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전의 사자 원숙이 글을 올리다
대객 내관(大客內官)이 대내전(大內殿)의 사자(使者) 원숙(元叔)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인하여 서계(書契)를 받아서 올렸는데, 그 글에 이르기를,
"삼가 생각하건대, 폐하께서는 위로 하늘의 명을 받고 아래로 백성에게 덕을 베푸신 연후에 국가를 보유하여 한 인(仁)의 덕택이 만방(萬方)에 흡족하고, 만방의 마음이 한 인에 돌아가기 때문에, 멀고 가까운 나라가 소문을 듣고 목을 늘이며 내조(來朝)하지 아니함이 없습니다. 근년에 우리 나라 낙(洛)1450) 의 동남쪽을 근강(近江)과 하내(河內)라고 하는데, 두 나라에 흉악한 도적이 일어나서 이로 말미암아 지난해 대내전(大內殿)이 윤음(綸音)을 받들고 적자(嫡子) 신개(新介)를 상장(上將)으로 삼아서 수만 군사를 거느리고 낙(洛)에 올라와서 정벌하니, 근강(近江)은 이미 궤산(潰散)1451) 됨을 면하였으나, 하내(河內)는 평정되지 않았습니다. 성벽을 튼튼하게 하고 진(陣)을 마주 대하였는데, 양도(糧道)가 멀어서 바다와 육지의 요역(徭役)의 비용이 크고 많기 때문에, 사신(使臣)들이 큰 배를 타고 와서 귀국에 구원을 청하면서 방물(方物)을 바치고 입조(入朝)하여 새로 천안(天顔)에 배례하고 은사(恩賜)를 받았으니, 신이 멀리서 오느라 수고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바친 방물은 모두 공물(公物)로 인정하고, 값은 모두 목면(木綿)으로 제급(題給)하라는 명령을 받들어 따르게 되었으니, 신 등의 기쁨 손으로 춤추고 발로 뛰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중도에 주홍(朱紅)의 일을 변경시켜 받아들여 주지 않으시므로, 두 번 예조(禮曹)의 삼대인(三大人)에게 글을 올려 아뢰도록 하여 성상의 뜻이 너그럽게 허락하심을 거듭 입게 되었으므로, 기뻐하여 우러러보았는데, 또 변경이 있으니 각 사신의 뜻을 불쾌하게 하였습니다. 부산포(釜山浦)에서 방물(方物) 등을 바칠 것과 바치지 않을 품물(品物)에 대한 제문(制文)을 자세히 보니 주홍을 금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먼길에 보내어 올렸는데, 이제 받아들임을 얻지 못하니, 귀국(歸國)하면 사개(使价)1452) 가 불궤(不軌)1453) 한 죄로 벌을 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윤언(綸言)1454) 이 한 번 나오면 돌이키지 아니하는 것이 공도(公道)인데, 더구나 호령(號令)이 두세 번 나온 것이겠습니까? 아마도 집사(執事)가 꾀한 것인 듯합니다. 어찌 상위(上衛)의 명이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한 말로 예단(睿斷)1455) 하여 전의 명령에 의하여 오로지 정흥(政弘)의 글 가운데 소망(所望)한 동전(銅錢)·목면(木綿)·주홍(朱紅) 등을 받아들이는 은혜를 내려주시어 군사가 얼어 죽는 것을 구제하시면, 진실로 위(魏)나라 진비(晉鄙)1456) 가 백만 군사를 거느리고 조(趙)나라의 위급함을 구원하는 것과 같을 것이니, 신개(新价)는 한마(汗馬)1457) 의 공을 일역(日域)1458) 에 세우고 궁시(弓矢)의 이름을 후세에 떨칠 것입니다. 어찌 귀국의 여용(餘勇)이 아니겠습니까? 또 일본 국왕이 대왕의 후한 은혜를 감사하면 우리 나라 빙례(聘禮)하는 길이 막히지 아니하고, 귀국의 먼 나라를 회유(懷柔)하는 덕이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삼가 율시(律詩)1459) 를 지어 궐하(闕下)에 받들어 올리면서 구구(區區)한 하정(下情)을 진달하니, 신람(宸覽)하여 주시기를 삼가 바랍니다.
‘위나라는 조나라를 구원하고 초나라는 진나라를 구원하였으니
옛부터 급난에는 좋은 이웃을 의뢰했었네.
큰 은혜는 어찌 일찍이 무사를 번거롭게 하였겠습니까?
많은 재물로 지금에는 옛 동맹을 도와주시네.’
이른 아침 인정전(仁政殿)에서 읊은 근체(近體) 한 장(章)을 삼가 궐하에 받들어 올려 애오라지 거룩한 일을 하례합니다.
‘만세를 부르면서 요(堯)의 수(壽)를 축하하니.
한 송이 붉은 구름 햇가에 둘려 있네.
문관(文官)이 반을 갈라 조정에는 선비 있고,
무장(武將)이 나라 지켜 초야엔 어진 사람 없네.
붉은 벽돌 엷은 눈은 옥계의 새벽인데
푸른 소매 맑은 향기 금전의 앞이로다.
동쪽 바닷가 하찮은 신하 어연에 참석하니
뭇신선 노래 부르며 균천악(鈞天樂)1460) 을 연주하오.’"
