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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2권, 연산 1년 1월 1일 을유 5번째기사 1495년 명 홍치(弘治) 8년

대간이 합사하여 설재의 그른 것을 논하니 노사신이 입계하지 말도록 하다

대간(臺諫)이 합사(合司)하여 아뢰기를,

"신들이 설재(設齋)의 그른 것을 논하였는데, 대신이 입계하지 말도록 하기를 청하였으니, 이것은 반드시 즉위하신 처음에 귀와 눈을 막고 가리어 정권(政權)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청컨대 추국(推鞫)002) 하여 중한 법으로 처단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정승이 말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아뢰지 말도록 명한 것이다."

하였다. 대간이 또 아뢰기를,

"지금 전교를 받자오니, 신 등이 들은 바와는 다름이 있사오니, 《승정원일기》를 보고 아울러 사관(史官)에게도 물어 보게 하여 주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대신은 일을 의논하여 아뢴 것이요, 결정은 내가 한 것이니, 《일기》를 상고하고 아울러 사관에게 물을 필요가 없다."

하였다. 대간이 또 아뢰기를,

"신들이 설재하는 일을 듣고 안 듣는 것은 오히려 작은 일이나, 대신이 즉위하신 처음에 대간의 말을 아뢰지 말게 하시기를 청한 것은 관계됨이 가볍지 아니하오니, 일국의 신민(臣民)이 누가 통분하지 않으오리까. 《일기》를 보여 주소서. 만약 신 등의 들은 바와 같다면 엄중히 경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매, 노사신이 아뢰기를,

"신이 전날에 물으심을 받잡고 전하께서 애통하여 울부짖는 이때는 말하지 않을 때이므로, 답할 필요가 없다 한 것이니, 《승정원일기》를 보여주어도 무방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내보여 주라"

하매, 대간이 이를 보고는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엎드려 생각하건대, 금중(禁中)이 낮에도 엄하게 지키고 어좌(御座)가 하늘처럼 멀므로, 언로(言路)003) 가 트이면 하정(下情)이 통하여 나라가 다스려지고, 언로가 막히면 임금의 귀가 가려져서 나라가 위태로운 것이니, 평시에 있어서도 오히려 그러한데, 하물며 즉위하신 처음이니 하늘이 지혜를 명하고, 길흉을 명하고, 역년(歷年)을 명할 때임에리까. 지금 국상이 새로 나서 전하의 정(情)이 애통하시어 무릇 국사를 다 대신에게 의탁하시니 대신이 된 자가 마땅히 착한 도리를 여쭈어 충성을 다해 보좌하고 인도하여 이윤(伊尹)·주공(周公)을 본받아야 할 것인데, 사신이 정승의 자리에 있으면서 전하의 위임하신 뜻에 맞추지 못하고서, ‘부처에게 재를 올리는 것이 국가의 흥망에 관계되지 않으며, 그것은 조종조의 전례이지 불법을 숭상하는 것이 아니다.’ 하여 아첨으로 아뢰었는데, 부처에게 재를 올리는 것이 불법을 숭상함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사신이 도리어 논계(論啓)한 사람들을 그르다 하여 전하께 답할 필요가 없다고 아뢰어 바른 의논을 막아서 통하지 못하게 하니, 그 마음이 지극히 간사하고 그 죄가 이미 지극합니다. 어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그 죄를 밝히 다스려서 신민(臣民)의 이목(耳目)을 쾌하게 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내가 승지에게 입계하지 말라 한 것이지 정승이 말한 것이 아니다. 가령 정승이 실로 이런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이것을 가지고 죄줄 수는 없다. 상사(喪事)에 관계되는 일도 아닌데, 27일 안에 감히 와서 말하니, 더욱 마음 아프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2 책 628 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사상-불교(佛敎)

  • [註 002]
    추국(推鞫) : 왕의 특명에 따라 중죄인을 국문(鞫問)하는 일. 왕이 친히 국문하는 것을 친국(親鞫), 의금부(義禁府)에서 국문하는 것을 정국(庭鞫)이라 함.
  • [註 003]
    언로(言路) : 신하로서 임금에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길.

○臺諫合司啓: "臣等論設齋之非, 而大臣有勿啓之請, 是必欲嗣服之初, 壅蔽聰明, 而操弄國柄也。 請推鞫, 置諸重典。" 傳曰: "非政丞言之也, 予命勿啓耳。" 臺諫又啓: "今承傳敎, 與臣等所聞有異。 請見《丞政院日記〔承政院日記〕, 兼問史官。" 傳曰: "大臣議事以啓耳, 取捨在予, 不必考見《日記》, 而兼問諸史官也。" 臺諫又啓: "臣等〔論〕 設齋事, 聽與不聽, 此特小事耳。 大臣於嗣服之初, 請勿啓臺諫之言, 則所繫非輕, 一國臣民, 孰不痛憤。 請見《日記》, 若如臣等所聞, 不可不痛懲。" 盧思愼啓: "臣日者, 承下問以謂 ‘擗踊哭泣, 正是不言之時, 不必答之。’ 云耳, 《承政院日記》, 示之無妨。" 傳曰: "其出示。" 臺諫見之, 上箚曰:

伏以, 宸禁晝嚴, 乘輿天遠。 言路開, 則下情達, 而國治; 言路閉, 則上聰蔽, 而國危。 其在平時, 尙且如是。 況初服, 命哲(命)、命吉凶、命歷年之機乎? 今者國恤方殷, 聖情哀疚, 凡干國事, 悉倚大臣。 爲大臣者, 固當開陳善道, 盡忠輔導, 以自期也。 思愼位居台鉉, 不副聖上倚任之意, 乃以: "飯佛, 不係興亡, 祖宗故事, 非崇佛也。" 從臾以啓, 飯佛, 非崇佛而何? 思愼反以言事之人爲非, 而啓殿下: "不必答之。" 沮抑正議, 使不得達, 其心孔譎、其罪已極矣, 豈得(客)〔容〕 貸? 伏望明治其罪, 以快臣民之耳目。

傳曰: "予令承旨勿啓耳, 非政丞言之也。 假令政丞, 實發此言, 不可以此罪之。 事不干喪事, 而二十七日之內, 敢來言之, 尤爲痛心。"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2 책 628 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