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성종실록280권, 성종 24년 7월 18일 경술 2번째기사 1493년 명 홍치(弘治) 6년

장령 황계옥이 수군의 폐단에 대해 차자를 올리다

장령(掌令) 황계옥(黃啓沃)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신이 요즈음 명을 받들고 순행하여 경기(京畿) 지면(地面)에 이르니 모든 이민(吏民)과 수령(守令)이 수군(水軍)의 노고(勞苦)하는 상황을 말하지 아니하는 자가 없었습니다. 이제 그 폐단이 커서 강구(講究)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을 들어서 삼가 아래와 같이 조목으로 진술합니다.

1. 삼가 《대전(大典)》을 상고하건대, 무릇 군사는 대부분 3,4번으로 서로 교대하므로 공(公)에 있는 날이 적고 집에서 생업을 다스리는 날이 많은데, 오직 수군만은 2번으로 나누어 한 달마다 서로 교대하니, 한 해 가운데 공무에 있는 것이 반이 넘어 이미 고통스럽습니다. 그 가운데 먼 지방인 강원도(江原道)·충청도(忠淸道) 백성은 양식을 싸가지고 경기(京畿)의 여러 진(鎭)에 번상(番上)하니 왕래(往來)하는 길에서 머무는 날과 진에 머무는 날을 빼면 한 해 가운데 집에 있는 것이 더욱 적습니다. 소민(小民)의 생활은 비록 한 해를 마치도록 부지런히 활동하더라도 오히려 죽음을 구제하기에도 넉넉하지 못한데, 더구나 수군 번상(水軍番上)의 고통이 이와 같으니, 어느 겨를에 생업(生業)을 다스리겠습니까? 이제 크고 작은 영선(營繕)에 모두 수군을 사역(使役)하여 영독(領督)을 몹시 급하게 하니, 배겨낼 수 없어서 이에 사람을 고용(雇用)하여 대신 보내는데, 면포(綿布) 6,7필로써 한 달의 역(役)을 보상하는 데 이르며, 1년 동안 이와 같이 역을 보상하는 자가 하나만이 아니므로 의당 그 궁곤함이 지극하여 땅을 팔거나 집을 판 뒤에야 그칠 것이며 떠나거나 흩어져서 몸을 도피한 뒤에야 그칠 것입니다. 근래에 사역하는 곳이 더욱 많아서 간혹 수군으로 하여금 인번(引番)하여 사역시키기도 합니다. 이른바 인번이란 것은 이를테면 이달에 당번(當番)한 자는 다음달에 하번(下番)하는 것인데, 불시(不時)에 전지(傳旨)를 내려서 경기 감사(京畿監司)가 군사를 징집하여 부역(赴役)하게 하면, 제진(諸鎭)의 당번 수군으로 여러 곳에 부역하는 수를 제하고, 유방(留防)하는 액수가 적어서 새로이 징집하는 수에 차지 못하면 반드시 하번 군사를 함께 불러 이에 응하게 하는 것을 인번(引番)이라고 하는데, 몇 달을 연하여 공무로 있게 되니, 그 노고 또한 심함이 있습니다. 신은 생각하기를, 무릇 영선(營繕)에 인력(人力)을 사역하는 일은 그 완급(緩急)을 살피고, 그 대소(大小)를 참작하여 늦출 만한 것은 늦추고 줄일 만한 것은 줄여서 인번하는 폐단이 없도록 하여, 그 힘을 조금 펴게 하는 것이 가하다고 여깁니다.

