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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277권, 성종 24년 5월 21일 갑신 2번째기사 1493년 명 홍치(弘治) 6년

경연에 나아가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고서, 대사간(大司諫) 이덕숭(李德崇)·지평(持平) 홍한(洪瀚)이 아뢰기를,

"지난번 가뭄이 심하지 않아도 술을 금한 것은 하늘의 경계를 삼가고 낭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가뭄이 심하니, 주금(酒禁)을 시행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가하다."

하였다. 이덕숭 등이 또 아뢰기를,

"제군(諸君)의 집을 짓는 일을 그치지 않는데, 올해에는 우박이 내리고 지진(地震)이 일어나는 재이(災異)가 자주 나타나는데다가 가뭄의 재앙까지 더하므로, 토목일을 사람들이 매우 괴로와하니, 어찌 원망을 일으켜 화기(和氣)를 상하지 않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

하였다. 이덕숭이 또 아뢰기를,

"제천정(濟川亭)을 수리하는 데에 드는 것을 위하여 국가에서 이미 어전(魚箭)468) 을 주었는데, 또 귀후서(歸厚署)469) 에서 받아들이는 신당(神堂)의 퇴미(退米)를 주므로, 이 때문에 관곽(棺槨)의 재목이 모자라니, 도로 귀후서에 주소서."

하니, 임금이 좌우에게 고문(顧問)하였다. 영사(領事) 윤필상(尹弼商)이 대답하기를,

"국가에서 귀후서(歸厚署)를 설치하고 태백산(太白山)·계룡산(鷄龍山) 등지의 신(神)에게 바쳤다가 물린 물건을 주어 재목을 사는 데에 쓰게 한 것은 위로 대부(大夫)에서 아래로 사서인(士庶人)까지 다 관곽(棺槨)을 얻어서 상용(喪用)에 이바지하게 하기 위한 것인데, 이제 제천정을 중수(重修)하는 중들에게 옮겨 주었으니, 귀후에서는 관곽의 재목을 사지 못하므로 인거군(引鉅軍)470) 30명이 다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하고, 이덕숭이 아뢰기를,

"중국 사신이 와서 한강루(漢江樓)라는 것을 보면, 반드시 이 누(樓)를 유관(遊觀)하는 곳으로 여길 것이니, 이제 수리만 해야 하고 크게 확장할 것 없습니다."

하고, 특진관(特進官) 이극증(李克增)이 아뢰기를,

"듣건대 지금 집을 짓는 자 중에는 혹 귀후서(歸厚署)의 널빤지를 사는 자가 있다 하니, 상장(喪葬)을 위하여 설립한 뜻에는 어떠하겠습니까?"

하고, 윤필상이 아뢰기를,

"예전에는 귀후서(歸厚署)에서 관곽을 만들 때에 관원(官員)이 친히 감독하여 창고 안에 넣었다가, 사려는 자가 있으면 그 값에 따라서 주었는데, 이제는 관곽을 만들어 하전(下典)471) 의 집에 두고서 팔게 하므로, 상을 당한 자가 갑자기 사려면 관 하나의 값이 비싸서 〈포(布)로〉 10여 필(匹)이나 되는데, 하전(下典)이 값을 받아 반을 관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다 스스로 쓴다 하니, 매우 옳지 않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것은 반드시 법(法)이 있어도 관리(官吏)가 봉행(奉行)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였다. 이덕숭이 또 아뢰기를,

"이제 서연(書筵)에서 《상서(尙書)》·《춘추(春秋)》·《통감(通鑑)》472) 의 세 책을 강독(講讀)하는데, 세자(世子)는 바야흐로 처음 배우는 처지이니, 한 책에 전념하지 못할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것은 세자(世子)가 널리 보아서 문리(文理)를 통하게 하려는 것이다."

하매, 홍한이 아뢰기를,

"《통감》《춘추》는 다 사학(史學)인데, 이미 《춘추》를 강독하였다면 《통감》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세자는 나이가 적으므로, 《강목(綱目)》473) 은 아직 진강(進講)하지 못하더라도, 《소미(少微)》474) 는 그만둘 수 없습니다."

하였다. 이덕숭이 또 아뢰기를,

"외방(外方)에 도둑이 성행하는데, 《대전(大典)》에 ‘경내(境內)에 강도(强盜)가 있으면 죄가 수령(守令)에게도 미친다.’ 하였으므로, 숨기고 아뢰지 않으니, 《대전(大典)》의 법을 늦추어서 잡을 방법을 행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수령(守令)을 죄주지 않으면 도둑을 그치게 할 수 없을 것이고, 《대전(大典)》의 법도 폐기할 수 없다."

하매, 이덕숭이 아뢰기를,

"제도(諸道)의 관찰사(觀察使)를 시켜 여러가지로 조치하여 도둑이 횡행(橫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온편(穩便)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가하다."

