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등이 노사신과 같이 조정에 있을 수 없으니 죄주어 내쫓기를 합사하여 아뢰다
대간이 합사(合司)하여 아뢰기를,
"노사신(盧思愼)은 나라를 그릇되게 하는 큰 간신이니, 사신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면 신 등은 결코 취직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신 등의 직을 갈지 않으신다면 곧 사신을 파직시키소서. 지금 가뭄의 재해가 심하여 늦은 벼는 이삭이 나오지 않고, 밭곡식은 다 말랐으니, 하늘과 사람은 서로 감응(感應)하는 것이므로, 재변이 오는 것은 반드시 인사(人事)가 불러들였기 때문입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천심(天心)이 임금을 사랑하여, 반드시 먼저 재변을 나타내서 경고하는 것이며, 그래도 반성하지 않은 뒤에야 화를 내린다.’ 하였는데, 지금 가뭄의 재앙이 이와 같으니, 전하께서 마땅히 두려워하시고 반성하시어 하늘의 견책(譴責)에 보답하소서. 삼공(三公)의 직이란 음양을 고루 다스리는 것이므로, 옛사람이 이르기를 ‘홍양(弘羊)을 삶아 죽이니 하늘이 이내 비를 내렸고, 왕회(王淮)를 삶아 죽이니 하늘이 이내 비를 내렸다.’ 하였는데, 사신 같은 간물이 정승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재변이 이와 같은 지 어찌 알겠습니까. 청컨대 빨리 파직하소서. 그렇지 않으면 신 등은 결단코 취직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옛사람은 비록 나라를 떠나더라도 역시 할 말을 했으니, 신 등이 비록 취직은 안 하더라도 말이야 못하겠습니까. 전하께서 오래도록 경연(經筵)에 납시지 아니하시므로, 신 등이 아뢰려고 하다가 전하께서 편찮으시어 약을 드시고 날도 몹시 더우므로 그대로 있었으나, 지금은 일기가 조석으로 자못 서늘하니, 조석으로 경연에 납시소서. 비록 성명(聖明)하시더라도 고금의 치란(治亂) 흥망의 자취를 역시 강론하지 않아서는 안 되실 것입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재변에는 진실로 두려워하고 반성해야 하나, 어찌 사신이 불러들인 것이랴. 요즘 더위가 물러가지 않아서 경연에 나가지 못했다."
하였다. 대간이 다시 서계하기를,
"임금이 천변(天變)을 만나면 마땅히 두려워하고 반성하기를 지극하지 않은 바 없어야 할 것인데, 지금 하교하시기를 ‘재변을 어찌 사신이 불러 들였겠느냐.’ 하시니, 신 등의 생각에는, 인사(人事)가 아래서 잘못되면 천변이 위에서 응하는 것이라, 비록 어떤 일이 잘못되면 어떤 꾸지람으로 응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신이 나라를 그릇되게 하는 간신으로서 음양을 고루 다스리는 정승의 자리에 있으므로, 인심이 모두 분히 여기니 천심도 알 수 있습니다. 대간(大奸)이 국권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것을 제거하지 못하오면, 신 등은 이미 그 직무를 저버린 것이니, 죽어도 남은 죄가 있을 것인데, 어찌 감히 얼굴을 들고 직에 나아가 백세에 웃음거리를 남기겠습니까."
하였으나, 듣지 않으매, 다시 서계하기를,
"하늘이 견책을 보인 것은 그 의의가 매우 미묘하니, 임금의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어찌 스스로 생각하기를 ‘한 가지 일이 실수되었다 해서 어찌 족히 하늘을 움직이기야 하겠느냐.’ 할 수 있겠습니까. 성종께서 성명(聖明)으로 위에 계시어 정사가 조금도 결함이 없었으나, 겨울철에 천둥을 들으시고 더욱 삼가 수성(修省)하시니, 대간이 이로 인하여 정부(政府)·정원(政院)·한성부(漢城府)의 소임이 그 마땅한 사람이 아니라고 논하였는데, 성종께서는 이내 그 말을 들으시고 영의정 윤필상(尹弼商)·좌찬성(左贊成) 이철견(李鐵堅)·승지(承旨) 윤숙(尹俶)과 노공유(盧公裕)·좌윤(左尹) 윤은로(尹殷老)를 모두 그 직을 갈아서 하느님의 견책에 보답하였습니다. 지금 즉위하신 지 얼마 되지 아니하시어 정사에 결함이 없는 것 같은데도 큰 변괴가 이르렀으니, 이는 반드시 곧 간신이 국권을 담당하여 마침내 국사를 그릇되게 할 징조인데, 어찌 간신을 비호하여 하늘의 경계를 삼가지 않겠습니까. 전하께서 만약 신 등의 말씀을 듣지 아니하시면 신 등의 형세가 사신과 더불어 한 조정에 함께 있을 수 없사옵니다."
