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강관을 자주 천직하지 말게 하다
사헌부 장령(司憲府掌令) 유빈(柳濱)이 와서 아뢰기를,
"신(臣)이 서연(書筵)에서 엎드려 세자(世子)께서 전강(前講)한 글을 읽으시는 것을 보니, 말이 수삽(羞澁)850) 함이 많아서 다 통달하지 못하신 것 같고, 또 들으실 때에도 즐겨 문변(問辨)851) 하지 않으셨습니다. 세자(世子)의 춘추(春秋)가 이미 장성하시니, 평범한 사람인 경우에 있어서도 또한 글을 통하고 이치를 통달할 때이온데, 이제 바로 이와 같으시니, 향학(向學)하는 마음이 아마도 지극하지 않은 듯합니다. 신의 뜻으로는 1일 강(講)한 것은 반드시 이튿날에 모든 빈객(賓客)·시강관(侍講官) 등과 서로 난해한 것을 분변하여 다 통하고 막힘이 없은 뒤에야 다시 다른 글을 강(講)하게 하고, 이로써 항식을 삼도록 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장령(掌令)의 말이 진실로 옳다. 지금부터 이후로는 시강관(侍講官) 등이 세자(世子)가 난해함을 묻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스스로 변석(辨析)하여 쉽게 깨우치도록 하면 거의 옳을 것이다."
하였다. 유빈이 아뢰기를,
"상교(上敎)가 매우 지당합니다마는, 그러나 강관(講官) 등이 비록 문신(文臣)이라고 부르기는 하나 어찌 모두가 학문(學問)에 유여(有餘)한 자이겠습니까? 스스로 홍문관(弘文館)이나 성균관(成均館)의 선비가 아니면 문의(文義)에 능통(能通)한 자가 드뭅니다. 이제 이 직(職)에 있는 자도 겨우 수월(數月)을 지나면 갑자기 다른 관사로 천전(遷轉)하는 까닭으로 스스로 자기의 임무로 삼고서 공력(功力)을 더하는 자가 있지 않으니, 신은 원컨대 이제부터는 강관(講官)이 된 자는 자주 천전(遷轉)을 허락하지 말아서 그 임무를 오로지하게 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그대의 말은 진실로 옳다. 학문은 마땅히 중지하지 않고 반드시 항상 공(功)을 더한 뒤에야 가(可)하다. 금후로는 시강관(侍講官)을 자주 천직(遷職)하지 말도록 하라."
하고, 이어서 정원(政院)에 전교하기를,
"이 뜻을 이조(吏曹)에 유시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7책 292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562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司憲府掌令柳濱來啓曰: "臣於書筵, 伏覩世子, 讀前講之書, 語多羞澁, 似未該通, 又於聽受時, 不肯問辨。 世子春秋旣壯, 在恒人, 亦通文達理之時, 今直若此, 向學之心, 恐未至也。 臣意以爲, 一日所講, 必於翌日, 與諸賓客、侍講官等, 相辨難盡通無礙, 然後復講他文, 以此爲式。" 傳曰: "掌令之言, 誠是矣。 自今以後, 侍講官等, 不待世子問難, 先自辨析, 使之易曉, 則庶乎可矣。" 濱啓曰: "上敎甚當。 但講官等, 雖名文臣, 豈皆學問有餘者乎? 自非弘文、成均之儒, 鮮有能通文義者矣。 今居是職者, 纔經數月, 輒遷他官, 故未有自爲己任而加功者。 臣願, 自今爲講官者, 勿許數遷, 以專其任。" 傳曰: "爾言良是。 學問不宜作輟, 必常加功, 然後可也。 今後侍講官, 令勿數遷。" 仍傳于政院曰: "其以此意, 諭吏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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