1. 경기(京畿) 6포(浦)에서 진상(進上)하는 어물(魚物)은 한 달 안에 보름 전후에 한 차례[度], 대일차(大日次) 한 차례, 소일차(少日次) 4,5차례이고, 또 연달아서 별도로 바치는 물건이 있으니 군읍(郡邑)과 다름이 없습니다. 6포의 군사는 모두 여러 곳에 응역(應役)하고, 실제로 유방(留防)하는 자는 겨우 10분의 1,2이므로, 해착(海錯)940) 을 채취하는 데에 힘이 스스로 부족합니다. 그리고 또 해산물의 생산은 곳에 따라 다름이 있으니, 백하(白蝦)941) 같은 것은 강화(江華)에서는 천하고 남양(南陽)에서는 귀하며, 생합(生蛤)은 인천(仁川)에는 나고 안산(安山)에는 없으며, 수어(秀魚)는 비록 있다고 하더라도 길이 멀어서 상하기가 쉬우므로, 반드시 경강(京江)에서 사는데 한 필의 베[布]로 한 자의 물고기와 바꾸며 봉진(封進)할 때에 경영고(京營庫)에 간섭을 받고, 사옹원(司饔院)에 저지당하는데, 반드시 인정(人情)을 쓴 뒤에야 바치게 됩니다. 때없이 바치는 주선(晝膳)과 별진(別進)의 물건에 이르러서는 간혹 아침에 영(令)을 내려 저녁에 독촉하기도 하고, 혹은 오늘 영을 내려서 내일 진상하도록 하여 기한이 너무 촉박하기도 합니다.

제읍(諸邑)은 경저(京邸)942) 가 있어서 족히 대가(貸價)로써 시장에서 바꾸어 바칠 수 있지만, 제진(諸鎭)은 바다 모퉁이에 깊숙이 있어서 늦거나 어기는 일이 많으므로, 만호(萬戶)와 첨사(僉使)의 견책(譴責)이 잇따르니, 이에 어물을 바꾸고 뇌물을 바치며 벌(罰)을 속(贖)바치게 하는데, 세 가지 비용을 일체 수군에게 취하여 판출(辦出)하며, 거기에 덧붙여서 영선(領船)·진무(鎭撫)의 간활(奸猾)함과 만호·첨사(僉使)의 탐도(貪饕)943) 함이 또 따라서 그들을 괴롭게 합니다. 국가에서 그 폐단이 여기에 이를 줄을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신은 생각하기를, 상공(上供)하는 물건은 혹시라도 빠뜨릴 수 없으나, 다만 물건의 생산이 있고 없음을 살피고, 도로의 멀고 가까움을 참작하여 제진(諸鎭)의 먼 지방에는 무시별선(無時別膳)의 진상(進上)을 면제하고, 비록 간혹 진상한다 하더라도 번거롭고 촉박한 데에 이르지 아니하도록 하며, 또 장선 내관(掌膳內官)으로 하여금 횡용(橫用)을 삼가게 하고, 각처의 사송(賜送)은 그 지나치고 많음을 절약하여 수군의 힘을 쉬게 하는 것이 가할 듯합니다.

1. 국가에 수군(水軍)을 설치한 것은 본래 해적(海賊)을 방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비와 아들이 대대로 전하고 또 원패(圓牌)944) 를 주어 그 모형(貌形)과 연적(年籍)을 새겨서 대체(代替)하지 못하게 한 것은 그 업(業)에 전념하도록 하려고 한 것입니다.

지금 무릇 중외(中外)의 인력을 사역하는 일에 반드시 먼저 수군을 사역하는 것은 대개 승평(昇平)한 날이 오래 되어 방어에 매우 긴급하지 아니하고 일반 백성을 가볍게 동원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이에 수군을 모두 몰아다가 부역(赴役)하게 하니, 유방(留防)하는 수(數)는 겨우 10분의 1,2이므로, 제색 차비(諸色差備)에 겨우 채워서 갖추는데, 어느 겨를에 배를 조련(操鍊)하고 칼을 쓰는 것을 배워서 불의의 사변에 쓰도록 하겠습니까? 국가에서 왜(倭)를 대우하기를 매우 후하게 하여 그 하고자 하는 바에 굽혀 따릅니다. 그러나 대우하기를 친근하게 하면 방비하는 데 반드시 주밀하지 못하고, 은혜가 지나치면 원망이 따라서 생기기 쉽습니다. 오늘날의 삼포(三浦) 왜인을 보건대, 큰 종기[大癕]를 기르는 것과 같아서 한 번 부딪치면 터질 것입니다. 근년에 북쪽 지방에 일이 없던 때에는 누가 하루아침에 조산(造山)의 화(禍)가 있을 것을 예측하였겠습니까? 신은 생각하기를, 수군을 혹시 사역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유방(留防)하는 수는 수를 적게 하지 말고 남는 힘이 있도록 하여 그 업(業)을 익혀서 방어하는 방법을 잃음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할 듯합니다.