하였다. 이덕숭이 또 아뢰기를,

"전에 평안도(平安道)에는 면포(綿布)를 보내어 곡식을 사서 군수(軍需)에 갖추게 하고 드디어 행상(行商)이 장사하는 것을 금하였는데, 근일에는 금령(禁令)이 해이하여 장사하는 자가 모여들어 민간의 곡식을 죄다 사서 배로 서울에 나르니, 아마도 군수가 이 때문에 모자라게 될 것입니다."

하고, 윤필상이 아뢰기를,

"과연 그 말과 같이 평안도는 면포가 비싸고 쌀 값이 싸며, 또 수로(水路)를 통하여 나르기가 쉬우므로 장사하는 자가 많이 가니,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조(世祖) 때에는 평양(平壤)·안주(安州)·영변(寧邊) 등의 고을에 곡식을 많이 저축하여 군자(軍資)에 여유가 있었으나, 근래는 모자라는데 영변만이 조금 저축이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장사하는 사람은 금지하도록 하라."

하였다. 특진관(特進官) 성건(成健)이 아뢰기를,

"신사년475) 의 수교(受敎)에 ‘산곡(山谷)·평지(平地)를 물론하고 묵은 전지는 모두 면세(免稅)하라.’ 하였습니다. 산허리의 메마른 전지는 묵었다 하여 면세하는 것이 마땅하나, 평지의 전지도 이 법을 쓰는 것은 매우 옳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농사를 게을리하여도 징계될 것이 없고 국가에서 세(稅)를 거두는 것이 지나치게 적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좌우(左右)에게 고문(顧問)하였다. 윤필상이 대답하기를,

"국가는 이미 백성에게 속고 간사한 관리는 또 따라서 술수를 쓰니, 세를 거두는 수량이 과연 적습니다."

하고, 이극증이 아뢰기를,

"속전(續田)은 한 해만 묵더라도 반드시 면세(免稅)하나 정전(正田)은 해마다 묵더라도 면세하지 않는 까닭은 농사를 게을리하는 것을 징계하기 위한 것인데, 만약에 평지의 여러 고을에도 이 법을 써서 면세시킨다면 농사를 게을리하여도 징계될 것이 없을 것입니다. 파주(坡州) 등의 고을은 토지(土地)가 험하고 메마르다고는 하나 어찌 강원도(江原道)만 하겠습니까? 신이 강원도에 가서 보니, 산밭[山田]도 다 정전(正田)으로 시행하므로 백성이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신이 산 위의 험하고 메말라서 소가 갈지 못하고 사람이 가기 어려운 곳을 가려서 속전(續田)으로 시행하였습니다. 속전이라도 흙이 두터우면 반드시 일구어야 할 것인데 더구나 평지에 어찌하여 묵으면 면세하는 법을 쓰겠습니까?"

하고, 윤필상이 아뢰기를,

"우리 나라는 수세(收稅)가 가벼운 것이 맥도(貊道)476) 와 비슷한 데가 있으니, 묵으면 면세하는 법을 평지의 고을에 시행하여서는 안되겠습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세상을 다스리는 데에는 큰 덕을 쓰고, 작은 은혜를 쓰지 않는다.’ 하였으니, 공법(貢法)477) 을 시행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3책 277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314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사법-법제(法制) / 사법-치안(治安) / 재정-전세(田稅) / 재정-역(役) / 군사-병참(兵站) / 물가-물가(物價) / 상업-상인(商人) / 공업-관청수공(官廳手工) / 건설-토목(土木) / 식생활-주류(酒類) / 풍속-예속(禮俗) / 풍속-풍속(風俗)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역사-고사(故事) / 과학-천기(天氣)

  • [註 468]
    어전(魚箭) : 어살.
  • [註 469]
    귀후서(歸厚署) : 관곽(棺槨)을 만들어 백성에게 팔고 또한 장례에 관한 일을 맡아 보던 아문(衙問). 타관(他官)이 겸직했으며, 3대 태종(太宗) 6년(1406)에 설치하여 22대 정조(正祖) 원년(1777)에 폐하였음.
  • [註 470]
    인거군(引鉅軍) : 톱질하는 일꾼.
  • [註 471]
    하전(下典) : 아전(衙前).
  • [註 472]
    《통감(通鑑)》 : 《자치통감(資治通鑑)》.
  • [註 473]
    《강목(綱目)》 :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
  • [註 474]
    《소미(少微)》 : 《소미통감절요(少微通鑑節要)》. 소미는 저자 강지(江贄)의 호.
  • [註 475]
    신사년 : 1461 세조 7년.
  • [註 476]
    맥도(貊道) : 중국 북방의 미개한 나라. 맥은 북방의 미개한 종족을 지칭하는 말이고, 도는 미개한 지역의 ‘나라’를 뜻하는 말임, 여기에 "맥도와 같다". 한 것은 수세(收稅)가 적정(適正)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적어서 북방 오랑캐와 같다는 뜻임.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 선공(宣公) 15년 가을의 기사에 "10분의 1을 거두는 것은 천하의 중정(中正)한 방법이다. 10분의 1보다 많은 것은 걸(桀:하(夏)나라 마지막 대의 폭군) 따위이고, 10분의 1보다 적은 것은 맥 따위이다."하였음.
  • [註 477]
    공법(貢法) : 전분 육등법(田分六等法)과 연분 구등법(年分九等法)에 의해 조세(租稅)를 거두어 들이던 지세(地稅)제도. 세종(世宗) 때부터 실시된 제도였음.

