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친의 권학하는 방법에 대해 논하다
오산수(鰲山守) 이석(李錫) 등이 상언(上言)하기를,
"학교(學校)는 인재를 〈양성하는〉 근본이고 풍속 교화의 근원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성균관(成均館)과 사학(四學)을 설치하여 유생(儒生)을 양성하고 또 종학(宗學)849) 을 설치하여 종실 자제(宗室子弟)를 양성하니, 종친(宗親)과 유생은 그 형세는 비록 다를지라도 그 교양하는 방법은 같습니다. 그런데 유생은 매년 춘추(春秋)로 성균관에서 과시(課試)하여 우등자(優等者)에게는 문과 복시(文科覆試)에 바로 응시하게 하고, 매년 6월에 사학(四學)에 도회(都會)850) 하여 우등자에게는 생원(生員)·진사(進士)의 복시(覆試)851) 에 바로 응시하게 합니다. 그래도 부족하여 특별히 별시(別試)852) 를 거행하여 다방면으로 권장하니 금년에 생원에 합격하고 명년에 급제(及第)하여 점차로 나아가니, 이로써 인재가 배출(輩出)되어 성(盛)하게 세상에 쓰이게 됩니다.
그러나 종친은 비록 《사서(四書)》·《이경(二經)》에 통한 자가 있어도 단지 방학(放學)할 뿐이며, 나이가 50이 차면 비록 해(亥)와 시(豕), 어(魚)와 노(魯)의 글자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일지라도 모두 방학(放學)하게 하니, 이로 말미암아 글읽기를 게을리 하여 50세가 되기를 기다리는 자가 많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 주상 전하(主上殿下)께서 별도로 재주를 시험하여 자급을 올리는 법을 마련하여 특별히 권장하였으니, 법이 지극히 정밀하다고 이를 만합니다. 그런데도 취학(就學)한 종친이 금년에 한 서(書)를 통하고 명년에 한 경(經)을 통하는 자가 대개 적으니, 이는 다름이 아니라 종학(宗學)의 학령(學令)이 단지 통(通)과 불통(不通)으로 일과(日課)를 상고할 뿐이고 별도로 장려하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겨울 재주를 시험하는 날에 궐방(闕榜)853) 하고 〈쓸만한〉 사람이 없어서 성상의 교양(敎養)하시는 은혜를 저버렸으니, 이는 신 등의 유감으로 여기는 바입니다.
신 등이 듣건대 사람은 상심(常心)854) 이 없어 습관이 성품을 이루며, 나라에는 상속(常俗)855) 이 없어 가르치면 풍속을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법이 피차간(彼此間)에 다름이 없고 가르치고 기르는 것이 한결같으니, 엎드려 바라건대 종학의 학령(學令)을 유생 도회법(儒生都會法)에 의하여 매 월말과 세초(歲抄)856) 에 강(講)한 바를 통고(通考)857) 하고 매년 춘추(春秋)로 배운 바를 고강(考講)858) 하여 그 가운데 우등자 약간인(若干人)은 특별히 계급을 권장한다면, 혹은 배우기도 하고 혹은 그만두기도 하는 폐단이 없고 날로 진취하고 달로 성장하는 보람이 있어서 성조(聖朝)의 문명한 정치를 빛낼 것입니다."
하였는데, 명하여 영돈녕(領敦寧) 이상에게 보이게 하니, 심회(沈澮)는 의논하기를,
"종친은 조사(朝士)859) 와 같지 아니하여 나이가 겨우 열 대여섯이 되면 그 친소(親疎)의 등쇄(等殺)에 따라 직(職)을 제수하고 녹(祿)을 주어서 그 일생을 마치도록 하는데 무엇 때문에 재주를 시험해서 권장하는 방법을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고, 윤필상(尹弼商)·노사신(盧思愼)·윤호(尹壕)·허종(許琮)은 의논하기를,
"종친을 권학(勸學)하는 방법이 이미 자세함을 다하였으므로, 유생(儒生)의 예(例)로 논하여 다시 새로운 법을 세우는 것은 불가합니다."
