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좌·안호 등이 금승법을 시행할 경우의 이로움과 시행하지 않을 경우의 해로움을 다섯 가지씩 들어 상소하다
대사헌(大司憲) 이세좌(李世佐) 등과 대사간(大司諫) 안호(安瑚) 등이 상소하기를,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풍(風)을 거듭한 것이 손(巽)989) 이니 군자(君子)는 이를 본받아서 명령을 펴고 일을 행한다.’라고 하였는데, 해석하는 이가 말하기를,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순응하여 명령을 내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순응하여 따르는 것이 중손(重巽)의 뜻이다. 군자가 손(巽)을 거듭하여 순응하는 형상을 보고서 명령을 펴고 정사를 행하며 이치에 순응하며 민심에 합하면 백성이 순종할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대저 법이란 것은 인정(人情)을 인연하여 다스림에 힘쓰는 것인데, 이치에 순응하면 사람의 뜻에 합하여 가히 만세에 행하여도 폐단이 없을 것이며, 이치에 벗어나면 사람의 성품에 거슬려서 비록 한때에 시행하려고 하더라도 시행할 수 있겠습니까?
중이 되는 것을 금하는 영(令)을 시행하면 이치에 순응하여 나라에 이로움이 다섯 가지가 있고, 금하는 영을 완하시키면 이치에 거슬려서 나라에 해로운 것이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을 다섯 가지 이로움이라고 이르는가 하면 이단(異端)의 그릇됨을 물리치고 오도(吾道)990) 의 올바름을 보호하는 것이 첫째 이로움이고, 금수(禽獸) 같은 무리를 귀화시켜 인륜(人倫) 가운데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둘째 이로움이며, 부역(賦役)을 도피하는 사람을 찾아내어 농사에 힘쓰는 백성으로 만드는 것이 세째 이로움이고, 놀고먹는 무리를 찾아내어 무기를 잡는 군사로 만드는 것이 네째 이로움이며, 이미 이루어진 법을 시행하여 만백성에게 법의 중함을 보이는 것이 다섯째 이로움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다섯 가지 해로움이라고 이르는가 하면 사설(邪說)이 일어나면 정도(正道)가 미약해지는 것이 첫째 해로움이라고, 교화가 쇠하여 풍속이 해이해지는 것이 둘째 해로움이며, 농사를 짓는 사람은 적고 놀고먹는 자가 많은 것이 세째 해로움이고, 정구(丁口)991) 가 줄어져서 군액(軍額)992) 이 적어지는 것이 네째 해로움이며, 좋은 법을 폐하여 법을 자주 바꾸는 것이 다섯째 해로움입니다. 다섯 가지 이로움에 따르면 다스려지고 다섯 가지 해로움에 따르면 어지러워집니다. 전하께서는 다스려지기를 원하십니까? 어지러워지기를 원하십니까?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폐(廢)함이 있고 흥(興)함이 있으니 출입을 너의 무리로부터 헤아려서 여러 사람의 말이 같거던 되풀이해 생각하라.’고 하였습니다. 이 법을 폐하는 것을 대신이 그 불가함을 말하고 대간(臺諫)도 그 불가함을 말하며 시종(侍從)도 그 불가함을 말하며 아래로 태학 제생(太學諸生)까지 항의하는 상소를 올려 그만두지 아니하여 여러 사람의 말이 모의하지 아니하였는데도 일치하니, 이는 전하께서 깊이 생각하고 되풀이해 생각하실 때입니다. 신은 전하의 고굉(股肱)993) 이고 대간은 전하의 이목(耳目)이며 시종(侍從)은 전하의 논사(論思)하는 신하입니다. 대신은 말하여도 들어주지 아니하시고 대간이 말하여도 들어주지 아니하시며, 시종이 말하여도 들어주지 아니하시니, 전하께서는 대신과 대간과 시종을 버리시고 누구와 더불어 나라를 함께 다스리겠습니까? 신 등은 모두 보잘것없는 자질로 언관(言官)의 책임을 맡고 있으면서 말은 사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지 못하고 정성은 천의(天意)994) 를 돌이키기에 충분하지 못합니다. 다만 구구(區區)한 마음은 요(堯)·순(舜) 같은 임금으로 만들기를 잊지 아니합니다.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신 등의 이 뜻을 가지시고 다시 화순한 얼굴로 양전(兩殿)에 간하기를 극진히 하시면 조용히 순종하실 것이니 그 방법이 어찌 없겠습니까?"
하였는데, 들어주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2책 272권 9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25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비빈(妃嬪) / 사상-불교(佛敎) / 역사-고사(故事) / 사법-법제(法制) / 군사-군역(軍役)
- [註 989]손(巽) : 괘명(卦名).
- [註 990]
오도(吾道) : 유교의 도.- [註 991]
정구(丁口) : 인구(人口).- [註 992]
《易》曰: "隨風巽, 君子以申命行事。" 釋之者曰: "上順下而出之, 下順上而從之, 重巽之義也。 君子觀重巽以順之象, 而以申命令、行政事順理, 則合民心而民順從矣。" 大抵法者, 緣人情而飾治, 順於理則合人之情, 可行之萬世而無弊; 逆於理則拂人之性, 雖欲施諸一時可得乎? 行禁僧之令, 則順於理而利於國者五, 弛禁僧之令則逆於理而害於國者五。 何謂五利? 闢異端之非, 衛吾道之正一利也; 化禽獸之類, 納人倫之中二利也; 得逃賊之人, 爲力稼之民三利也; 括遊手之徒, 爲執銳之卒四利也; 行已成之典, 示萬民之重五利也。 何謂五害? 邪說作而正道微一害也; 敎化衰而風俗弛二害也; 耕者寡而食者衆三害也; 丁口減而軍額少四害也; 良法廢而紛更甚五害也。 從五利則治, 從五害則亂, 殿下願治歟? 願亂歟? 《書》曰: "有廢有興, 出入自爾帥虞, 庶言同則繹。" 玆法之廢, 大臣言其不可, 臺諫言其不可, 侍從言其不可, 下至太學諸生抗章不置, 庶言不謀而同, 此殿下深思紬繹之時也。 大臣, 殿下之股肱也; 臺諫, 殿下之耳目也; 侍從, 殿下論思之臣也。 大臣言之而不聽, 臺諫言之而不聽, 侍從言之而不聽, 殿下舍大臣、臺諫、侍從, 誰與共理乎? 臣等俱以無狀, 待罪言責, 言不足以動人, 誠不足以回天, 但區區之心, 未忘堯、舜其君耳。 伏願殿下, 將臣等此意, 更盡怡色之諫于兩殿, 則從容將順, 豈無其道乎?
不聽。
- 【태백산사고본】 42책 272권 9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25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비빈(妃嬪) / 사상-불교(佛敎) / 역사-고사(故事) / 사법-법제(法制) / 군사-군역(軍役)
- [註 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