하였으나, 듣지 아니하고, 전교하기를,
"경 등이 비록 사신을 그르다고 여기지만, 나는 이미 어질지 못하기 때문에 사신의 그른 점을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국가의 일에 관계되지 않는 일임에랴."
하였다. 다시 서계하기를,
"사신의 간사한 형상은 신 등이 이미 아뢰었는데, 전하께서는 오히려 사신을 옳다고 여기시고, 또 전교하기를 ‘종묘 사직에 관계되는 것이 아니다.’ 하시지만, 나라를 그릇되게 하는 간신이 국권을 담당하면 마침내 난망(亂亡)의 지경에 이르는 것인데, 어찌 종묘 사직에 관계되지 않는다 이르오리까. 옛사람이 이르기를 ‘묻기를 좋아하면 여유가 있고, 제 의사만 가지고 쓰면 작아진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제 의견을 버리고 중론(衆論)을 따르라.’ 하였는데, 지금 대간·시종이 다 사신을 나라 망칠 큰 간물이라 하니, 전하께서 만약 이 말을 미덥지 않게 여기시면 마땅히 중의를 널리 채택하여 결정하셔야 하옵지, 스스로 옳다 하시고 공의를 취하지 아니하시면 안 되옵니다. 신 등이 보잘것없어 능히 직무를 다하지 못하고, 사신 같은 간신으로 하여금 오히려 모두가 우러러보는 자리에 있게 하였으므로, 신 등은 사신과 더불어 조정에 함께 있기를 원하지 아니하오니, 신 등을 파직하소서."
하였으나, 듣지 아니하였다. 홍문관(弘文館)에서 상차(上箚)하기를,
"이윤(伊尹)이 태갑(太甲)을 훈계하여 이르기를 ‘말이 그대 마음에 거슬리거든 반드시 도(道)이리라 생각해 보고, 말이 그대 마음에 순하거든 도가 아니리라 생각해 보라.’ 하였는데, 이 말은 임금된 이로서는 마땅히 경성(警省)해야 할 바이옵니다. 대개 임금이 신하의 간언을 들을 적에는 그 말이 거슬리고 순함을 헤아리지 말고, 이치에 합당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헤아려 보아야 하는 것이니, 만약 이치로써 헤아려 보고 않고서, 한갓 자기 마음을 거슬린다 하여 거부하고 자기 마음에 순하다 하여 들어 준다면, 강직한 기풍은 날로 멀어지고 아첨하는 습속만 날로 늘어 나라가 나라 꼴이 되지 않을 것이니, 어찌 두렵지 아니하리까. 지금 사신의 말이 남의 마음을 미리 추측하는 데에 익숙하여 공교하게 영합하고 있으니, 전하의 마음에는 매우 부드럽게 여기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말이 임금의 총명을 가리며 언로(言路)를 막고 있으니, 이치로 따져보면 나라를 상하는 도끼 같은데, 전하께서 그르게 여기지 않으시는 것은 말이 순하므로 받아들이기 쉬워서 그러시는 것이 아닙니까.
