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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281권, 성종 24년 8월 5일 정묘 1번째기사 1493년 명 홍치(弘治) 6년

전 개성부 유수 고태필이 제주의 일에 관해 아뢰다

전(前) 개성부 유수(開城府留守) 고태필(高台弼)이 상서(上書)하기를,

"신이 조모(祖母)를 따라 제주(濟州)에서 자라나서 본주(本州)의 일을 갖추어 경험하여 압니다. 삼가 양전(量田) 및 국둔 자마(國屯雌馬)를 쇄출(刷出)1067) 하는 것의 적당하지 못한 일을 아래에 조목으로 진술하여 우러러 성감(聖鑑)1068) 을 번거롭게 합니다.

1. 본주는 천사방성(天駟房星)1069) 이 비치는 땅인지라 원(元)나라 세조(世祖)가 목장(牧場)을 만들기를 명하여 달단마(韃靼馬)를 들여보내어 놓았는데 지금에 와서 일컫기를, ‘용매(龍媒)1070) 의 소생(所生)이라.’고 하니, 이 까닭으로써 어승마(御乘馬)1071) 를 많이 생산하는데, 매년 별초(別秒)1072) 하는 삼명일(三名日)1073) 의 공헌마(貢獻馬) 외에 ‘국둔 자마는 비시(非時)1074) 에 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저 암말은 2,3월에 잉태(孕胎)하여 8,9월 사이에 골격이 이미 이루어지게 되는데 말의 낙태(落胎)가 추절(秋節)에 더욱 심합니다. 목자(牧子)1075) 들이 그 낙태를 두려워하는 것은 새끼와 어미 말이 함께 죽으면 따라서 징속(徵贖)1076) 하는 때문으로, 물과 풀이 함께 풍족한 곳에 서서히 성질에 순응하여 몰아서 놓고 아들처럼 보호하더라도 오히려 낙태하게 됩니다.

이번 점마(點馬)1077) 하러 들어가는 때가 바로 날씨가 춥고 바람이 싸늘한 9,10월 사이인데, 환장(環場)·사장(蛇場)의 협착한 곳에 모두 몰아넣어서 골라잡게 할 때에 암수가 샘[猜妬]하여 스스로 물고 차기를 좋아하므로 낙태하는 것이 반(半)이 넘거니와, 이로 인하여 국마(國馬)가 감손(減損)되니, 신은 감히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부득이한 일이라고 하면, 오는 갑인년(甲寅年)1078) 3,4월 사이에 잉태한 말이 생산을 마치기를 기다린 뒤에 잡아내면 낙태로 감손되는 폐단이 없을 것입니다. 《대전(大典)》가운데, 자원하여 암말을 진상(進上)하는 자는 상등(上等)은 대가(代價)의 쌀이 15석이고 중등(中等)은 10석이며 면포(綿布)를 서로 반씩 주게 하였으므로, 일체 서울에 머무르는 자제(子弟)와 상번(上番)하는 군사들이 쌀과 면포를 받아서 서울에 머무는 양식으로 삼게 하였으니, 은혜가 지극히 컸습니다. 지난 을사년(乙巳年)1079) 에 흉년으로 인하여 임시로 없앴는데 그대로 따라 이제까지 회복되지 아니하여, 본주(本州)의 시위(侍衛)하는 사람들이 계옥(桂玉)의 한탄1080) 을 견디기 어려워서, 이로 인해 자제(子弟)가 서울에 머무는 자가 매우 적습니다. 다행히 지금 여러 해 풍년이 들어서 국가의 저축이 남음이 있으니, 만약 암말을 자원하여 진상하는 법을 회복하면 사람들이 값을 받는 것을 즐거워하여 품질이 좋은 우량한 말[馬]을 아끼지 아니하고 화류 숙상(驊騮驌騮)1081) 의 암말을 수년이 아니되는 사이에 다투어서 서로 진상할 것이거니와 곧 육지의 여러 섬에서 모아다 놓으면 자연히 좋은 말이 산출될 것인데, 국둔 빈마(國屯牝馬)를 쇄출(刷出)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파부마(把父馬)1082) 는 민간에서 얻기 어려우니, 그 진상하는 암말의 수에 따라서 국둔 파부마(國屯把父馬)로 합당한 만한 숫말[牡馬]을 매년 봄철에 조금씩 쇄출하여 합해서 놓으면, 국가에서 실책이 되지 아니하고 이루어진 법을 준수하는 아름다움이 또한 있을 것입니다.

