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관 부제학 김극검 등이 제천정 개수 공사를 중지할 것을 건의하다
홍문관 부제학(弘文館副提學) 김극검(金克儉) 등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삼가 듣건대, 요즈음 제천정(濟川亭)이 좁고 작다고 하여 장차 철거시키고 신축(新築)하면서 그 규모를 늘리고 크게 한다고 하는데, 이 정자가 무슨 관계되는 바가 있어서 급하게 고쳐 짓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사신을 맞기 위함이라며 이보다 앞서 사신이 온 것이 한 번이 아닌데도 그 부족한 것을 보지 못하였으며, 만약 거가(車鴐)를 세워 두기 위함이라면 거마(車馬)의 행차가 참으로 예사로운 것은 아니겠지만, 어찌 그 체제를 크고 사치스럽게 하여 보기에 아름답게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성덕(聖德)에 누(累)가 되고 후사(後嗣)에게 유관(遊觀)292) 하는 조짐을 열어 주기에 충분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영선(營繕)이 바야흐로 많으며 정자도 아직 단단한데, 이 거사(擧事)가 어찌 어쩔 수 없어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겠습니까? 전(傳)에 이르기를, ‘예전대로 두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필이면 다시 지으려 하는가?’ 하였습니다. 삼가 원하건대, 빨리 이 역사를 정지하게 하소서."
하니, 어서(御書)하기를,
"지금 제천정(濟川亭)을 신축(新築)하는 것이 어찌 유관하는 곳을 만들어, 노(魯)나라 은공(隱公)이 고기를 구경하던 일을 같이 답습하려고 함이겠는가? 다만 썩었기 때문에 고쳐짓는 것이니, 혹 수전(水戰)을 허거나 혹 관가(觀稼)하면서 머물려고 한다. 그리고 사신을 맞이하는 곳은 미리 손질하지 않을 수 없으니, 중국을 높이는 뜻이다. 그런데 경(卿)들은 분별없는 행동이라고 칭탁하면서 나의 마음을 잘못 헤아리고, 남들이 보기에 아름답게 하여 후사(後嗣)에게 사치스런 조짐을 보인다는 것으로 말을 삼으니, 내가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아뢴 바를 쾌하게 따라 경악(經幄)의 신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보이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9책 252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8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재정-역(役) / 건설-건축(建築)
- [註 292]유관(遊觀) : 유람.
○弘文館副提學金克儉等上箚子曰:
伏聞, 近以濟川亭狹小, 將撤而新之, 增大其規模, 未知此亭有何所關, 而急爲之改也? 若爲邀使華, 則前此使華之來非一, 而不見其不足, 若爲駐車駕, 則車馬之幸, 固非尋常, 豈可宏侈其制, 以爲觀美! 祗足以累聖德, 啓後嗣遊觀之漸。 況今營繕方殷, 亭尙完固, 而此擧豈非得已不已! 傳曰: "仍舊貫如之何, 何必改作。" 伏願亟停此役。
御書曰: "今新濟川亭, 豈欲作遊觀之地, 而同轍乎魯隱之觀魚耶! 但以因朽改構, 或因水戰, 或因觀稼而駐, 且邀使華之地, 不可不預爲修葺, 以尊上國。 而卿等徒托妄擧, 謬揣予心, 而以觀人之美侈嗣之漸, 爲辭, 予不可不聽, 快從所啓, 示重經幄之臣。"
- 【태백산사고본】 39책 252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8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재정-역(役) / 건설-건축(建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