신 등은 기휘(忌諱)를 저촉하며 공론을 견지하고 있으므로, 전하의 마음에는 거슬린다 이르실 것이나, 총명을 넓히며 간사를 배척하는 것이니, 이치로 따져보면 병을 다스리는 약석(藥石)인데, 전하께서 옳게 여기지 않으시는 것은 말이 강직하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그러시는 것이 아닙니까. 법을 지켜 흔들리지 아니하고, 시비를 가려 논쟁하는 것은 대간의 직분인데, 사신은 말하기를 ‘반드시 이기려고만 한다.’ 또는 ‘임금과 맞선다.’ 하여, 전하를 격노하시게 해서 대간을 해치려고 하니, 그 간활함이 심합니다. 허심 탄회하여 간언(諫言)을 받아들이며 자기 사견을 버리고 공론을 따르는 것은 임금의 미덕인데, 사신은 말하기를 ‘임금의 위엄이 떨치지 못한다.’ 또는 ‘권력이 대간에게 돌아간다.’ 하여, 전하를 이목이 가리우도록 이끌어 총명하지 못하게 만드니, 그 간활함이 심합니다. 대간(臺諫)을 가두면 선비가 장차 혀를 묶고 입을 다물 것이니, 국가의 복이 아닌데, 사신은 말하기를 ‘위단(威斷)이다.’, ‘조정을 존엄하게 하는 일이다.’ 하며 기뻐서 치하하기에 겨를이 없으니, 전하로 하여금 시신(侍臣)을 협제(脅制)하여 상하가 간격이 생겨서 고립되어 도움이 없게 할 작정이니, 그 간활함이 심합니다. 언로(言路)를 활짝 열어서 사람마다 할 말을 다하며 극력 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치세(治世)의 아름다운 일인데, 사신은 말하기를 ‘누적된 폐단이다. 시대의 풍습이다.’ 하며 전환시킬 계기가 바로 오늘에 있다고 여기니, 속셈으로는 성종을 그르게 여기고 전하를 찬양하여 치(治)를 바꾸어 난(亂)으로 만들어서 제 야욕을 펴고자 하는 것이니, 간활함이 심합니다. 사신은 자기의 죄악이 공론에 용납되지 못하므로, 전하께서 널리 중의를 수합하여 정상이 드러나게 될 것을 알아서 말하기를 ‘대신이 그 입을 두려워하여 감히 가부를 논하지 못한다.’ 하여 전하의 뜻을 확고하게 해서 그 간사함을 숨기려 하니, 그 교활함이 심합니다. 양국충(楊國忠)·이임보(李林甫)는 부귀가 극에 달하지 않은 것이 아니요, 채경(蔡京)·진회(秦檜)는 나이가 늙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더욱 간흉을 부려서 죽을 무렵에 이르러서는 더욱 심했으니, 이는 노간(老奸)들의 의레 하는 버릇입니다. 지금 사신의 말이 ‘나이 이미 70이요, 지위도 역시 극에 달했는데, 다시 무슨 소망이 있겠느냐.’ 하였는데, 이는 특히 ‘반드시 이기려고만 한다.’는 말을 꾸며서 전하를 기만한 것이니, 그 교활함이 심합니다. 신 등이 사신의 전후하여 아뢴 말을 반복해 보면, 모두가 거짓으로서 임금을 미혹하게 하고 나라를 망칠 것뿐인데, 전하는 그 공손함을 기뻐하시고 죄주어 내쫓지 않으시니, 신 등은 실망됨을 이기지 못합니다. 바라옵건대, 전하는 신 등의 말을 귀에 거슬리게 생각하지 마시고, 다시 삼사(三思)하시어 종묘 사직에 대계를 결단하소서.’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7권 40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20 면
- 【분류】역사-고사(故事) / 인사-임면(任免) / 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 / 왕실-경연(經筵) / 과학-천기(天氣)
○乙巳/臺諫合司啓: "思愼誤國奸侫, 思愼在位, 則臣等決不可就職。 若不遞臣等之職, 請罷思愼。 今旱災爲甚, 晩穀不得發穗。 田穀盡枯, 天人相感, 災變之來, 必有人事召之也。 古人云: ‘天心仁愛人君, 必先現災異以警告之。 其不修省, 然後天乃降禍。’ 今旱災如此, 殿下亦當恐懼修省, 以答天譴。 三公之職, 爕理陰陽。 古人云: ‘烹弘羊, 天乃雨; 烹王淮, 天乃雨。’ 安知思愼奸侫在相位, 災異如此乎? 請亟罷之, 臣等斷不可就職。 然古人雖去國亦言之。 臣等雖不就職, 可不言乎? 殿下久不御經筵, 臣等欲啓之, 而聞殿下未寧進藥, 日亦甚熱, 故未果。 今日候, 朝夕頗涼, 請御朝夕經筵。 雖聖明, 古今治亂、興亡之跡, 亦不可不講論。" 傳曰: "災異之變, 固當恐懼修省, 然豈思愼所召耶? 近熱氣未殄, 玆未得御經筵耳。" 臺諫更書啓曰:
人主遇天變, 則當恐懼修省, 無所不至。 今敎曰: "災變豈思愼所召?" 臣謂, 人事感於下, 則天變應於上。 雖不可謂某事失, 則某咎徵應, 思愼以誤國之奸, 居爕理之地, 人心共憤, 天意可知。 大奸當國, 不能去之, 則臣等已負其職, 死有餘辜, 安敢抗顔就職, 貽笑百世乎?
