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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8권, 연산 1년 8월 22일 임신 5번째기사 1495년 명 홍치(弘治) 8년

한치형 등이 정승의 도를 논하고 소임을 다하지 못한 노사신을 제거하기를 바라다

겸 대사헌 한치형(韓致亨)·겸 대사간 이즙(李諿)·집의 권주·사간 이의무(李宜茂)·장령 이달선·지평 박중간(朴仲幹)·유헌(柳軒)·정언 한훈(韓訓)이 번갈아 상소하기를,

"국가의 치란(治亂)은 정승의 도의 득실(得失)에 관계되는 것이니, 정승된 이는 마땅히 정도(正道)를 지키고 정론(正論)을 주장하여 높은 모습이 삼태성(三台星)과 북두성(北斗星)이 은하수를 가로지른 듯, 높은 산악이 하늘을 버틴 듯하여 조정의 의표(儀表)가 된 후에야 제왕의 덕화(德化)를 협찬(協贊)하여 임금을 높이고 백성을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 덕은 원래 기른 것이 없고 마음은 일정한 주견이 없어서, 일을 의논하고 나라를 경영하는 데 걸핏하면 성현(聖賢)을 등지고, 세속을 따라 부앙(俯仰)하여 지취(志趣)를 향원(鄕原)523) 처럼 하며, 충성되고 곧은 사람을 미워하고 임금을 불의에 빠뜨린다면, 이것은 당시에 화를 조성하고 후세에 비난을 취할 것이니, 어찌 삼공(三公)의 자리를 차지하여 한나라의 정승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신들이 엎드려 보오니, 전하께서 새로 보위(寶位)에 오르시어, 밝은 해가 처음 나온 것 같으니, 만백성이 모두 우러러보며, 목을 늘이고 눈을 씻고서 지극한 정치가 있기를 생각하고 바라는 중입니다. 뜻밖에도 노사신이 여러 선왕조의 오랜 신하로서 중한 부탁을 받고도, 마음가짐이 바르지 못하고 정승으로서 하는 일이 보잘것없어, 임금의 생각하는 바라면 순종하고 아첨하면서, 바른 말과 곧은 의논을 하면 반드시 배척하여 추국(推鞫)하려 하고, 그 그릇된 것을 그대로 지키고 그 간사함을 교묘하게 꾸미며, 심지어는 대간이 남의 사삿일을 고자질한다느니 위를 업신여긴다느니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습관이라느니 합니다. 외척(外戚)으로서 선왕의 사랑하여 키워 준 은혜를 받고도 국상(國喪)을 당하여 창가(娼家)에서 음란한 짓을 마음대로 하는 것을 풍기를 단속하는 관원이 들어서 탄핵하는 것은 사삿일을 고자질한다 할 수 없습니다. 수상으로서 간신(諫臣)을 배척 욕설하고 언로(言路)를 막으며, 임금에게 아첨하고 나라를 그르쳐서 위망의 징조를 열어 놓은 것을 풍기를 맡은 관원이 들어서 탄핵하는 것은 위를 업신여긴다 할 수 없습니다. 충성된 말과 격렬한 의논으로 임금의 뜻을 거스르고 기휘(忌諱)를 저촉하며 절개를 가지고 굽히지 않는 것은 이것이 모두 원기를 배양하고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니, 역시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습관이라고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신은 시비를 거꾸로 해서 반복 상소하여 위의 총명을 속이고 그 허물을 덮으려 하니, 신하로서 불경한 죄가 여기서 극심한 것이므로, 대간이 탄핵할 뿐 아니라 시종(侍從)들도 논죄하며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그르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며 마음이 한마음이 아닌데, 그 말하는 것은 같으니, 참으로 시비의 마음은 천성의 타고난 것으로서 기약치 않고도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만은 옳다고 하면서 제거하지 않으심은 무엇 때문입니까? 선왕의 옛 신하라 갑자기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닙니까. 이것은 전하께서 사신을 사랑하기를 너무도 하시는 것입니다. 선왕의 옛 신하를 사랑하는 것이 선왕의 종사(宗社)를 사랑하는 것과 어떠하겠습니까? 전하께서 모든 일을 계획 의논하고 정치의 도리를 자문하는 데에는 반드시 수상에게 먼저 하는데, 그 마음이 그러하고 그 일이 그러하고 그 말이 그러하다면, 어찌 깊이 두려워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신들의 간곡한 정성을 살피시고, 온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전하의〉 마음으로 삼으시어 빨리 사신을 제거하여 성덕에 누가 되지 않게 하소서."

하였으나, 들어 주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9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28 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

  • [註 523]
    향원(鄕原) : 세상을 따라서 지내는 위선자.

○兼大司憲韓致亨、兼大司諫李諿、執義權柱、司諫李宜茂、掌令李達善、持平朴仲幹柳軒、正言韓訓交章上疏曰:

國家之治亂, 關於相道之得失。 爲其相者, 當守正道、持正論, 屹如台斗橫漢, 喬岳撑天, 爲朝廷之表儀, 然後可以協贊元化, 而尊主庇民也。 其或德未素養, 心無定見, 論事謀國, 動背聖賢, 隨俗俯仰, 趣同鄕原, 疾忠惡直, 陷主不義, 固將基禍於當時, 取譏於萬代, 豈可據鼎鼐之位, 爲一國之相耶? 臣等伏見, 殿下新登寶位, 如大明初出, 萬民咸仰, 莫不延頸拭目, 想望至治。 豈意思愼以累代之舊, 受付托之重, 而處心不正, 爲相無狀, 主意所向, 則阿順而從諛; 正言直論, 則必欲擯斥而推鞫, 固守其謬, 巧飾其奸, 以至臺諫爲告訐、爲陵上、爲傾危之習。 如以外戚, 而受先王(卯)〔卵〕 育之恩, 天崩地坼之日, 而縱淫娼家, 風憲之司, 擧而劾之, 不可謂告訐。 以首相而排辱諫臣, 杜(閑)〔閉〕 言路, 諂君誤國, 以開危亡之漸。 風憲之司, 擧而劾之者, 不可謂陵上, 忠言激論, 批鱗觸諱, 執節不回者, 皆所以培養元氣, 維持國家, 亦不可謂傾危之習, 而思愼乃顚倒是非, 反覆疏啓, 以欺天聰, 欲掩其過, 人臣不敬之罪, 於斯爲甚。 不惟臺諫劾之, 侍從亦論之, 一國之人擧皆非之, 人非一人, 心非一心也, 而所言同者, 誠以是非之心, 天性之固有, 而不期而同者也。 殿下獨以爲是, 而不去, 何哉? 豈不以先王舊臣, 不可卒去者乎? 是則殿下之愛思愼至矣, 不知愛先王舊臣, 孰與愛先王宗社乎? 殿下圖議庶事, 咨訪治道, 必先於首相, 而其心如是、其事如是、其言如是, 豈不深可懼哉? 伏願殿下, 察臣等之懇, (心)〔諒〕 國人之心, 亟去思愼, 無累聖德。

不聽。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9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28 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