시킴에는 거짓으로 동(動)하지 않고, 재변이 사람에 응하는 데는 자기 자신을 책함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하늘에 응하는 데는 진실로써 하고 꾸밈으로 하지 않으며, 사람을 동하는 데는 행동으로써 하고 말로 하지 않는다 합니다. 지금 전하께서 재변을 만나 두려워하시며, 전지를 내리어 도움을 구하는 사연의 말씀이 간절 측은하시니, 하늘을 공경하고 자신을 책망하는 뜻이 말의 표면에 넘쳐서 글과 말에서 구한다면 지극하다 하겠습니다마는, 사실과 행동에서 책하기를 한다면 미진한 점도 있습니다.

전하께서 대간에게 대우를 비록 융숭히 하고 〈의견을〉 채납하신 것도 많기는 하지만, 입묘(立廟)의 한 가지 일은 가리워지고 막힘이 이미 심하여, 스스로의 의견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말을 좇지 못하십니다. 말을 간절히 하면 이르시기를, ‘대신이 헌의(獻議)한 것이다.’ 하시고, 간쟁(諫諍)하기를 힘있게 하면 또 핑계하여 이르시기를, ‘앞으로 다시 의논해야겠다.’ 하시면서 세월을 보내는 동안에 사당 공역이 다 이루어지게 되었는데도, 성과 신으로 대하지 않고 그대로 적당히 막으시면서, 반드시 유교를 배반하고 공론을 버리려고 하시니, 신 등이 그윽이 의혹됩니다. 토목의 역(役)은 평시에 있어서도 오히려 일으키기를 어렵게 여기는 것인데, 하물며 국휼(國恤) 중에 급거히 대궐 안 전우(殿宇)를 헐어 일신하게 하느라, 토목의 운반이 궁궐 뜰로 밀려 드니, 우차의 떠들썩하고 왁자지껄한 소리가 듣기에 해괴합니다 또 구전(舊殿)은 성종이 계시던 곳으로서 전하께서는 일찍이 이곳에서 슬하(膝下)의 즐거움을 받들었으며, 반찬과 취침을 보살피고 묻던 것이 모두 이 곳에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제(喪制)가 아직 끝나지 않아 수라 때나 앉아서나 사모하는 마음이 바야흐로 간절한데, 어찌 차마 다 뜯어서 고치겠습니까. 옛사람은 어버이의 방이 불타도 곡 하였는데, 하물며 철거할 수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이미 정지할 것을 윤허하시고서 지금 다시 더욱 급히 하시니, 신 등은 그윽이 의혹됩니다.