하고, 이극배(李克培)는 의논하기를,
"해사(該司)로 하여금 의논해 아뢰게 한 뒤에 다시 의논하도록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권장 절목(勸奬節目)을 해사(該司)로 하여금 상의하여 아뢰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2책 271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243면
- 【분류】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왕실-종친(宗親) / 인사-선발(選拔) / 인사-관리(管理) / 사법-법제(法制)
- [註 849]종학(宗學) : 조선조 때 왕족의 교육을 맡아 보던 관청. 관직은 성균관(成均館)의 사성(司成) 이하 전적(典籍) 이상의 벼슬아치가 겸임했음.
- [註 850]
도회(都會) : 서울의 사부 학당(四部學堂)이나 외방(外方)의 향교(鄕校)에서 매철마다 생도(生徒)들을 모아 시문(詩文)의 제술(製述)과 경전(經典)의 고강(考講)을 하던 일. 한 번의 도회(都會)의 50일 안에 각각 우수한 자 3인을 뽑아서 바로 회시(會試)에 나아가는 특전(特典)을 주었음.- [註 851]
복시(覆試) : 초시(初試)에 급제한 사람이 다시 보던 과거(科擧). 회시(會試).- [註 852]
별시(別試) : 나라에 경사(慶事)가 있을 때나 병년(丙年)마다 특별히 보이던 문무(文武)의 과거.- [註 853]
궐방(闕榜) : 과거에 오르지 못함.- [註 854]
상심(常心) : 일정하여 변하지 않는 마음.- [註 855]
상속(常俗) : 일정하여 변하지 않는 풍속.- [註 856]
세초(歲抄) : 조선조 때 매년 6월과 12월에 이조(吏曹)와 병조(兵曹)에서 관리의 근무 성적을 고과(考課)하여 승진시키거나 파출(罷黜)시키던 일.- [註 857]
○辛卯/鰲山守 錫等上言曰: "學校, 人材之本、風化之源, 惟我國家, 設成均、四學, 以養儒生, 又設宗學以養宗室子弟, 宗親與儒生, 其勢雖異, 而其於敎養之道則同矣。 然儒生則每年春秋課試于成均, 而優等者直赴文科覆試, 每年六月都會于四學, 優等者直赴生員、進士覆試, 猶以爲不足, 特擧別試, 多方以勸之, 今年中生員, 明年中及第, 漸次以進, 以是人才輩出而蔚爲世用矣。 若宗親則雖有通四書二經者, 但放學而已, 年滿五十則雖亥豕魯魚之未辨者, 悉令放學, 由是懶於讀書, 企待五十者, 蓋多有之。 今我主上殿下, 別設試藝加階之法, 特以勸奬焉, 可謂法之至密矣。 然而就學宗親, 今年通一書, 明年達一經者蓋寡, 此無他, 宗學學令, 但通、不通考日課而已, 別無勸勵之法故也。 去年冬試藝之日, 闕榜無人, 以負聖上敎養之恩, 此臣等之所憾也。 臣等聞人無常心, 習以成性; 國無常俗, 敎則移風, 法無彼此, 敎養一同。 伏望宗學學中, 依儒生都會之法, 每於月季歲抄, 通考所講, 每於春秋考講所學, 其中優等者若干人特加階勸奬, 則無或作或轍之弊, 有日就月將之漸, 以光聖朝文明之治矣。" 命示領敦寧以上。 沈澮議: "宗親非如朝士, 年纔十五六, 隨其親踈等殺, 除職給祿, 終其身, 何必試藝爲勸奬之方?" 尹弼商、盧思愼、尹壕、許琮議: "宗親勸學之方已盡詳, 不可與儒生例論更立新法。" 李克培議: "令該司議啓後更議。" 上曰: "勸奬節目, 其令該司商議以啓。"
- 【태백산사고본】 42책 271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243면
- 【분류】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왕실-종친(宗親) / 인사-선발(選拔) / 인사-관리(管理) / 사법-법제(法制)
- [註 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