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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2권, 연산 1년 1월 20일 갑진 3번째기사 1495년 명 홍치(弘治) 8년

노사신·신승선 등이 중국 인종의 시호를 씀이 참람된 것임을 서계하다

노사신·신승선·어세겸·이극돈·권건이 빈청(賓廳)에 나아가서 서계(書啓)하기를,

"지금 홍문관에서 신들이 시호를 의논한 일을 가지고 ‘편견을 고집하여 공론을 어기고 남을 꺾기에 힘쓰며 억지 이론으로 끌어다 붙이는 말을 잘한다.’ 하고 혹은 억지 말로 ‘그른 것을 꾸며서 고집을 부려 돌이키지 않는다.’ 하는데 신들이 못났으므로 달게 받아야 할 것이오나, 다만 그중에 한두 가지 분변해야 될 것이 있습니다. 그들의 말에 ‘국가의 세대(世代)는 무궁한데 시호의 글자는 한정이 있는 까닭에 주(周)문왕·무왕이 있는데도 열국에 문공·무공이 있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황조(皇朝)고황제(高皇帝)의 아버지가 인조(仁祖)인데도 홍희 황제(洪熙皇帝)의 묘호(廟號)를 인종(仁宗)으로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신 등의 생각으로는 주(周)나라 때에 천자는 왕으로 칭하고 제후(諸侯)는 공(公)이나 후(侯)로 칭하였므로 왕과 공후의 칭호가 명분이 스스로 구별이 되고, 조(祖)로 칭한 것과 종(宗)으로 칭한 것이 명호(名號)가 또한 다르므로 열국에서 문·무의 시호를 피하지 않았고 황조(皇朝)에서 인종의 칭호를 피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일로 말한다 하더라도 선왕이 문·무의 시호가 있는데도 신하가 또한 문·무의 시호가 있고 세조(世祖)의 묘호가 세종의 묘호를 피하지 않았으니, 이것은 다 선유(先儒)의 이른바 ‘두 자 이름 중에 한 자만은 휘(諱)하지 않는다.’는 예(例)에 속한 것이요. 황조에서 인종이라 칭한 이가 있는데도 우리 나라에서 또 인종이라 칭하는 유(類)가 아닙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부정(不正)한 시호를 올리는 것은 충효(忠孝)를 아는 자가 차마 하지 못할 바이다.’ 하였습니다. 참람되게 〈중국을〉 모방하는 것은 부정 중에 큰 것인데, 지금 반드시 참람되게 모방한 시호로 칭해 올리려고 하니, 이것은 신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홍문관에서 신들을 논박하는 것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신들이 공경(公卿)의 반열에 있으면서 두꺼운 낯으로 일을 본다는 것은 마음에 실로 미안하여 사퇴하기를 청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한(漢)·당(唐) 이래로 인(仁)으로 칭호한 임금이 없었다가 송나라에 이르러 홀로 인종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통감(通鑑)》을 보니, 인종이 유(柔)하기만 하고 강(剛)하지 못하며, 여러 번 이적(夷狄)의 화(禍)가 있었으니, 어찌 대행왕의 성덕(盛德)에 견줄 것인가. 또 성(成) 자의 해석이 다 아름다우므로 내가 여러 사람들의 의논을 따라 정한 것이니, 사퇴하지 마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12 책 637 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정론-간쟁(諫諍) / 왕실-종사(宗社)

盧思愼愼承善魚世謙李克墩權健, 詣賓廳書啓:

今弘文館, 以議謚事, 指臣等爲: "執偏見、違公議, 務勝於人, 穿鑿附會, 辯則辯矣。" 又云: "無稽甚矣。" 又云: "强辯飾非, 執拗不回。" 臣等無狀, 固所甘受, 但其中有一、二可辨者。 其曰: "歷世無窮, 而謚名有限。 故文王武王而列國有文公武公。" 又曰: "皇朝 高皇帝之考曰仁祖, 而洪熙廟號, 謂之仁宗。" 臣等以爲, 天子則稱王; 諸侯則稱公、稱侯。 王與公侯之稱, 名分自別, 稱祖、稱宗, 名號亦殊, 故列國不避文、武之謚, 皇朝不避仁宗之號。 至以我朝之事言之, 先王有文、武之謚, 而臣下又有文、武之謚。 世祖廟號, 不避世宗廟號, 是皆先儒所謂: "二名不偏諱。" 之例, 而非如皇朝仁宗, 我國廟號亦稱仁宗之比也。 古人云: "加之不正之謚, 知忠孝者所不忍爲。" 僭擬之號, 不正之大者, 而今以僭擬之號, 必欲稱上, 此, 臣等之所不忍也。 然弘文館論臣等至此, 臣等待罪公卿之列, 靦面就職, 心實未安, 請避

傳曰: "以後, 無有以仁稱號, 而至獨有仁宗, 然予觀《通鑑》, 柔而不剛, 屢見夷狄之禍, 何可比擬於大行王盛德乎? 且成字釋義皆美, 而予從群議定之, 其勿避。"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12 책 637 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정론-간쟁(諫諍) / 왕실-종사(宗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