내시의 화는 옛사람이 경계한 바인데, 근일 고자들이 연달아 죄로 파면되었습니다. 송아지나 마른 돼지가 진실로 제어할 바이지만, 노회(老獪)는 아직도 버려 두고 묻지 않으시니, 제멋대로 아뢰는 버릇을 처음 사찰의 소금으로 시험하였으나 큰 죄책이 없으므로, 정사에 간여하는 간계를 다시 역노(驛奴)의 일에 드러냈으며, 그러고도 조금도 돌아보거나 기탄이 없으니, 조정을 업신여기고 성총(聖聰)을 기만함이 심합니다. 전하의 위엄이 어린 내시를 처단하는 데에는 능하지만, 늙은 간신을 막는 데에는 더디니, 심히 제왕으로서 악함을 제거하고 근본을 힘쓰는 뜻이 아닙니다. 경연(經筵)은 배우기 위하여 설치한 것이 아니라, 날마다 경사 대부(卿士大夫)와 더불어 고금 일을 따지고 치도를 강마(講磨)하여 장차 덕성을 함양하고 성학(聖學)을 광명히 해서 정치하는 근본을 깨끗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여러번 철따라 미령하심을 이기시어 강연(講筵)에 나오신 지 수일에 문득 다시 정파(停罷)하니, 경연에 납시는 날은 적고, 내시를 친근하시는 때는 많습니다. 이것이, 옛사람이 노망 멸렬(鹵莽滅裂)383) 하다고 비유하고, 한 번 볕에 쪼이고서 열 번 차진다고 경계한 것입니다. 어찌 제왕의 집희(緝熙)하고 때로 힘쓰는 학문이겠습니까. 신 등이 들으니 유향(劉向)384) 의 말에 이르기를, ‘조정이 화목하면 정과 뜻이 서로 믿음직스러워, 하늘이 위에서 응하여 여러 가지 상서가 함께 이르고, 조정이 화목하지 못하면 정과 뜻이 막히고 격리되어 백 가지 괴변이 겹처 나타나는 것은, 천지의 상경(常經)이요, 고금의 통리(通理)다.’ 하였습니다. 지금 조정에서 대간은 공론(公論)을 가지는데 재상은 사의(私議)를 고집하여 다투어 서로 시비하고, 전하는 또 여기에 좇아 사정을 따르고 공론을 폐지하니, 조정이 과연 화목할 수 있으며, 정과 뜻이 과연 미쁠 수 있겠습니까. 상천이 이변을 보이는 것이 괴이할 것이 없습니다. 홍범(洪範)385) 에는 오행(五行)의 득실로 모든 징조의 아름답고 어그러짐을 삼았으니, 비록 어떤 일이 잘못되어서 어떤 어그러진 조짐이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재변이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전하께서 잘못하신 일이 위에서 말한 것보다 큰 것은 없사오니, 마땅히 몸에 돌이켜서 허물을 반성하시며 전의 허물을 고쳐서, 인정에 순하고 천심에 합함을 구하여야 할 것인데도, 고사(故事)만을 따라 뜬 사연과 늦추는 말로 신료에게 분부를 내리시니, 신 등은 전하의 하늘을 응하심이 진실이라고 할 만한 것인지, 사람을 감동함이 행할 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런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허식을 물리치고 실덕(實德)만을 힘쓰시며 대간의 말을 채납하고 궁궐 역사를 파하며 부지런히 경연에 납시고 내시를 억제하여, 사람을 움직이는 행동을 하시고 하늘에 응하는 실지를 삼는다면 이만 다행함이 있겠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경연은 전번에 감기로 하여 정지하였고, 지금 또 후설(喉舌)의 통증으로 하여 비위(脾胃)가 상하였기 때문에 아직 나가지 못하였다. 입묘에 대하여는 이미 다 말하였으니 결단코 들어 줄 수 없다. 대내(大內)가 모두 이미 기울어서 위태롭기 때문에 수리하는 것이다. 하물며 지금 이미 다 철거하였으니 수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너희들이 말하기를, ‘대간은 공론을 주장하는데 재상은 사사 의논을 고집한다.’ 하였는데, 대신이 어찌 모두 사사 의논을 가지고 말하겠는가. 너희들의 말이 그릇된 것이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8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152 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사(宗社) / 왕실-궁관(宮官) / 왕실-경연(經筵) / 건설-건축(建築) / 재정-역(役)

  • [註 383]
    노망 멸렬(鹵莽滅裂) : 소루하고 흩어진 것.
  • [註 384]
    유향(劉向) : 중국 한(漢)나라의 문인.
  • [註 385]
    홍범(洪範) : 《서경(書經)》의 한 편명. 기자가 무왕에게 주었다는 중국 고대의 정치 도덕을 내용으로 한 것.