1. 군사에게 보(保)를 주는 법은 《대전》에 실려 있는데, 금위병(禁衛兵)으로부터 밑으로 잡색 군사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거의 20이며, 그 수(數)가 몇 만(萬)인지를 알지 못하는데, 사람마다 각각 보가 있어서 모두 양민(良民)으로 이를 채웁니다. 군졸 가운데 수군이 가장 괴로와서 더욱 보가 되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므로 국가에서 매양 군적(軍籍)을 닦을 때에 정보(丁保)를 채우지 못해 혹시 헛이름[空名]만 싣고 그 실상이 없는 것이 있으니, 그 폐단은 군액(軍額)은 많고 양민이 적은 데 있습니다. 무릇 백성은 천인(賤人)을 싫어하고 양민이 되기를 좋아하는 것은 그 편안함 때문인데, 이제 양민과 천인이 수고롭고 편안함이 상반(相反)되어, 수군은 포(布) 6,7필로써 한 달의 역(役)을 보상하는데, 공천(公賤)의 공포(貢布) 한 필을 바치는 것과 사천(私賤)의 편히 있으면서 생업(生業)을 이루는 것에 비하면 또 어찌 서로 크게 다릅니까? 이에 양민의 집 아들이 천인으로 돌아가기를 좋아하고 혹은 중이 되어 군적(軍籍)에 빠지기도 하니, 정보(丁保)가 날마다 줄어들어 군졸이 더욱 고통스러움은 오로지 이 까닭입니다. 신은 생각하기를, 백성은 진실로 나라의 근본이며, 양민이란 것은 또 나라의 조아(爪牙)가 되는데, 그 휴양(休養)·생식(生息)하는 도(道)를 강구하여 미리 염려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삼가 원하건대, 성상께서는 신의 말을 오활(迂闊)945) 하다 하지 마시고 조금이라도 살펴서 받아들여 주소서."

하였는데, 전교하기를,

"해조(該曹)로 하여금 상의(商議)하여 아뢰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4책 280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366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군사-군정(軍政) / 군사-군역(軍役) / 군사-지방군(地方軍)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수산업-어업(漁業) / 재정-진상(進上) / 신분-상민(常民)

  • [註 940]
    해착(海錯) : 해산물.
  • [註 941]
    백하(白蝦) : 흰 새우.
  • [註 942]
    경저(京邸) : 경저리(京邸吏)가 사무를 보는 곳. 경저리는 서울에 있으면서 지방 관청의 서울에 관한 일을 대행하여 보는 사람임.
  • [註 943]
    탐도(貪饕) : 재물을 탐함.
  • [註 944]
    원패(圓牌) : 선군(船軍)의 신분 증명서. 한 면에는 부모(父母)의 성명(姓名)과 본인의 이름·나이·생김새를 새기고, 다른 한 면에는 거주지(居住地)와 소속 포(浦)·영(領)의 소속을 새기고 전자(篆字)로 선군이란 낙인(烙印)을 찍었음.
  • [註 945]
    오활(迂闊) : 사정에 어둡고 실용에 적합하지 않음.