하였는데, 전교하기를
"내관(內官)은 단지 명을 받들어 연향(宴饗)에 대할 뿐인데, 이제 글을 받아가지고 왔으니, 의당 이를 처벌해야 할 것이다. 또 그 글 가운데 내용이 매우 거만하며, 그 가운데 윤언(綸言)이 한 번 나왔다는 등의 말이 있는데, 이 일은 국가에서 저들에게는 말하지 아니하였으나 먼저 스스로 알고 있다. 대저 국가의 일을 저 사람들로 하여금 즉시에 문득 알게 하였으니, 어찌 가하겠는가? 그 주홍(朱紅)은 공무역(公貿易)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하니, 좌승지(左承旨) 이종호(李宗顥)가 아뢰기를,
"저 사람들로 하여금 조정의 일을 알게 한 것은 반드시 통사(通事)가 누설한 것이기 때문에, 이미 추국(推鞫)하게 하였습니다. 주홍을 무역하는 일은 국가에서 아직 성명(成命)이 없었다는 것을 저 사람들에게 말하면 되는데, 어찌 무역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5책 283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419면
- 【분류】외교-왜(倭) / 사법-탄핵(彈劾)
- [註 1450]낙(洛) : 수도를 가리킴.
- [註 1451]
궤산(潰散) : 전쟁에 패하여 흩어짐.- [註 1452]
사개(使价) : 사자.- [註 1453]
불궤(不軌) : 법을 지키지 아니함.- [註 1454]
윤언(綸言) : 왕명.- [註 1455]
예단(睿斷) : 임금의 결단.- [註 1456]
진비(晉鄙) : 전국 시대 위나라 장수.- [註 1457]
한마(汗馬) : 말을 땀나게 하는 전쟁을 말함.- [註 1458]
일역(日域) : 일본을 가리킴.- [註 1459]
율시(律詩) : 한시(漢詩)의 한 체(體). 오언(五言) 또는 칠언(七言)의 팔구(八句)로 되어 있는데, 제삼구(第三句)와 제사구(第四句), 제오구와 제육구가 각각 대구(對句)를 이룸.- [註 1460]
균천악(鈞天樂) : 아주 미묘(微妙)한 천상(天上)의 음악. 균천 광악(鈞天廣樂).○對客內官饋大內殿使元叔, 因受書契以上。 其書曰: "伏惟陛下, 受命上天, 施德下民, 然後奄有國家, 一仁之澤洽萬方, 萬方之心歸一仁, 故遐邇聞風延頸, 靡不來朝矣。 近年吾國洛東南曰近江, 曰河內, 兩國凶賊蠭起, 由是去歲大內殿奉綸音, 俾嫡子新介爲上將, 率數萬軍兵上洛而征伐焉。 近江旣免潰散, 河內未平, 堅壘對陳, 糧道遼遠, 海陸徭役, 費用巨多也。 故使臣等駕巨船求救於貴國, 獻方物入朝, 新拜天顔, 辱蒙恩賜, 以臣遠來之勞, 特所獻方物, 悉爲公物價直者, 皆以木綿題給, 從欽聽命, 臣等欣抃, 不知手舞足蹈。 爰中塗而朱紅事有變改, 不被納, 再奉書於禮曹, 三大人謁奏, 重蒙上意之優許, 而歡喜仰瞻處, 亦有變改, 各使意快快。 於釜山浦方物等上進與不上進之品物, 制文詳看了, 朱紅者無禁之, 故遠路送進, 今不被納, 無乃何歸國, 則使价有不軌之罪而被罰。 綸言一出不返者, 公道也。 況號令再三出矣, 恐執事所謀歟? 寧上衛之命乎? 伏望睿斷一言, 照依前號令, 而專政弘書中所望銅錢、木綿, 朱紅等被納賜恩惠, 而救於軍士凍死, 則實魏 晋鄙將百萬兵, 與救於趙急同然, 則新介立汗馬功於日域, 振弓矢名於末代也, 豈不貴國之餘勇乎? 抑又日本國王定感大王之厚惠, 則吾國聘禮之路不塞, 貴國懷遠之德愈廣。 欽賦律詩, 奉獻上闕下, 以陳區區下情云, 伏望宸覽。 魏兵救趙、楚救秦, 自古急難憑善隣, 皇庇何曾煩武士, 高貲今助舊盟人。 早朝仁政殿口號近體一章, 謹奉呈上闕下, 聊賀盛事云耳。 嵩號萬歲祝堯年, 一朶紅雲擁日邊, 鵷鷺分班朝有士, 熊羆入兆野無賢, 華塼雪薄玉階曉, 翠袖香薰金殿前, 東海小臣陪御宴, 群仙歌吹奏鈞天。" 傳曰: "內官只奉命對享而已, 今乃受書以來, 固當罪之矣。 且書中之辭甚慢, 而其中有綸言一出等語, 此事國家不言於彼輩, 而先自知之。 大抵國家之事, 使彼人登時輒知, 豈爲可哉? 其朱紅公貿何如?" 左承旨李宗顥啓曰: "使彼人得知朝廷事, 必通事漏洩, 故已令推鞫矣。 朱紅貿易事, 國家未有成命言於彼人, 何必貿易乎?"
- 【태백산사고본】 45책 283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419면
- 【분류】외교-왜(倭) / 사법-탄핵(彈劾)
- [註 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