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지 김응기가 저수에 대해 아뢰다
좌승지(左承旨) 김응기(金應箕)가 아뢰기를,
"흠경각(欽敬閣)은 이미 보수를 끝냈습니다만, 보루각(報漏閣)에는 해자(海子)가 없으므로 늘 저수(貯水)하여 자격(自擊)440) 하게 하더라도 썩지 않으나, 이 흠경각에는 연지(蓮池)가 있고 기기(攲器)441) 가 있고 폭포(瀑布)도 있으므로 늘 해자에 저수합니다. 해자(海子)는 구리로 만들고 틈을 납(鑞)으로 때우므로, 납이 오래 물에 잠겨 있으면 반드시 삭으니, 늘 저수(貯水)하게 하면 새어서 그 아래에 있는 널빤지가 썩는데, 뒤따라서 널빤지를 갈기는 형세가 또한 매우 어렵습니다. 보루각의 예(例)에 따라 늘 저수하여 자격(自擊)하게 합니까? 또는 춘분(春分)·하지(夏至)·추분(秋分) 때에만 저수하여 자격하게 합니까?"
하니, 전교(傳敎)하기를,
"해자(海子)에 저수(貯水)하는 것은 잠시 시험하여도 되겠지마는, 열 두 때에 자격(自擊)하는 것은 잠시도 폐(廢)하여서는 안되겠다. 폐하여 티끌이 그 구멍을 막으면 착오가 생길 듯하니, 늘 물을 대게 하는 것이 옳겠다."
하였다. 김응기가 아뢰기를,
"저수(貯水)하여 물대어 주전(籌箭)442) 을 격동하여 자격(自擊)하게 하고 그 나머지 물은 폭포(瀑布)가 되기도 하고 기기(攲器)에 들어가기도 하니, 그 폭포와 기기를 폐하고 자격만 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겨울철에는 얼므로 온돌이 있더라도 안되니 춘분·하지·추분 따위 달에 10일 동안만 저수하여 자격하면 전습(傳習)하는 자가 그 기술을 잊지 않고 혹 파손된 곳이 있더라도 보고 수리할 수 있겠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가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3책 277권 9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311면
- 【분류】과학-역법(曆法)
- [註 440]자격(自擊) : 누기(漏器)가 스스로 종·북·징을 쳐서 시각을 알리는 것. 일정한 양이 흐르도록 물을 대어 정해진 시각에 정량의 물이 괴면 그 무게의 힘으로 기계적 장치를 움직여 시(時)에는 종, 경(更)에는 북, 점(點)에는 징을 침.
- [註 441]
기기(攲器) : 흐르는 물을 받는 그릇이 있어, 물이 적으면 기울고 알맞게 괴면 반듯하게 놓이고 가득 차면 엎어지게 만들어, 가까이 두고 경계로 삼는 기구.- [註 442]
주전(籌箭) : 누기(漏器)의 부속품. 자격(自擊)할 때에 통에서 나와 종·북·징을 치는 막대.○左承旨金應箕啓曰: "欽敬閣已畢修補, 但報漏閣則無海子, 故雖每令貯水自擊而不腐朽, 此閣則有蓮池有欹器又有瀑布, 故常貯水於海子, 海子用銅鐵而罅隙補以鑞鐵, 鑞鐵久沈於水則必消鑠, 若每令貯水, 則滲漏其下, 板子腐朽, 隨後改板, 勢亦甚難矣。 依報漏閣例, 每令貯水自擊乎? 抑於春分、夏至、秋分時, 令貯水自擊乎?" 傳曰: "貯水海子, 可暫試之耳。 但十二時自擊, 則不可暫廢也。 若廢而塵塞其穴, 恐致差違, 每令注水可也。" 應箕曰: "貯水流注激籌箭, 使之自擊, 其餘流或爲瀑布, 或入欹器, 不可廢其瀑布欹器, 而只令自擊也。 臣意以爲, 冬節則氷凍, 雖有溫堗不可爲也。 如春分、夏至、秋分等, 月限十日, 貯水自擊, 則傳習者不忘其術, 而雖或有破毁處, 亦可見而修理矣。" 傳曰: "可。"
- 【태백산사고본】 43책 277권 9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311면
- 【분류】과학-역법(曆法)
- [註 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