1. 본주(本州)는 다른 육지와 비할 것이 못되어, 사면의 석산(石山)에 흙이 덮였는데, 산 중턱 이상은 지맥(地脈)이 두터우나 국용(國用)에 가장 긴요한 산유자목(山柚子木) 이년목(二年木)·비자목(榧子木)·안식향(安息香) 나무가 많이 생산되므로 일찍이 경차관(敬差官)을 보내어 표(標)를 세워서 벌채를 금하고 경작을 금하게 하였고, 산 중턱 이하의 주위에 열 군데 목장을 설치하였는데 한 목장의 주위가 1식(息) 반(半), 혹은 2식이며, 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지맥이 엷어서 한 번 경작한 뒤에는 모름지기 5,6,7년을 묵혀서 그 지력(地力)을 쉬게 하여야 경작해 먹을 수 있습니다. 또 이 땅은 바위와 돌이 많고 삼루(滲漏)1083) 가 많아서 2,3일 비가 오지 아니하면 가뭄이 먼저 드는 형편이라 씨를 붙이는 시기를 잃게 되고, 겨우 싹이 서게 되어도 말라 죽기가 쉽습니다. 개간하여 경작할 만한 땅은 겨우 10분의 1이며 오곡(五穀)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논이 드물어서 세 고을 수령의 공궤(供饋)하는 쌀은 단지 물고기와 미역을 가지고 육지에서 바꾸어야 겨우 채울 수 있으며, 민간에서는 오직 말[馬]을 파는 것으로 생업을 삼고 보리·기장[稷]·산채(山菜)·해채(海菜)로 보충합니다.

또 바다에 폭풍이 갑자기 일어나서 짠 물결이 충격(衝激)하여 사방에 흩어져 떨어지기를 비가 오는 것과 같이 하니, 벼가 타고 곡식이 죽어서 해마다 실농(失農)하여 봄철에 곡식이 다할 때에 이르면 백성들이 굶주려서 얼굴빛이 짙게 검어서 사람 모양과 같지 아니하고는 밀·보리가 처음 패자 성숙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이삭을 뽑아다가 죽을 만들어 마시나 얼굴빛은 여전하니, 이는 오로지 토지가 척박(瘠薄)한 소치로 그러한 것입니다. 지금 대개 9등의 공법(貢法)1084) 으로 성적(成籍)1085) 하는데, 한 번 성적을 한 뒤에는 백성이 바치는 취영(取盈)1086) 의 수(數)는 20년의 기한을 기다리지 아니하므로, 살을 깎고 뼈를 부수어 백성들이 살 수 없어서 사방으로 흩어져 가게 될 것이니, 세 고을이 이로 인해 비어 있게 되면 누구와 더불어 섬을 지키겠습니까? 이는 작은 일이 아닙니다. 제주 목사(濟州牧使)로 하여금 적당한지 아니한지를 물어서 계문(啓聞)하게 한 뒤에 양전(量田)하여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는데, 해사(該司)에 내리기를 명하고, 인하여 전교하기를,

"고태필(高台弼)이 지금 직임(職任)이 없는가? 어찌하여 오래 보지 못하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4책 281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378면
  • 【분류】
    역사-전사(前史) / 과학-지학(地學) / 외교-원(元) / 정론-간쟁(諫諍) / 농업-양전(量田) / 농업-임업(林業) / 교통-마정(馬政) / 재정-진상(進上) / 재정-전세(田稅) / 물가-물가(物價)

  • [註 1067]
    쇄출(刷出) : 샅샅이 조사하여 찾아냄.
  • [註 1068]
    성감(聖鑑) : 임금의 감식(鑑識).
  • [註 1069]
    천사방성(天駟房星) : 거마(車馬)를 맡았다고 하는 별 이름.
  • [註 1070]
    ‘용매(龍媒) : 준마(駿馬).
  • [註 1071]
    어승마(御乘馬) : 임금이 타는 말.
  • [註 1072]
    별초(別秒) : 별도로 뽑음.
  • [註 1073]
    삼명일(三名日) : 임금의 탄신일(誕辰日)과 정월 초하루 및 동지(冬至)의 세 명절[三名節].
  • [註 1074]
    비시(非時) : 제때가 아님.
  • [註 1075]
    목자(牧子) : 목장의 말을 먹이는 사람.
  • [註 1076]
    징속(徵贖) : 값을 물림.
  • [註 1077]
    점마(點馬) : 말을 점고(點考)하는 일.
  • [註 1078]
    갑인년(甲寅年) : 1494년 성종 25년.
  • [註 1079]
    을사년(乙巳年) : 1485년 성종 16년.
  • [註 1080]
    계옥(桂玉)의 한탄 : 옛날 초(楚)나라에서 땔나무가 계수나무보다 비싸고 밥이 옥(玉)보다 귀하였다는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로, 식생활의 어려움을 말함.
  • [註 1081]
    화류 숙상(驊騮驌騮) : 옛날 준마(駿馬)의 이름. 화류와 숙상.
  • [註 1082]
    파부마(把父馬) : 종모마(種牡馬).
  • [註 1083]
    삼루(滲漏) : 물이 샘.
  • [註 1084]
    9등의 공법(貢法) : 연분 구등법(年分九等法)에 의하여 조세(租稅)를 거두어 들이던 지세(地稅)제도. 토지를 그 비척(肥瘠)에 따라 상상전(上上田)에서 하하전(下下田)까지 아홉 등급으로 나누어 거둬들였음.
  • [註 1085]
    성적(成籍) : 대장(臺帳)을 만듦.
  • [註 1086]
    취영(取盈) : 《맹자(孟子)》 등문공(滕文公) 상편(上篇)에 있는 말인데, 조세(租稅)를 받는 데 있어 풍년에는 많이 받아도 될 것인데 적게 받고 흉년엔 토지를 걸우어 농사를 지어도 조세낼 것이 부족한데도 꼭채워서 받는 것으로, 감(減)하여 받지 않는다는 말임.

