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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1권, 연산 즉위년 12월 27일 임오 5번째기사 1494년 명 홍치(弘治) 7년

표연말·양희지·권주 등이 성종을 위하여 불재를 지내지 말 것을 서계하다

홍문관 직제학(直提學) 표연말(表沿沫)·전한(典翰) 양희지(楊熙止)·응교(應敎) 권주(權柱)·부응교(副應敎) 홍한(洪澣)·부수찬(副修撰) 김감(金勘)이 서계(書啓)하기를,

"신 등이 방금 경복궁 예문관(藝文館)에서 대행왕의 행장(行狀)을 찬술(撰述)하옵는데, 이 일이 비록 국가에서 시일에 맞추어 재촉할 큰일이오나, 새로 즉위하시는 처음이며 신민이 우러러 바라는 날에 불재(佛齋)를 행한다는 것은 성덕(聖德)에 크게 누(累)가 되므로 감히 하던 일을 거두고 와서 아룁니다. 불교가 허황하고 망령됨은 지금 의논할 겨를이 없거니와, 《예기(禮記)》에 ‘효자는 그 어버이가 죽었다고 차마 어기지 못한다.’ 하였습니다. 대행왕께서 불교를 매우 배척하시어 털끝만큼도 믿는 뜻이 없으셨음은 사왕(嗣王)께서도 분명히 아실 뿐 아니라, 일국의 신민이 모르는 이가 없사오며, 지금 대행왕께서 승하하여 재궁(梓宮)에 들어가시지도 않아서 목소리와 얼굴이 완연히 계신 것 같사온데, 이 애통한 때를 당하여 대행왕께서 하지 않으시던 일을 가지고 대행왕을 위하여 추천하겠다 하시니, 어찌 효자가 차마 그 어버이가 죽었다고 여기지 못하는 마음에 편안하겠습니까? 반드시 중들이 장막을 쳐놓고 영가(靈歌)를 외쳐 부르면, 하늘에 계신 대행왕의 신령이 반드시 크게 진노하실 터이니, 어찌 내려오셔서 그것을 받으시겠으며, ‘내가 후사(後嗣)가 있어 어버이의 뜻을 잘 이어받는다.’ 하시겠습니까. 신 등이 경악(經幄)의 옛 신하로서 지금 이 거사를 보오매, 전날을 생각하여 못내 통곡하옵니다. 엎드려 원하옵건대, 빨리 명령을 내려 정지시켜서 선왕의 뜻을 이으시어 즉위하는 처음을 삼가시면 심히 다행이겠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선왕을 위한 일인데, 어찌 감히 말하는가?"

하매, 연말 등이 다시 아뢰기를,

"태종(太宗)께서 불교를 믿지 않아 절을 혁파(革罷)하기까지 하셨으므로 헌릉(獻陵)027) 에는 홀로 재궁(齋宮)이 없거니와, 대행왕이 평일에 또한 불교를 좋아하지 않으셨는데, 이제 좋아하지 않으시던 일로써 명복(冥福)을 비는 것을 효도라 할 수 있겠습니까. 즉위한 처음에 사방에서 우러러 보는데, 먼저 사도(邪道)를 보여 주는 것이 어찌 정시(正始)의 도리이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태종께서 승하하신 뒤에는 재를 올리지 않았는지, 다른 능에는 다 재궁이 있는지 정승에게 물어보라."

하매, 정승이 아뢰기를,

"태종께서 과연 절을 폐지하셨으며, 재를 올렸는지 않았는지는 해가 오래되어 알 수 없으며, 다른 능에는 다 재궁이 있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2 책 624 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

  • [註 027]
    헌릉(獻陵) : 태종(太宗)의 능.

○弘文館直提學表沿沫、典翰楊熙止、應敎權柱、副應敎洪瀚、副修撰金勘書啓曰:

臣等, 今方撰大行王行狀于景福宮藝文館。 此雖國家及期大事, 然嗣服惟新之初, 臣民想望之日, 行此佛齋, 大累聖德。 敢撤所事來啓耳。 釋氏誕妄, 今不暇論。 《記》曰: "孝子不忍死其親。" 大行王痛闢佛敎, 無一毫崇信之意, 非徒嗣王所灼知, 一國臣民, 無不知之。 今大行新陟, 未就榟宮, 聲音笑貌, 洋洋如在, 而當擗踊哀痛之際, 以大行所不爲之事, 爲大行追薦, 其於孝子不忍死其親之心, 安乎? 必緇徒設幄, 呼唱靈駕, 大行在天之靈, 必怫然怒矣。 其肯下享乎? 其肯曰: "我有後嗣而善繼其志乎?" 臣等以經幄舊臣, 今覩此擧, 感念疇昔, 不勝痛哭。 伏願亟命停罷, 以追先志, 以謹初服, 幸甚。

傳曰: "爲先王事, 何以敢言乎?" 沿沫等更啓: "太宗不信佛敎, 至革寺社, 故獻陵獨無齋宮。 大行王平昔亦不好佛。 今乃以所不好之事, 追薦(寅)〔冥〕 福, 可謂孝乎? 新服之初, 四方瞻望, 而先示邪道, 是豈正始之道乎?" 傳曰: "太宗賓天後, 其不設齋耶? 他陵皆有齋宮耶? 問于政丞。" 政丞啓: "太宗果革寺社矣。 設齋與否, 年久未記, 他陵皆有齋宮矣。"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2 책 624 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