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성종실록261권, 성종 23년 1월 16일 정해 4번째기사 1492년 명 홍치(弘治) 5년

도첩을 주고 중을 시험하여 선발하고 계달하여 수금하는 법령을 고칠 것에 대한 홍문관 직제학 김응기의 상소

홍문관 직제학(弘文館直提學) 김응기(金應箕) 등이 상소(上疏)하기를,

"그윽이 생각하건대 불씨(佛氏)가 인민을 모적(蟊賊)028) 하고 정로(正路)를 황무(荒蕪)케 하여 그 화(禍)를 온 천하에 흐르게 한 것이 오래인데도, 그 심은 뿌리가 굳고 흘러온 물결이 멀어서 불어나고 뻗어가며 끊이지 않는 것은, 다만 삼대(三代) 이후로 크고 바른 군주(君主)가 나오지 않아서 화복론(禍福論)에 유혹을 받고 공현설(空玄設)에 현혹되어 그러한 것입니다. 우리 성상께서는 밝으신 예지(睿智)로 깊이 살피시고, 강건(剛健)하신 의지로 현혹되지 않으시어, 오도(吾道)를 숭상하고 이단(異端)을 억제하시어 도첩(度牒) 없는 중의 무리를 매양 군액(軍額)에 충당케 하시었으니, 이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때라고 이를 만합니다. 다만 도첩을 주고, 선승(禪僧)을 시험 선발하며, 계달한 뒤에 수금(囚禁)하는 등의 일을 그대로 두고 고치지 않아서, 아직도 《대전(大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일 사간원(司諫院)의 아룀이 마땅한데도 성상께서 특별히 《대전》을 고치는 것이 어렵다고 하시니, 우리 성상께서 친히 사도(斯道)의 정대함을 믿고 계시면서, 아직도 말씀하시기를, ‘내가 숭상해 받드는 것은 아니나, 《대전》은 고칠 수 없다.’고 하신다면, 저 뿌리는 어느 때 단절되며, 또 그 후사(後嗣)가 혹하지 않을 것을 어찌 보장하겠습니까? 선유(先儒)가 말하기를, ‘진실로 석씨(釋氏)를 완전히 없어지게 하려면, 마땅히 천하 사람으로 하여금 그 해가 됨을 알게 하고, 그 말에 혹하지 않도록 하며, 또 그 도첩을 사는 금액을 〈많이 높여〉 불리하게 만들어 놓으면, 자연히 근본이 제거되며 여풍(餘風)도 없어질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오늘의 사대부(士大夫)가 상장(喪葬)에 있어 불교 의식을 쓰지 않는 것은 곧 성상께서 교화를 일으키신 효험으로서, 이미 그들의 옳은 것 같으면서 그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진정 이 이단의 교(敎)를 멸절시키는 전기(轉機)인데, 이 법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이는 백성들이 이미 그 그른 것을 알고 있는데도 도리어 그른 짓을 하도록 인도하는 것입니다. 어찌 잘못된 법을 굳게 지키고 변경하지 않으십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법을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마시고 결단하는 것을 의심하지 마시어, 이 몇 가지 조항(條項)을 제거하고 저들로 하여금 점차 소마(消磨)되게 하시면 크게 다행하겠습니다."

하였으나, 따르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40책 261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133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법제(法制) / 사상-불교(佛敎) / 군사-군정(軍政) / 군사-군역(軍役)

  • [註 028]
    모적(蟊賊) : 모(蟊)와 적(賊)은 벼의 해충으로, 뿌리를 잘라 먹는 벌레를 모라 하고, 마디를 잘라 먹는 벌레를 적이라 함.

○弘文館直提學金應箕等上疏曰:

竊惟佛氏之蟊賊斯民, 蓁蕪正路, 以流禍天下也尙矣。 其所以植根固流, 波遠滋蔓而不絶者, 特以三代之後, 皇極之主不作, 怵於禍福, 惑於空玄而然也。 惟我聖上, 明睿洞照, 剛健不惑, 尊吾道、抑異端, 無度僧徒, 輒充軍額, 可謂千載一時矣。 顧惟給度試禪啓囚等事, 因不修改, 猶錄《大典》, 前日司諫院所啓當矣, 而聖上特以改《大典》爲難。 以我聖上, 身任斯道之正, 而猶曰我不崇奉, 《大典》不可改也, 則彼之根株, 何時而絶? 且安保其後嗣之不惑乎? 先儒有言曰: "誠欲廢絶釋氏, 當使天下知其爲害而不惑其說, 又不利其鬻牒之資, 則自然本根除而餘風殄矣。" 今之士大夫喪葬, 不用浮屠之敎, 是乃聖上興化之效, 而已知其似是之非也。 此正廢絶異敎之機, 而此法猶在, 則是民已知非, 而反使導其爲非也。 豈可膠守謬典而不變乎! 伏願殿下, 毋泥改法, 斷之不疑, 去此數條, 使彼漸以消磨, 不勝幸甚。

不聽。


  • 【태백산사고본】 40책 261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133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법제(法制) / 사상-불교(佛敎) / 군사-군정(軍政) / 군사-군역(軍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