○弘文館副提學金壽童等上疏曰:

臣等伏覩傳旨: "人事失於下, 則天變應於上。 災異之作, 豈無自而然歟? 究厥所由, 責在寡躬。" 臣等有以見殿下致謹於天人之相與, 戒懼之深切也。 季秋之節, 雪不當降, 而霰雪俱下; 純陰之月, 雷不當發, 而雷雹交作, 此《春秋》之所謹書, 詩人之所譏刺, 而譴告若玆, 豈非天心仁愛殿下, 使益礪增修, 以啓夫太平無(彊)〔疆〕 之休也歟? 臣等聞, 皇天感物, 不爲僞動, 災變應人, 要在責己。 故應天以實, 不以文; 動人以行, 不以言。 今殿下遇災而懼, 下旨求助, 辭語懇惻, 其敬天、責己之意溢於言表, 求之於文於言, 則可謂至矣, 而責之於實於行, 則抑有所未至焉。 殿下之於臺諫, 待遇雖隆, 採納亦多, 而立廟一事, 蔽錮已甚, 不能舍己以從人。 言之切則曰: "大臣獻議也。" 諍之力則又諉之曰: "將更議也。" 羈縻歲月, 廟役垂成, 不以誠信相與, 而猶以姑息禦之, 必欲背遺敎、棄公論, 臣等竊惑焉。 土木之役, 在平時猶重興作, 況於國恤之中, 遽撤大內殿宇, 而一新之。 土木之輸, 闌入禁庭, 牛車塡咽, 呼邪之聲, 已駭觀聽。 且舊殿乃成宗所居, 殿下嘗奉膝下之歡, 視膳、問寢皆於斯焉, 而諒闇之制未闋, 羹墻之慕方切, 豈忍盡撤而改之? 古人於先人之室, 焚之猶哭, 況可撤乎? 殿下已許休停, 今復轉亟, 臣等竊惑焉。 宦寺之禍, 古人所戒。 近日閹竪連被罪罷, 童牛羸豕, 固所當制, 而老奸巨猾, 猶置不問。 擅啓之術, 初試於寺鹽, 而無大咎責; 干政之計, 再逞於驛奴, 而不小顧忌。 其蔑朝廷、瞞聖聰甚矣。 殿下之威, 能斷於小竪, 而遲回於老奸, 甚非帝王除惡、務本之意。 經筵不特爲章句設也。 日與卿士大夫, 商確今古, 講劘治道, 將以涵養德性, 光明聖學, 以澄出治之本, 而殿下屢違節宣, 御講才數日, 輒復停罷, 御經筵之日少, 親宦寺之時多。 此古人所以鹵莽滅裂之喩, 一曝十寒之戒也, 豈帝王緝熙、時敏之學乎? 臣等聞, 劉向之言曰: "朝廷得其和, 則情志交孚, 而天應於上, 衆祥竝至; 朝廷不和, 則情志否隔, 百怪疊見。" 天地之常經, 古今之通理也。 今朝廷之上, 臺諫持公論, 宰相執私議, 爭相是非, 而殿下又從而徇私廢公, 朝廷果得和, 情志果得孚乎? 無怪乎上天之示異也。 《洪範》以五行之得失爲庶徵之休咎, 雖不可謂某事失, 而某咎徵應之, 然災之不虛作必矣。 殿下之過擧, 無大於上所云, 當反躬省咎, 思所以改前之過, 以求夫順人情、合天心, 而徒循故事, 乃以浮辭、緩語, 下勑臣僚, 臣等未知殿下之應天可謂以實乎, 動人可謂以行乎? 伏願殿下, 斥去虛文, 專務實德, 納臺諫之言, 罷宮闕之役, 勤御經筵, 抑制宦寺, 以爲動人之行, 以爲應天之實, 不勝幸甚。

傳曰: "經筵曩因感冒停之, 今又喉舌痛患, 脾胃失和, 故未御耳。 立廟已盡言之, 斷不可聽也。 大內皆已傾危, 故修之耳。 況今已盡撤去, 不可不修也。 且爾等云: ‘臺諫持公論, 宰相執私議。’ 大臣豈皆挾私議而言乎? 爾等之言錯矣。"


  • 【태백산사고본】 5책 18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152 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사(宗社) / 왕실-궁관(宮官) / 왕실-경연(經筵) / 건설-건축(建築) / 재정-역(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