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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271권, 성종 23년 11월 7일 갑술 2번째기사 1492년 명 홍치(弘治) 5년

저화의 통용, 어사의 파견, 포상 등에 대해 논하다

경연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헌납(獻納) 이수무(李秀茂)가 아뢰기를,

"국가(國家)에서 법(法)을 세운 것이 지극하지 못함이 아닙니다. 근심하는 바는 준행(遵行)하지 아니하는 데 있습니다. 저화(楮貨)를 통용하도록 일찍이 법을 세웠는데 받들어 행하지 아니하니, 매우 옳지 못합니다."

하자, 임금이 좌우에게 물으니, 좌승지(左承旨) 조위(曹偉)가 대답하기를,

"근래에 제사(諸司)에서 속(贖)742) 을 징수하는 데에 저화(楮貨)를 거두지 아니하고, 포물(布物)을 거두기 때문에, 속을 징수하는 데는 저화를 쓰고 약값[藥價]은 저화와 포물을 참작해 쓰도록 하는 일을 이미 호조(戶曹)로 하여금 법을 세우게 하였습니다."

하였다. 특진관(特進官) 유자광(柳子光)이 말하기를,

"외방(外方)에서는 저화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수령(守令)이 백성에게 징속(徵贖)하는 것이 이르지 아니하는 바가 없어서, 천방(川防)743) 의 함정(陷穽)처럼 무시로 적발하여 모두 포물(布物)을 거두니, 백성이 어떻게 살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저화를 쓰는 것은 이미 세워둔 법이 있으니, 관리가 다만 마땅히 받들어 행할 뿐이다."

하였다. 유자광이 또 아뢰기를,

"지금 수령(守令)이 환상(還上)744) 과 공물(貢物)의 수량을 갑절로 늘려 거두어 자기의 소용으로 하기를 꾀합니다. 신은 어사(御史)를 골라서 제도(諸道)에 나누어 보낼 것을 청하는데, 혹은 역관(驛館)이나 혹은 촌사(村舍)에서 백성의 신소(伸訴)745) 를 들어주게 하여 만약 수령이 불법(不法)한 일이 있거든 수금(囚禁)하여 계달하게 하면, 반드시 자기의 사사로움을 함부로 행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사를 적당한 사람을 얻으면 가하거니와, 만약 적당한 사람이 아니면 도리어 폐단이 있을 것이다."

하였다. 이수무가 또 아뢰기를,

"수령이 백성에게 거두는 것이 이르지 아니하는 바가 없습니다. 신이 들으니, 경상도·전라도에서 올리는 은구어(銀口魚)는 이미 백성을 사역(使役)시켜 내를 막아 잡는데 게다가 백성에게 바치기를 독촉한다 합니다. 그러니 백성이 해(害)를 받음을 어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청컨대 어사를 보내 규찰 적발하게 하소서."

하고, 유자광은 말하기를,

"공물(貢物)의 향심(香蕈)746) 등과 같은 물건은 비록 한 되의 적은 것이라도 모두 백성에게 거두어 취(取)하고, 만약 인리(人吏)가 방납(防納)747) 하는 경우는 〈향심〉 한 되에 쌀을 거두는 것이 많게는 10여 석(碩)에 이릅니다. 소민(小民)이 이미 공채(公債)748) 에 곤궁하고 또 요역(徭役)과 징렴(徵斂)에 곤궁하여, 이로 말미암아 백성으로 실속이 있는 자가 거의 없습니다. 전하께서 백성이 폐단을 받음이 이처럼 지극한 데 이르는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유호인(兪好仁)이 일찍이 거창 현감(居昌縣監)이 되어 하고(下考)749) 에 있었으나, 이 사람이 어찌 범람한 일이 있었겠습니까? 뒤에 의성 현령(義城縣令)이 되어서는 잘 다스린다고 일컬어졌습니다. 배계후(裵季厚)는 남원 판관(南原判官)이 되어 백성을 잘 다스렸으며 또 청렴하다는 소문이 있었는데도 도리어 하고에 있었습니다. 신이 듣건대 한 조관(朝官)이 요구한 바가 있었는데 배계후가 들어주지 아니하자, 그 사람이 깊이 원망을 품더니 얼마 되지 않아 폄출(貶黜)되어 곧 단기(單騎)로 집에 돌아왔는데, 이제까지 민간에서는 배계후가 추호도 침범하지 아니했다고 일컫는다 합니다. 신이 또 듣건대 구치곤(丘致崐)이 충주 목사(忠州牧使)가 되어 잘 다스린 이름이 있었으니 마땅히 포상(褒賞)할 것인데, 그 바뀔 때에 행직(行職)750) 을 주었습니다."

하였다. 영사(領事) 심회(沈澮)가 아뢰기를,

"신도 그 사람됨을 압니다. 포상을 가하여야 마땅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참으로 포상할 만한 공(功)이 있으면 마땅히 포상해야 할 것이다."

하였다. 조위가 말하기를,

"민간에서 쓰는 종이와 면포는 모두 거칠고 짧아서 쓰기에 맞지 아니한데, 국가에서 아무리 법을 세워 금해도 그 간사함이 더욱 심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면포·종이·저화(楮貨) 등의 일은 옛법을 거듭 밝히는 것이 가하다."

