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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6권, 연산 1년 6월 6일 정사 4번째기사 1495년 명 홍치(弘治) 8년

왕헌신이 제사를 거행한 뒤 곧 귀국하려 하자, 오래 머물기를 청하다

영접 도감 낭청(迎接都監郞廳) 신용개(申用漑)가 아뢰기를,

"왕 사신이 출사 예의(出使禮儀)를 뒤져 보고 역관(譯官) 조신(曺伸)에게 하는 말이 ‘이 책에 적힌 것을 보면, 사제(賜祭)를 받을 때는 신좌(神座)가 당연히 남에 있어 북으로 향하게 되었다.’ 하매, 조신(曺伸)은 그 책을 달라 해서 보고 대답하기를 ‘남에 있어 북으로 향한다는 것을 주상자(主喪者)의 밖에 있음을 말한 것이요, 신좌를 두고 이른 것이 아니오.’ 하니, 왕 사신이 대답하지 못하고, 다만 조신에게 말하기를 ‘오는 8일에 사제를 거행하고, 9일에 떠나야겠다.’ 하매, 조신은 대답하기를 ‘조사(詔使)가 제사를 거행한 뒤에는 의례적인 행사가 많습니다. 알성(謁聖)410) 도 폐할 수 없고, 또 왕부(王府)에 나가서 잔치를 받는 것도 예전부터 내려오는 격식이니, 대인이 9일에 떠난다는 것은 너무 촉박한가 여겨집니다.’ 하니, 왕 사신이 웃으며 말하기를 ‘그대가 나를 못 떠나게 할 작정인가.’ 하였다 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도승지가 가서 더 머물도록 청하라."

하였다. 도승지 김응기가 명을 받고 가서 왕 사신에게 청하기를,

"손님과 주인 사이에 행하는 예가 많으나, 대인의 사명(使命)이 끝나지 못했기 때문에 미처 행하지 못했는데, 이제 들으니, 대인께서 빨리 떠나려 하신다니, 소망에 매우 결연합니다."

하니, 왕 사신이 대답하기를,

"나의 부친이 소주(蘇州)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는데, 내가 뵙지 않고 여기에 왔으므로 빨리 돌아가려는 것이오. 그러나 국왕이 성의를 다하여 만류하니, 나는 하루를 더 머물러야겠소."

하매, 다시 청하기를,

"전하의 간곡하신 부탁을 받들고 왔는데, 하루 이틀 정도만 더 머물겠다고 하시면 어떻게 복명하란 말씀입니까?"

하니, 왕 사신이 대답하기를,

"그렇다면 며칠이나 더 만류하려오?"

하매, 대답하기를,

"전하의 마음은 오래 머물수록 좋게 여기십니다."

하니, 왕 사신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내가 8일에 사제를 거행하고, 9일에 초청 잔치[請宴]에 참석하고, 10일에 알성(謁聖)하고, 11일에 구경하고, 12일에 상마연(上馬宴)을 받고, 14일에 떠나겠소."

하매, 말하기를,

"전하께서 대인의 풍도(風度)를 보시고 사모하여 마지 않으시어 한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려 하시니, 더 오래 머무르시기를 청합니다."

하니, 대답하기를,

"내 마음이 바빠졌는데 돌아갈 길은 너무도 머니 알성하고 구경하는 것을 하루에 다 끝내고, 13일에 떠나야겠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5장 B면【국편영인본】 12 책 684 면
  • 【분류】
    외교-명(明)

  • [註 410]
    알성(謁聖) : 공자의 사당에 참배하는 것.

○迎接都監郞廳申用漑啓: "王天使搜閱出使禮儀, 語譯官曹伸曰: ‘以此書觀之, 則受賜祭時, 神座當在南北向。’ 〔伸〕 , 取其書視之, 答曰: ‘在南北向, 在主喪者之外, 非謂神座。’ 王天使不答。 但語曰: ‘來初八日, 行賜祭; 九日, 當發行。’ 答曰: ‘詔使行祭後, 應行之禮亦多。 謁聖不可廢, 而且詣王府, 受請 宴, 亦故例也。 大人九日之行, 恐太近。’ 王天使笑曰: ‘爾能請留我耶?’ 云矣。" 傳曰: "都承旨, 其往請留。" 都承旨金應箕, 受命往請王天使曰: "賓主之間, 其禮多。 大人使事, 未畢。 故未講耳。 今聞, 大人欲亟行, 甚缺望。" 王使答曰: "吾父, 往蘇州未還, 吾未見而來。 故欲亟還耳。 然國王以誠請留, 我當留一日。" 復請曰: "奉殿下誠懇, 而來。 但請得一兩日之留, 何辭復命?" 王使答曰: "然則欲留幾日耶?" 答曰: "殿下之心, 以久留爲喜耳。" 王使曰: "然則我當八日行賜祭, 九日受請宴, 十日謁聖, 十一日遊觀, 十二日受上馬宴, 十四日發行。" 曰: "殿下, 見大人風度, 思慕不已。 欲一陪話, 更請久留。" 答曰: "我心已迫, 歸期太遠。 謁聖、遊觀, 當同日行之, 十三日發行。" 云。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5장 B면【국편영인본】 12 책 684 면
  • 【분류】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