○掌令黃啓沃上箚子曰: "臣近者承命巡到京畿地面, 凡吏民與守令, 無不以水軍勞苦之狀言之者, 今擧其弊之大而不可不講究者, 謹條陳如左。 一, 謹按《大典》, 凡軍士率皆三四番相遞, 在公之日少而在家治生之日爲多, 惟水軍則分二番, 每一朔相遞, 一歲之中, 在公者過半, 已爲苦矣。 其中遠地如江原忠淸之民, 贏糧番上于京畿諸鎭, 除往來在途日及留鎭日, 一歲之中, 在家者益少。 小民之生, 雖終歲勤動, 猶曰救死不贍, 況水軍番上之苦如此, 何暇治生乎? 今者大小營繕, 皆役水軍, 領督甚急, 不能支勝, 於是雇人代替, 至以綿布六七匹償一朔之役, 一歲之中如此償役者不一, 宜其窮困之極, 鬻田賣屋而後已, 流散躱避而後已。 近來役處尤多, 或使水軍引番役之, 所謂引番者, 如今朔當番者, 來朔則下番, 然不時下旨, 京畿監司徵軍赴役, 則諸鎭當番水軍, 除諸處赴役之數, 留防額少, 未滿新徵之數, 則必幷致下番之軍而應之, 謂之引番。 連朔在公, 其勞苦又有甚焉。 臣意以謂, 凡營繕力役之擧, 察其緩急, 酌其大小, 可緩者緩之, 可損者損之, 俾無引番之弊, 少紓其力可也。 一, 京畿六浦進上魚物, 一月之內望前後一度, 大日次一度, 小日次四五度, 又有連續別獻之物, 與郡邑無異, 六浦之軍, 皆諸處應役, 實留防者纔十分之一二, 採取海錯, 力自不裕, 且海物之産, 隨地而有異, 如白蝦賤於江華南陽則貴之, 生蛤出於仁川安山則無之, 秀魚雖有而路遠易敗, 必貿於京江, 以一匹布易一尺魚, 封進之時, 關於京營庫, 阻於司饔院, 必致人情而後納之, 至於無時晝膳別進之物, 或朝令而夕督, 或今日令而明日進之, 期限大迫, 諸邑則有京邸, 足以貸價市易而納之, 諸鎭則深在海角, 多致稽違, 萬戶僉使, 譴責相繼, 於是貿魚, 致賂贖罰, 三色之費, 一切取辦於水軍, 加以領船鎭撫之姦猾, 萬戶僉使之貪饕, 又從而病之, 國家豈料其弊之至於此哉? 臣意以謂, 上供之需, 不可或缺, 但察其物産之有無, 酌其道里之遠近, 諸鎭遠地, 免進無時別膳, 雖或有進, 不至煩迫, 又令掌膳內官, 愼於橫用, 各處賜送, 節其濫夥, 以休水軍之力可也。 一, 國家水軍之設, 本爲備海賊也。 父子世傳, 且授圓牌, 刻其貌形年籍而無得代替者, 欲專其業也。 今也, 凡中外力役之擧, 必先役水軍者, 蓋謂昇平日久, 防禦不甚緊關, 齊民不可輕動, 於是盡驅水軍而赴之, 留防之數纔十分之一二, 諸邑差備, 僅足充具, 何暇學操舟鳴劍, 以爲不虞之用哉? 國家待甚厚, 曲從其欲, 然待之翫也, 備必不周, 恩之過也, 怨從易生, 今日之視三浦 人, 如養大癰, 一抵則潰。 近年當北方無事之日, 孰料一朝有造山之禍哉? 臣意以爲, 水軍雖或可役, 而留防之數, 勿令數少, 使有餘力, 以習其業, 無失備禦之方可也。 一, 軍士給保之法, 載在《大典》, 自禁衛之兵, 下至雜色之軍, 其類幾於二十, 其數不知幾萬, 而人各有保, 皆以良民充之。 軍卒之中, 水軍最苦, 尤不樂爲保, 國家每修軍籍, 丁保未充, 或載空名而無其實者, 其弊在於軍額廣而良民少也。 凡民惡賤而樂爲良者, 以其安佚也。 今良民與賤口, 勞佚相反, 水軍以布六七匹償一朔之役, 其視公賤之納貢一匹, 私賤之安居遂業者, 又何相遠也? 於是, 良家之子喜歸于賤, 或爲僧脫籍, 丁保日減, 軍卒益苦, 職此之由。 臣意以爲, 民固邦國之本, 而良民者又爲邦國之爪牙也, 其休養生息之道, 不可不講究而預爲之慮也。 伏願聖上, 無以臣言爲迂, 少垂察納。" 傳曰: "其令該曹商議以啓。"


  • 【태백산사고본】 44책 280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366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군사-군정(軍政) / 군사-군역(軍役) / 군사-지방군(地方軍)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수산업-어업(漁業) / 재정-진상(進上) / 신분-상민(常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