하였다.

사신(史臣)은 논한다. 배계후(裵季厚)는 일찍이 경주 판관(慶州判官)이 되어 재물을 탐하기를 싫어함이 없어서 백성들이 몹시 미워하여 원망하였고, 뒤에 두 번 수령(守令)이 되어 탐혹(貪酷)함이 예전과 같았는데, 유자광(柳子光)이 추호도 범하지 아니하였다고 아뢰었으니, 그 속이고 간사함이 심하다. 유자광은 자기의 좋아하고 미워함으로써 남을 헐뜯고 기리기를 좋아하여 마음대로 행하였다. 남원(南原)유자광의 고향이므로 반드시 배계후가 자기에게 덕되게 했기 때문에 이처럼 아뢴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42책 271권 3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237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인사-관리(管理) / 사법-법제(法制) / 정론-간쟁(諫諍) / 금융-화폐(貨幣) / 금융-식리(殖利) / 재정-공물(貢物)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공업-농촌수공(農村手工) / 수산업-어업(漁業) / 역사-사학(史學) / 인물(人物)

  • [註 742]
    속(贖) : 속전(贖錢).
  • [註 743]
    천방(川防) : 냇둑.
  • [註 744]
    환상(還上) : 춘궁기(春窮期)에 백성에게 대여한 곡물을 추수 후에 일정한 이자를 붙여 받아들이는 것. 환자(還子).
  • [註 745]
    신소(伸訴) : 억울함을 호소함.
  • [註 746]
    향심(香蕈) : 송이 버섯.
  • [註 747]
    방납(防納) : 백성들이 그 지방에서 산출되는 토산물로 공물(貢物)을 바치는데, 그 지방에서 생산할 수 없는 가공품이나 토산이 아닌 공물을 바쳐야 할 경우에 공인(貢人)들의 공물을 대신 바치고 그 값을 백성에게서 갑절이나 받던 일.
  • [註 748]
    공채(公債) : 공채무(公債務).
  • [註 749]
    하고(下考) : 고과(考課)할 때 근무 성적이 하등에 속한 것을 말함.
  • [註 750]
    행직(行職) : 품계는 높으나 임직(任職)은 낮은 것.

○御經筵。 講訖, 獻納李秀茂啓曰: "國家立法非不至也, 所患在不遵行耳。 楮貨通用, 曾立法而不奉行, 甚不可。" 上問左右。 左承旨曹偉對曰: "比來, 諸司徵贖不收楮貨而收布物, 故徵贖用楮貨, 藥價參用楮化、布物事, 已令戶曹立法矣。" 特進官柳子光曰: "外方不知楮貨爲何物, 守令徵贖於民, 無所不至, 如川防陷穽, 無時發擿, 皆徵布物, 百姓何以聊生?" 上曰: "楮貨之用, 旣有成法, 官吏但當奉行耳。" 子光又啓曰: "今之守令, 還上、貢物, 倍數徵斂, 規爲己用。 臣請擇御史, 分遣諸道, 或於驛館, 或於村舍, 聽民伸訴, 若有守令不法事, 囚禁以啓, 則必不得恣行己私。" 上曰: "御史得其人則可, 苟非其人, 反有弊也。" 秀茂又啓曰: "守令科斂於民, 無所不至, 臣聞慶尙全羅道所進銀口魚, 旣役民防川而取之, 又督納於民, 民之受害, 何可勝言? 請遣御史紏擿。" 子光曰: "貢物如香簟等物, 雖一升之微, 皆徵取於民, 若人吏防納者, 一升取米, 多至十餘碩, 小民旣困於公債, 又困於徭役、徵斂, 由是民之有實者無幾。 殿下豈知民之受弊, 至於此極乎? 兪好仁曾爲居昌縣監居下考, 斯人豈有汎濫之事乎? 後爲義城縣令時, 稱善治。 裵季厚南原判官, 善於治民, 又以淸廉聞, 反居下考, 臣聞一朝官有所求索, 季厚不聽, 其人深銜之, 未幾見貶, 卽以單騎還家, 至今民間稱季厚秋毫不犯。 臣又聞丘致崐忠州有治聲, 所宜褒賞, 而其遞也授行職。" 領事沈澮啓曰: "臣亦知其爲人, 當加褒賞。" 上曰: "實有可賞之功則當賞耳。" 曰: "民間所用紙與綿布等物, 皆麤短不中用。 國家雖立法禁之 其奸愈甚。" 上曰: "綿布、紙、楮貨等事, 可申明舊法。"

【史臣曰: "季厚嘗爲慶州判官, 貪黷無厭, 民甚疾怨, 後再爲邑宰, 貪酷猶舊, 而子光以秋毫不犯啓之, 其誣詐甚矣。 子光喜以好惡毁譽人, 行胸臆。 南原, 子光之鄕, 必季厚德於己, 故有是啓。"】


  • 【태백산사고본】 42책 271권 3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237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인사-관리(管理) / 사법-법제(法制) / 정론-간쟁(諫諍) / 금융-화폐(貨幣) / 금융-식리(殖利) / 재정-공물(貢物)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공업-농촌수공(農村手工) / 수산업-어업(漁業) / 역사-사학(史學)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