不聽。 更書啓曰:
天之所以示譴者, 其意甚微。 人君恐懼之心, 安可自謂一事之失, 豈足以動天乎? 成宗以聖明在上, 政事罔有虧缺。 冬月遇雷, 益謹修省。 臺諫因此論政府、政院、漢城府任非其人, 成宗乃聽其言。 領議政尹弼商、左贊成李鐵堅、承旨尹俶ㆍ盧公裕、左尹尹殷老竝遞其職, 以答天譴。 今卽位未幾, 似無闕政, 而天變至此, 必大奸當國, 終誤國事之徵也。 安可庇護奸臣, 而不謹天戒乎? 殿下如不聽臣等之言, 則臣等勢不與思愼共處一朝。
不聽。 傳曰: "卿等雖以思愼爲非, 予旣無良, 故不知思愼之非也。 況非關國家事乎?" 更書啓曰:
思愼奸狀, 臣等已盡啓之, 殿下猶以思愼爲是。 且敎云: "不關宗社。" 誤國之奸當國, 則終至於亂亡。 其可謂之不關宗社乎? 古人云" "好問則裕, 自用則小。" 又曰 "舍己從人。" 今臺諫、侍從皆以思愼爲誤國大奸。 殿下若以此言爲不信, 則當廣採衆議以決之, 不可自以爲是, 而不取公議也。 臣等無狀, 不能盡職。 使如思愼奸侫, 尙在具瞻之地, 臣等願不與思愼同朝, 請罷臣等之職。
不聽。 弘文館上箚曰:
伊尹之戒太甲曰: "有言逆于汝心, 必求諸道; 有言遜于汝志, 必求諸非道。" 此人主所當警省者也。 蓋人主之聽言也, 不以言之逆順, 而揆諸理之當否。 若不揆諸理, 而徒以逆其心而拒之, 順其志而聽之, 則鯁直日遠, 讒諛日進, 而國非其國, 可不懼哉? 今思愼之言, 工於揣度, 巧爲迎合, 在殿下之志, 可謂遜矣。 然蔽主聰、杜言路, 揆諸理則喪邦之斧斤, 而殿下不以爲非, 豈巽順之言, 易受而然耶? 臣等觸冒忌諱, 力持公議, 在殿下之心, 可謂逆矣。 然廣聰明、斥奸諛, 揆諸理則救病之藥石, 而殿下不以爲是, 豈鯁直之言難受而然耶? 守法不撓, 爭論是非, 臺諫之職, 而思愼曰: "必勝也, 頡頏也。" 以激怒殿下, 陷害臺諫, 甚矣其奸也。 虛懷納諫, 舍己從人, 人主之美德, 而思愼曰: "主威不振也, 權歸臺諫也。" 導殿下屛蔽耳目, 使不聰明, 甚矣其奸也。 囚繫臺諫, 士將鉗口結舌, 非國家之福, 而思愼曰: "威斷也, 尊朝廷也。" 以爲喜賀不暇, 啓殿下脅制侍臣, 上聾下塞, 孤立無助, 甚矣其奸也。 洞開言路, 人皆盡言極諫, 治世之美事, 而思愼曰: "積弊也, 時習也。" 以爲轉移之機, 正在今日。 以腹非成宗, 贊揚殿下, 轉治爲亂, 欲行胸臆, 甚矣其奸也。 思愼自知罪惡不爲公論所容。 殿下廣議而情狀暴揚, 則曰: "大臣畏其口, 而不敢可否。" 以固上意, 而匿其奸, 甚矣其狡也。 楊國忠、李林甫富貴非不極也; 蔡京、秦檜年齒非不老也, 而益肆奸兇, 至死彌甚。 此老奸常態, 而思愼曰: "年旣七十, 位亦已極, 復有何望?" 此特構爲必勝之言, 以罔殿下, 甚矣其狡也。 臣等反覆思愼前後所啓之言, 皆飾詐聘奸, 迷君喪國之大者, 而殿下悅其遜志, 而不加斥黜, 臣等不勝缺望。 願殿下, 勿以臣等之言爲逆耳, 而更留三思, 以斷 宗社大計。
- 【태백산사고본】 2책 7권 40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20 면
- 【분류】역사-고사(故事) / 인사-임면(任免) / 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 / 왕실-경연(經筵)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