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형 등이 윤채·정진 등의 일을 극론하다
사헌부 대사헌 이집(李諿)·사간원 대사간 이인형(李仁亨) 등이 윤채(尹埰)·정진(鄭溱) 등의 일을 극론하고, 이어 아뢰기를,
"근일에 경연(經筵)에 납시지 않으시므로 대신·대간이 뵈올 수도 없사옵고 말씀드린 것은 다 거부하시고 들어 주지 않으시니, 신들은 안팎의 정세가 서로 통하지 못할까 걱정되옵니다. 만약 대신·대간의 말을 듣지 아니하실진대, 장차 좌우의 근습(近習)016) 과 더불어 국사를 다스리시겠습니까. 또 전일에 김세균(金世鈞)을 안악 군수(安岳郡守)로 삼았사온데, 세균은 나이 젊은 무인(武人)이니 당연히 변방의 수령(守令)을 제수해야 하옵지, 내지(內地)로 차임(差任)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세균은 체차(遞差)하는 것이 좋겠다. 또 근자에 내 심기가 화평해지므로, 비록 대신·대간을 접견하지는 않았으나, 일찍이 주강(晝講)에는 나갔었는데, 지금 또 편치 않아서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혹심한 추위에 만약 굳이 나가다가 전의 중세가 다시 일어나면 경(卿)들이 고칠 수 있겠는가. 경들이 나에게 장차 좌우의 근습과 함께 국사를 다스리려느냐고 하는데, 내가 비록 용렬하고 우매하지만 근습(近習)과 함께 국사를 다스리려 하겠는가. 내가 비록 어두운 임금일지라도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하였다. 이집 등이 차자(箚子)를 올려 아뢰기를,
"윤채(尹埰) 등은 본디 간사하고 자질구레한 자들입니다. 그 심술을 말하오면, 윤채는 제 처 부모(妻父母)의 재산을 다 차지하려 꾀하여 허위 문권(文券)을 작성하였다가, 형제의 고소를 당하자 여러 모로 꾸며대어, 형부(刑部)에서 지게 되면 헌부(憲府)에 넘기도록 꾀하고, 헌부에서 지게 되면 금부(禁府)에 넘기도록 꾀하였으며, 여러 달을 갇혀 있다가 형신(刑訊)하게 되어서 비로소 자복하여, 마침내 길이 서용(敍用)하지 못할 죄를 받았으며, 정진(鄭溱)은 제 부모의 제택(第宅)을 다 얻으려 꾀하여 역시 허위 문권을 작성했다가, 누이에게 고소를 당하여 금부(禁府)에 잡혀 갇히어 형신하게 되어서 마침내 자복하여, 또한 길이 서용하지 못할 죄를 받았으니, 모두 성대(聖代)의 버림 받은 물건이 되었었습니다. 윤채·정진 등은 평소에 형제간의 처사가 이와 같았으니, 그 사람됨을 알 만한데, 지금 중죄를 범한 것이 어찌 이상히 여길 만하겠습니까. 전하께서 하교하시기를, ‘윤채 등은 미미한 자다.’하셨으나, 신들은 전하의 하교를 알 수 없습니다. 윤채는 영의정 윤자운(尹子雲)의 사위로서 진사(進士)에 합격하여 벼슬이 감찰(監察)에 이르고, 정진은 재상(宰相) 자제(子濟)의 아들로서 역시 진사에 합격하여 일찍이 참봉(參奉)이 되었으니, 이를 어찌 미미한 자라 하오리까. 윤채 등은 일찍부터 부호의 세력을 빙자하여 재물을 모으기에 힘썼으며, 흔히 관현(管絃)을 두고 무뢰배와 사귀어 날로 놀이를 일삼았고 교만하고 방종하여 꺼리는 것이 없사온데, 전하께서 ‘애매하다.’ ‘무복(誣服)할까 염려된다.’ ‘미미한 자다.’하시어, 간곡히 아껴 주시고 형신하지 못하게 하시니, 신들은 통분함을 이기지 못하옵니다."
하였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3책 12권 3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61 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인사-임면(任免)
- [註 016]근습(近習) : 임금을 늘 가까이 모시는 신하.
○癸未/司憲府大司憲李諿、司諫院大司諫李仁亨等極論尹埰、鄭溱等事, 仍啓: "近日不御(御)〔經〕 筵, 故大臣、臺諫不得進見。 所言皆拒不聽, 臣等恐內外之情不通也。 若不聽大臣、臺諫之言, 則將與左右近習治事乎? 且前以金世鈞爲安岳郡守, 世鈞年少武人, 當授邊方守令, 不當差內地也。" 傳曰: "世鈞可遞差。 且近予氣向平, 故雖不接見大臣、臺諫, 常御晝講。 今又未寧, 故未得御耳。 如此嚴寒, 若强御, 前證復作, 卿等其能醫之乎? 卿等謂予將與左右近習治國。 予雖庸暗, 其可與近習治國乎? 雖昏主, 不宜言之如此。" 諿等上箚曰:
尹埰等本憸邪瑣屑, 言其心術則埰謀欲盡得妻父母財産, 僞成文券, 被兄弟之訴, 多方飾詐, 屈於刑部, 則謀移憲府; 屈於憲府, 則謀移禁府, 累朔幽繫, 至刑訊始服, 終受永不敍用之罪。 溱謀欲盡得父母第宅, 亦僞成文券, 被妹之訴, 囚繫禁府, 至刑訊乃服, 又受永不敍用之罪, 皆爲聖代之棄物。 埰、溱等平日處兄弟如此, 則其爲人可知。 今犯重罪, 何足怪哉? 殿下敎之曰: ‘埰等微者也。’ 臣等未審殿下之敎。 埰則領議政尹子雲之壻, 中進士, 官至監察; 溱則宰相子濟之子, 亦中進士, 曾爲參奉, 是豈微者? 埰等夙席豪富, 務聚橫財, 多藏管絃, 交結無賴, 日事遊宴, 驕縱無忌, 而殿下以爲曖昧、爲誣服、爲微者, 而曲加愛惜, 不欲刑訊, 臣等不勝痛憤。
不納。
- 【태백산사고본】 3책 12권 3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61 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