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이의 등이 정민을 개차할 것을 청하다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이의(李誼) 등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삼가 《대전(大典)》1187) 을 살펴보건대 ‘6품(品) 이상은 사(仕)1188) 가 9백이 차야 천관(遷官)한다.’고 하였는데, 주(注)에는 이르기를, ‘의정부(議政府)·육조(六曹)의 당하관(堂下官)은 아울러 승서(陞敍)하고 그 나머지는 평서(平敍)1189) 하되, 현능(賢能)하여 근로(勤勞)한 것이 있는 자는 이 한계에 두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정민(鄭旻)은 본래 현능(賢能)하거나 근로(勤勞)한 것이 없으며, 한갓 노창(臚唱)1190) 으로써 첨정(僉正)의 현질(顯秩)로 바꾸었으니, 장려하고 권장함이 이미 지극하였거니와, 지금 사(仕)가 차지 아니하였는데, 〈관등(官等)을〉 뛰어넘어 상례(相禮)1191) 로 바꾸었으니, 상례는 3품관(三品官)으로 음덕(蔭德)이 자손(子孫)에게까지 미치는 것이 재상(宰相)들과 같습니다. 이 앞서에는 정민(鄭旻)의 무리와 같이 이 직(職)을 함부로 준 것이 있지 않습니다. 신 등이 듣건대 작상(爵賞)이란 것은 국가(國家)의 명기(名器)이며 인군(人君)의 세상을 권면하고 둔한 것을 연마시키는 것이라고 하였으니, 함부로 줄 수 없음이 명백합니다. 지금 의논하는 자가 이르기를, ‘정민은 통갈(通喝)로써 직사(職事)에 오래 있다가 지금 상례가 되었으니, 아마도 지나침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였으니, 어찌 그 의논을 살피지 않겠습니까? 가령 어떤 사람이 노창(臚唱)을 정민보다 더 잘하는 자가 있다면, 신 등은 알지 못하겠습니다마는, 전하(殿下)께서는 그 공능(功能)을 묻지 않으시고 인의(引儀)·찬의(贊儀)로부터 통례(通禮)에 이르기까지 일체 모두 예(例)로 제수하시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명기(名器)를 애석(愛惜)히 여기시어 빨리 성명(成命)을 거두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정민(鄭旻)이 상례(相禮)가 된 것은 통갈(通喝)을 잘해서가 아니다. 경(卿) 등이 이르기를, ‘정민은 공로(功勞)도 없다.’고 하였는데, 적의 장수를 베고 또 적의 기(旗)를 빼앗은 연후에야 바야흐로 가히 공로라 이르겠는가? 승평(昇平)한 때에 어찌 그런 일이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7책 296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59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인물(人物)
- [註 1187]《대전(大典)》 : 《경국대전(經國大典)》.
- [註 1188]
사(仕) : 근무 일수.- [註 1189]
평서(平敍) : 한 벼슬의 임기가 차서 벼슬이 갈릴 때에 급수(級數)가 오르지 못하고 같은 계급에 머물러 있는 일.- [註 1190]
노창(臚唱) : 조선조 때 의식(儀式)의 절차를 소리 높여 창도(唱導)하던 것. 통례원(通禮院)의 종6품 벼슬인 인의(引儀)가 의식의 절차를 고저 장단(高低長短)에 맞추어 노래 형식으로 읽던 것임.- [註 1191]
상례(相禮) : 조선조 때 통례원(通禮院)에 속했던 종 3품의 관직. 제사나 조하(朝賀) 등의 일을 맡아 보았음. 정원은 1명임.○司憲府大司憲李誼等上箚子曰:
謹按《大典》, 六品以上仕滿九百遷官注云: ‘議政府、六曹堂下官, 竝陞敍。 其餘平敍。 有賢能勤勞者, 不在此限。’ 今鄭旻, 本無賢能勤勞, 徒以臚唱, 得換僉正顯秩, 奬勸已極矣。 今者仕未滿而超換相禮, 相禮, 三品官, 蔭及子孫, 與宰相等。 前此未有如旻之輩濫授是職者。 臣等聞, 爵賞者, 國家之名器, 人君所以礪世磨鈍, 其不可濫授也, 明矣。 今之議者, 謂旻本以通喝, 久於職事, 今爲相禮, 恐未爲過, 何其議之不審耶? 設有人焉, 臚唱優於旻者, 則臣等不識, 殿下, 不問其功能, 自引僕贊儀以至通禮, 一皆例授乎? 伏望, 愛惜名器, 亟收成命。
傳曰: "鄭旻之爲相禮, 非以能通喝也, 卿等云: ‘旻無功勞, 斬將搴旗然後, 方可謂功勞。’ 在昇平, 安有此事乎?"
- 【태백산사고본】 47책 296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59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인물(人物)
- [註 1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