○丁卯/前開城府留守高台弼上書曰:

臣隨祖母長於濟州, 本州之事耳聞目覩, 備嘗知之。 謹以量田及國屯雌馬刷出未便事, 條陳于後, 仰塵聖鑑。 一, 本州天駟房星照臨之地, 世祖命作牧場, 以韃靼馬入放, 至于今號稱龍媒所生, 以故多産御乘之馬, 每年別抄三名, 日貢獻馬外, 國屯雌馬, 不令非時刷出也。 夫牝馬二、三月孕胎, 八、九月間骨骼已成, 馬之落胎, 秋節尤甚, 牧子等畏其落胎, 子母俱斃, 從而徵之。 故水草俱足之處, 徐徐順性驅放, 保之如子, 猶且落胎, 今次點馬入去之時, 正當天寒風冷, 九、十月之間, 環場蛇場狹窄之處, 盡令驅入揀捉時, 牝牡猜妬, 喜自踶嚙, 蹴踏落胎者過半矣。 因此國馬減損, 臣不敢不爲之慮也。 如不得已, 來甲寅年三、四月間, 待孕馬畢産後捉出, 則無落胎減損之弊矣。 《大典》內, 自願進上牝馬者, 上等價米十五碩, 中等米十石, 綿布相半給之, 一應留京子弟上番軍士等, 受米布以爲留京糧, 恩至渥也。 頃在乙巳, 因歉權除, 因循至于今未復, 本州侍衛人等, 難堪桂玉之歎, 因此子弟留京者甚少。 幸今累年豐稔, 國家蓄積有餘, 若復牝馬自願進上之法, 人樂受價, 品好良馬, 不自愛惜, 驊騮驌驦之牝, 不數年間爭相進上矣。 卽於陸地諸島合放, 則自然良馬産出, 國屯牝馬不必刷出矣。 惟把父馬, 民間難得, 隨其進上牝馬之數, 國屯把父, 可當牡馬, 每年春節, 稍稍刷出合放, 則國家未爲失計, 亦有遵守成憲之美矣。 一, 本州非他陸地之比, 四面石山戴土, 山腰以上, 地脈肥厚, 然而國用最緊, 山柚子木、二年木、榧子木、安息香木多産焉。 曾遣敬差官, 立標禁伐禁耕。 山腰以下周回設十牧場, 一場周回一息半或二息, 除此外率皆地脈浮薄, 一耕之後須陳五、六、七年, 休其地力, 乃得耕食。 且此土多巖石, 多滲漏, 二三日不雨, 則旱乾先形, 付種失時, 僅得立苗, 易致枯槁, 開墾可耕之地, 僅十分之一, 五穀不成, 水田希罕, 三邑守令供饋之米, 只將魚藿, 陸地貿遷, 方能僅足。 民間則專以鬻馬爲生, 麥、稷、山海菜補之, 又有海中暴風忽作, 鹹浪衝激, 散落四方, 如雨焦禾殺稼, 年年失農, 至於春節乏穀之時, 黎民餓莩, 面色深黑, 不似人形, 兩麥始出, 不待成熟, 捋穗作粥啜之, 形色如舊, 專是土地瘠薄之致然也。 今槪以九等貢法成籍, 則一籍之後民納取盈之數, 不待二十年之限, 刻肌推髓, 民不聊生, 散而之四方, 三邑因而空虛, 誰與守島? 此非細故也。 令濟州牧使, 訪問便否啓聞後, 量田未晩也。

命下該司, 仍傳曰: "台弼今無職任乎? 何久不見耶?"


  • 【태백산사고본】 44책 281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378면
  • 【분류】
    역사-전사(前史) / 과학-지학(地學) / 외교-원(元) / 정론-간쟁(諫諍) / 농업-양전(量田) / 농업-임업(林業) / 교통-마정(馬政) / 재정-진상(進上) / 재정-전세(田稅) / 물가-물가(物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