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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279권, 성종 24년 6월 6일 무진 1번째기사 1493년 명 홍치(弘治) 6년

유구 국왕 상원이 범경과 야차랑을 보내어 내빙하다

유구 국왕(琉球國王) 상원(尙圓)범경(梵慶)을 보내어 내빙(來聘)하였는데, 그 서계(書契)661) 에 이르기를,

"유구 국왕 상원(尙圓)조선 국왕 전하(朝鮮國王殿下)께 엎드려 아룁니다. 삼가 우리 작은 부용(附傭)662) 의 나라를 큰 섬이라고 여겼었는데, 근래에 일본(日本)의 갑병(甲兵)이 와서 빼앗고자 하므로, 이로 인하여 전사(戰死)한 자가 매우 많았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싸움할 때마다 이긴 것이 십중팔구여서 천리(千里)에서 적의 예봉(銳鋒)을 꺾었습니다. 삼가 살펴보건대, 우리 나라는 다섯 산에 명찰(名刹)을 세워 모두 장전(藏殿)663) 을 두고, 매일 중의 무리에게 명하여 번전(繙轉)664) 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황가(皇家)의 만세(萬歲)를 기도하여 올리게 하였더니, 그 기이한 상서(祥瑞)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이는 진전(眞詮)의 제부(諸部)에서 가호한 바라고 설명되지만, 또한 황가의 후한 은혜가 아니겠습니까? 지극히 빌고 또 빕니다. 그러므로 장전(藏殿)의 복된 터를 거듭 정하고자 하는데, 대개 우리 작은 나라는 쓸 만한 좋은 재목이 부족합니다. 귀국(貴國)의 훌륭한 물건을 내려 주시어 창건하기를 삼가 원하므로, 사선(使船)을 보내는 것입니다. 면포(綿布) 약간 필(匹), 백저포(白苧布) 1천 필, 호피(虎皮)·표피(豹皮) 2백 장(張), 이러한 은사(恩賜)를 받게 되면, 사선(使船)을 남만(南蠻)에 보내어 자단(紫檀)665) 과 화리(花梨)로 대들보를 만들고 연와(鉛瓦)로 지붕을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방물(方物)의 조목은 별폭(別幅)을 갖추었습니다. 후추[胡椒] 5백 근(斤), 대도(大刀) 1백 파(把), 복단향(樸段香) 2백 근, 정향(丁香) 1백 근, 오매(烏梅) 3백 근입니다. 상인들의 매물(買物)은 동철(銅鐵)·상어피[沙魚皮]·주홍(朱紅)입니다. 이 매물들은, 우리 작은 나라에 무너진 절이 있어 이름을 천룡사(天龍寺)라고 하는데, 지금 이를 일으키기 위해 가지고 건너가는 것 두세 가지입니다. 원하건대, 선례(先例)대로 내려 주시기를 허용하신다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하였다. 또 야차랑(也次郞)을 보내어 내빙(來聘)하였는데, 서계(書契)에 이르기를,

"대저 생각건대, 상방(上邦)의 선정(善政)은 인자함이 안에서 넘쳐 화이(華夷)가 그 교화(敎化)에 모두 복종하고, 은택(恩澤)이 외방에 퍼져 사해(四海)가 그 덕(德)을 우러러봅니다. 그러므로 귀국은 우리 고을과 비록 만리(萬里)의 바다에 떨어져 있지만, 제 마음은 항상 뭇별이 북극성을 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인하여 수차 사선(使船)을 보내어 평안하신지 여쭈었으며, 또 중한 은혜를 입었습니다. 특별히 올해에는 《대장경(大藏經)》을 내려 주셨으므로, 즉시 안국선사(安國禪寺)에 두고 만세토록 국가의 진기한 보물로 삼을 것이니, 손뼉치며 즐거워함이 지극하고 말로써 이루 미칠 수 없어 매우 다행하고 다행합니다. 삼가 만분의 일의 예(禮)라도 펴고자 하여 대궐 아래에서 엎드려 배례(拜禮)를 바치도록 하는 것이니, 살피고 살펴 주십시오. 헌납(獻納)할 방물(方物)은 별폭(別幅)에 갖추었습니다. 단목(丹木) 3백 근, 후추 2백 근, 정향(丁香) 1백 근, 오매(烏梅) 2백 근, 납철(鑞鐵) 1백 근입니다. 상인의 매물(買物)은 황금(黃金)·동철(銅鐵)·목향(木香)·주홍(朱紅)입니다. 저 상인의 매물은 선례(先例)에 맡겨 허용하신다면 다행하겠습니다."

하였다. 두 사신은 같은 날 서울에 들어왔다.


  • 【태백산사고본】 44책 279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342면
  • 【분류】
    외교-유구(琉球)

  • [註 661]
    서계(書契) : 왜(倭)나 야인(野人) 등의 사신(使臣)이 가지고 오는 신임장(信任狀). 그 안에는 사신 일행의 수, 조선에서 머무르는 포구(浦口), 체류 일자 등을 명기하였음.
  • [註 662]
    부용(附傭) : 천자에 직속하지 못하고 제후에 부속한 작은 나라.
  • [註 663]
    장전(藏殿) : 절에서 경문(經文)을 수장하는 곳집.
  • [註 664]
    번전(繙轉) : 책을 읽어 전함.
  • [註 665]
    자단(紫檀) : 열대 지방에서 나는 교목.

○戊辰/琉球國王尙圓梵慶來聘。 其書契曰: "琉球國王尙圓拜覆朝鮮國王殿下。 宓以吾陋邦, 附傭曰大島, 近來日本甲兵來欲奪之, 由是戰死者甚多, 雖然每戰勝之者十八九, 折衝於千里。 竊按吾邦建立五山名刹, 幷安藏殿, 每日命僧衆繙轉無怠, 而奉祈朝皇家之萬歲。 厥奇祥異瑞, 不可勝計, 是眞詮諸部所加護, 不亦皇家之厚恩乎? 至祝至禱。 然則重欲安藏殿之福基, 蓋陋邦, 乏良材之用, 宓願賜貴國尤物, 以造創焉, 故遣使船者也。 緜布若干匹、白苧布一千匹、虎皮豹皮二百張, 蒙此恩賜, 遣使船於南蠻, 以紫擅花梨爲棟梁, 以鉛瓦爲苔蓋者也。 仍方物件件, 具於別幅, 胡椒五百斤、大刀一百把、樸段香二百斤、丁香一百斤、烏梅參百斤, 商買物銅鐵、沙魚皮、朱紅, 彼買物者, 吾陋邦有敗毁寺, 名曰天龍寺, 今爲興所渡之者兩三種, 願如先例賜許容者幸甚。" 又遣也次郞來聘。 書契曰: "夫惟上邦佳政, 慈仁溢內, 華夷盡服其化; 恩澤布外, 四海威仰厥德, 以是貴國與吾弊邑, 雖阻鯨海於萬里, 我心常不異衆星拱北辰, 因而數遣使船, 奉報平安, 且蒙惠意之重, 特今歲忝賜《大藏經》, 卽寄置安國禪寺, 以萬世爲國家珍寶也。 歡抃之至, 言端以不能及, 幸甚幸甚, 謹欲伸萬一之禮, 伏令納拜於闕下者也。 諒察諒察。 奉獻納方物, 備別幅。 丹木三百斤、胡椒二百斤、丁香一百斤、烏梅二百斤、鑞鐵一百斤, 商買物黃金、銅鐵、木香、朱紅, 彼商買物, 任先例許容者多幸。" 兩使同日入京。


  • 【태백산사고본】 44책 279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342면
  • 【분류】
    외교-유구(琉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