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관에서 교리 최부를 공안 상정소의 낭청으로 삼은 것이 부당함을 아뢰다
홍문관(弘文館)에서 아뢰기를,
"본관(本館)의 관원(官員)은 직책이 경연(經筵)을 겸한 까닭으로 명을 받들고 사신으로 나가기도 하며 혹은 문한(文翰)을 설국(設局)하기도 하며 때로는 낭청(郞廳)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종사관(從事官)과 낭청과 같은 경우는 본시 차정(差定)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교리(校理) 최부(崔溥)를 공안 상정소(貢案詳定所)988) 의 낭청(郞廳)으로 삼았으니, 청컨대 개정하소서."
하니, 전교(傳敎)하기를,
"공안 상정(貢案詳定)은 바로 큰 일인 까닭으로 대신(大臣)에게 감독하라고 명하고 최부(崔溥)를 낭청(郞廳)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제 홍문관(弘文館)에서 이와 같이 말하니, 그것을 의정부(議政府)에서 의논하게 하겠다."
하고, 이어 승정원(承政院)에 전교(傳敎)하기를,
"홍문관(弘文館)은 고문(顧問)하는 곳이니, 과연 다른 일 때문에 자주 나가는 것은 마땅하지 못하다. 다만 공안(貢案)은 큰 일이므로, 만약 차오(差誤)가 생긴다면 백성이 폐해를 받음이 적지 않을 것이니, 사람을 가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재상(宰相) 등이 스스로 그 요속(僚屬)을 가리고, 또한 친히 그 일을 감독하니, 비록 홍문관(弘文館)이라 하더라도 어찌 재상(宰相)의 위에 있겠느냐? 이제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은 반드시 그 뜻을 고상(高尙)하게 여겨 낭청(郞廳)을 욕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땅히 여러 사람의 의논을 보고서 처치하겠다."
하였다.
사신이 논평하기를, "홍문관(弘文館)에서 상소(上疏)하여 박안성(朴安性)과 최부(崔溥)의 주장을 논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최부가 상정소(詳定所)의 낭청(郞廳)이 되니,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한때의 재상(宰相)들이 박안성을 위하여 최부를 맞혔다.’라고 하였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7책 29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582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역사-편사(編史)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재정-공물(貢物)
- [註 988]공안 상정소(貢案詳定所) : 공물(貢物)의 액수(額數) 따위를 심사 결정하던 곳.
○弘文館啓曰: "本館官員, 職帶經筵, 故奉命出使, 或文翰設局, 有時爲郞廳, 若從事官及郞廳, 本不差之, 今校理崔溥爲貢案(常)〔詳〕 定所郞廳, 請改之。" 傳曰: "貢案(常)〔詳〕 定, 乃大事, 故命大臣監之, 以崔溥爲郞廳, 然今弘文館, 言之如是, 其議于議政府。" 仍傳于政院曰: "弘文館居顧問之地, 果不宜數出爲他務, 但貢案大事, 若致差誤, 民之受弊不小, 不可不擇人。 故宰相等自擇其僚屬, 亦親監其事, 雖弘文館, 豈居宰相之上乎? 今言之若是者, 必高尙其志, 以郞廳爲忝辱矣。 然當觀群議以處之。"
【史臣曰: "弘文館上疏, 論朴安性、崔溥主張未幾, 溥爲詳定所郞廳, 人皆云: ‘一時宰相, 爲安性中溥也。’"】
- 【태백산사고본】 47책 29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582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역사-편사(編史)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재정-공물(貢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