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간원이 강형을 복직시키도록 차자를 올리다
사간원이 차자를 올리기를,
"우(禹)가 순(舜)에게 경계하기를, ‘임금이 능히 어려운 줄을 알면 임금 노릇하는 것이요, 신하가 능히 어렵게 여기면 신하 노릇하는 것이다.’하였습니다. 임금이 만약 임금 노릇하기 어려운 줄 알면 신하에게 구언(求言)하지 않을 수 없고, 신하가 만약 신하 노릇 하기 어려운 줄 안다면 임금에게 할 말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신하가 할 말을 다하고 임금이 바른말 듣기를 즐겨하는 것이 국가가 편안하게 되는 기본이니, 공자의 이른바 한 마디 말로써 나라를 흥(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를 두고 한 말입니다. 임금이 구중 궁궐(九重宮闕)에 깊이 앉아서 두루 보고 듣지 못함이 있으므로, 대간을 두어 이목(耳目)의 관(官)으로 삼아 언책(言責)을 맡겼으니, 그들이 할 말을 다하여 숨기지 않는 것이 곧 그 직책입니다. 비록 뜻에 거슬리더라도 또한 포용하여 간쟁(諫爭)하도록 해야 할 것인데, 더구나 강형의 논한 바는 나라의 중한 일에 관계되는 것인데, 전하께서 어찌 문득 체직시켜서 말을 다하지 못하게 하십니까. 앞으로는 전하께서 자신의 잘못한 것과 조정 정사의 잘못됨을 들으시려고 날마다 타이르실지라도 모두 강형을 경계삼아, 누가 감히 임금의 위엄에 대항하여 할 말을 다하겠습니까. 충성된 말이 위로 통하지 못하면, 나랏일이 날로 그릇되어 실로 위태하고 망하는 기틀에 관계되니, 매우 종묘 사직의 복이 못 됩니다. 형(詗)을 복직시켜서 진언(進言)하는 길을 넓히고 곧은 선비의 기운을 더하게 하소서."
하였으나, 듣지 않고, 이계남(李季男) 등에게 전교하기를,
"경들이 간원과 홍문관을 두려워하고, 임금의 명령을 두려워하지 않아서 되겠는가."
하니, 계남 등이 다시 아뢰기를,
"신들이 사간원과 홍문관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본부(本府)는 백관을 규찰(糾察)하는 곳인데, 도리어 남의 논박하는 바가 되었으니, 취직하기 미안하므로 감히 사피하는 것입니다."
하였다. 승정원에 어서(御書)를 내리기를,
"내가 신하들을 접견하지 않은 지 이미 오래이므로 자나깨나 걱정된다. 만약 실로 병이 없다면 내가 어찌 그러하랴? 종묘 사직에 두려울 뿐 아니라 또한 조정에 부끄럽다."
하매, 승지들이 아뢰기를,
"경연은 첫 정사에 있어서 더욱 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나, 전하께서 방금 약을 잡수시는 중이라 평복되지 못하셨으니, 신들이 가까이 모시고 있으면서 어찌 알지 못하리까. 대간과 시종도 이미 알고 있으니, 진실로 억지로 납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안심하고 조리하시어 빨리 평복되시어 군신을 접견하소서. 전하께서 매양 여기에 유의하시어 이런 전교를 여러 번 내리시니, 이 마음 끝까지 가지소서."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5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119 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역사-고사(故事) /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司諫院上箚曰:
禹戒舜曰: "后克艱厥后, 臣克艱厥臣。" 人君如知爲君之難, 則不可不求言於臣; 人臣如知爲臣之難, 則不可不盡言於君。 臣之盡言, (臣)〔君〕 之樂聞, 是國家致安之基。 孔子所謂: "一言而興邦。" 者此也。 人主深拱九重, 聰明有所不逮, 故設臺諫爲耳目, 以付言責, 盡言不諱, 乃其職也。 雖或忤意, 亦當包容, 以招諫爭。 況今姜詗所論, 關國重事, 殿下何遽命遞, 使不得盡言乎? 繼自今, 殿下雖欲聞袞職之闕, 朝政之失, 日加宣諭, 皆以詗爲戒, 孰敢抗天威, 而盡其言哉? 忠言不達於上, 國事日趨於非, 實繫危亡之機, 甚非宗社之福也。 請復詗職, 以廣進言之路, 以增直士之氣。
不聽, 傳于季男等曰。" 卿等畏諫院、弘文館, 而不畏君命可乎?" 季男等更啓: "臣等非畏諫院、弘文館, 本府糾察百官, 而反爲人所論, 就職未安。 故敢避耳。" 下御書于承政院曰:
予不接群臣, 今旣久矣, 寢興憂念。 若實無病, 則予何敢爾? 非徒懼於宗社, 亦羞於朝廷爾。
承旨等啓: "經筵在初政, 尤不可不御也。 然殿下今方進藥, 未至康寧。 臣等密侍, 豈不知之? 臺諫、侍從亦已知之, 固不可勉强。 當安心調保, 速至平善, 以接群臣。 殿下每致意於此, 屢下此敎, 願終始此心。"
- 【태백산사고본】 4책 15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119 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역사-고사(故事) /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