○御經筵。 講訖, 大司諫李德崇、持平洪瀚啓曰: "曩者, 旱不甚猶禁酒, 所以謹天戒節糜費也。 今旱甚, 請行酒禁。" 上曰: "可。" 德崇等又啓曰: "諸君家營造不輟, 今年雨雹地震, 災異屢見, 加以旱災, 土木之役, 人甚苦之, 豈無起怨咨傷和氣乎?" 上曰: "然。" 德崇又啓曰: "濟川亭修理所需, 國家旣給魚箭, 而又給歸厚署所納神堂退米。 因此棺槨材木不足, 請還給歸厚署。" 上顧問左右。 領事尹弼商對曰: "國家設歸厚署, 給太白山雞龍山等處神前退物, 以爲貿材之需者。 上自大夫, 下至士庶人, 皆得棺槨以供喪用也。 今者移給濟川亭, 重修僧人, 歸厚署不能貿棺, 故引鉅軍三十名皆遊手矣。" 德崇啓曰: "中朝使臣來觀漢江樓者, 必以此樓爲遊觀之所, 今但當修理耳, 不必大張。" 特進官李克增啓曰: "聞今造家者, 或有貿歸厚署板子者, 其於爲喪葬設立之意何?" 弼商曰: "昔者, 歸厚署造棺槨, 官員親監納諸庫內, 有欲買者, 隨其價而給之。 今聞造棺槨, 置諸下典家, 使賣之, 喪者倉卒求買, 一棺之價多至十餘匹, 下典受價, 分半納官, 餘皆自用, 甚不可也。" 上曰: "此必有法, 官吏不能奉行耳。" 德崇又啓曰: "今書筵講《尙書》《春秋》《通鑑》三書, 世子方在初學, 恐不得專意一書。" 上曰: "此欲世子博覽而通文理也。" 曰: "《通鑑》《春秋》皆史學, 旣講《春秋》《通鑑》可易解也。 世子年少, 綱目雖未進講, 《少微》不可廢也。" 德崇又啓曰: "外方盜賊盛行, 《大典》境內有强盜, 則罪及守令, 故匿不以聞, 請弛《大典》之法而行捕捉之術。" 上曰: "若不罪守令, 則難以弭盜。 《大典》之法亦不可廢也。" 德崇曰: "令諸道觀察使多方措置, 使盜賊不得橫行爲便。" 上曰: "可。" 德崇又啓曰: "前者平安道送綿布貿穀備軍需, 遂禁行商之興販者。 近日禁令廢弛, 興利者坌集, 盡鬻民間之穀, 船輸于京, 恐軍需將自此不敷矣。" 弼商曰: "果如此言, 平安道綿布稀貴, 米價賤, 且通水路, 輸轉易, 故興販者多往焉, 不可不禁。 世祖平壤安州寧邊等邑多儲穀, 軍資有餘, 近來匱乏, 惟寧邊稍有所儲。" 上曰: "興利人禁止可也。" 特進官成健啓曰: "辛巳年受敎, 勿論山谷平地, 陳荒田一皆免稅, 若山腰瘠薄田, 以陳免稅宜矣, 平地田亦用此法, 甚不可。 如是則惰農無所懲而國家收稅過歇矣。" 上顧問左右。 弼商對曰: "國家旣見欺於民, 奸吏又從而用術, 收稅之數果少矣。" 克增曰: "續田雖一年陳必免稅, 正田則雖每年陳不免稅者, 所以懲惰農也。 若平地諸郡用此法, 使之免稅, 則惰農無所懲矣。 坡州等郡土地, 雖曰險阻瘠薄, 豈如江原道乎? 臣往見江原道, 其山田皆以正田施行, 百姓訴悶, 臣擇其山上險阻磽薄, 牛不得耕, 人所難行之處, 以續田施行, 雖續田, 若土厚必起耕, 況於平地, 何用陳荒免稅之法乎?" 弼商曰: "我國收稅輕歇, 有似道, 陳荒免稅之法, 不可行於平地郡縣矣。 古人云: ‘治世以大德, 不以小惠。’ 行貢法可矣。"


  • 【태백산사고본】 43책 277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314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사법-법제(法制) / 사법-치안(治安) / 재정-전세(田稅) / 재정-역(役) / 군사-병참(兵站) / 물가-물가(物價) / 상업-상인(商人) / 공업-관청수공(官廳手工) / 건설-토목(土木) / 식생활-주류(酒類) / 풍속-예속(禮俗) / 풍속-풍속(風俗)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역사-고사(故事)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