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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249권, 성종 22년 1월 5일 임오 5번째기사 1491년 명 홍치(弘治) 4년

생원 조유형을 불러 진달하고자 하는 의견이 무엇인지를 묻다

명하여 생원(生員) 조유형(趙有亨)을 불러 인견(引見)하고 이르기를,

"그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니, 조유형이 아뢰기를,

"신(臣)이 일개(一介) 서생(書生)으로 국가(國家)의 정치에 대한 것을 어떻게 감히 논의하겠습니까? 그러나 지난 겨울에 삼가 구언(求言)의 하교를 보니, 말씀하시기를, ‘상위(象緯)015) 가 이변(異變)을 보였는데, 견고(譴告)016) 함이 매우 엄(嚴)하므로 그 허물을 깊이 생각해 보니 나 한 사람에게 있다. 어찌 내가 하늘에 감통(感通)하는 정성이 지극하지 못함이 있었느냐?’고 하셨습니다. 이에 전하(殿下)의 경천(敬天)하시는 마음을 보았습니다. 신이 일찍이 《홍범(洪範)》017)《팔서징(八庶徵)》018) 을 읽으니, 거기에 이르기를, ‘왕(王)은 오직 해[歲]를 살펴야 한다.’고 하였는데, 경술년019) 의 한 해를 가지고 보건대, 봄부터 여름까지 한기(旱氣)가 몹시 심하였고 대궐뜰에서 사람이 벼락을 맞았으며, 겨울철에는 지나치게 따뜻하였고, 지금은 성변(星變)이 있으니 작은 연고가 아닙니다. 이는 정사에 군신(君臣) 상하(上下)가 일치하여 직무에 힘쓰며 두려워하고 공경하여 하늘에 순응하기를 성실히 할 때 입니다.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하늘의 도(道) 아름답기 그지없다.’고 하였으니 사시(四時)가 모든 쉼이 없는 성실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10월은 순음(純陰)020) 이어서 양(陽)이 없으므로 하늘의 운행(運行)이 끊어지는 것 같으나 소설(小雪)이 지난 뒤부터 여러 날이 지나면, 위에 있는 음(陰)이 일분쯤 소멸하고 아래에 있는 양(陽)이 일분쯤 신장(伸長)하여 곤괘(坤卦) 시초에 이미 일분의 양이 있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곧 천도(天道)에는 간단(間斷)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 《시경》에 이르기를, ‘10월021) 에 〈일월(日月)이〉 교회(交會)하는 삭일(朔日)인 신묘(辛卯)에 일식(日食)이 일어났다.’라고 하였고, 그 다음에 말하기를, ‘황보(皇父)는 경사(卿士)요, 번유(番維)는 사도(司徒)이다.’ 하였는데, 이를 해석하는 자가 말하기를, ‘소인(小人)이 안에서 권세를 잡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變)이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거듭 오는 우레가 진괘(震卦)이다. 군자(君子)는 이를 보고 공구(恐懼)하며, 덕을 닦고 반성한다.’ 하였고, ‘경공(景公)이 자신에 돌이켜 살피고 덕을 닦으매, 형혹성(熒惑星)이 3사(舍)를 물러났다.’022) 고 하였으니, 인주(人主)가 한 번 천재(天災)를 만나 경계하여 살피고 근신하면, 재앙이 변하여 상서(祥瑞)를 이루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그대의 말이 옳다. 역대(歷代)의 임금이 하늘의 견책(譴責)을 만나게 되면 비록 지극히 어리석은 군주라 할지라도 어느 누가 경계하며, 스스로 근신할 줄을 알지 못하였겠는가?"

하였다. 조유형(趙有亨)이 또 아뢰기를,

"지금, 바야흐로 성상(聖上)께서는 학문이 고명(高明)하시어 문(文)을 숭상하고 교화를 진흥하시니, 사방(四方)의 선비들이 와서 〈은택(恩澤)에〉 젖어 교유하며 태평을 구가(謳歌)하여 많은 선비가 충만해 있는데, 신이 포의(布衣)로서 비록 지식(知識)은 없다 하더라도 사우(師友)의 사이에서 어찌 들은 바가 없겠습니까? 평일에 배운 바를 진달코자 함이 오래 되었는데, 이제 인견(引見)하심을 얻었으니, 이는 신이 말씀드릴 수 있는 날을 얻은 것입니다. 그러하오나 일개 서생으로 뇌정(雷霆)023) 아래에 엎드리니, 심기(心氣)가 꺾이어 생각한 바를 다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그대가 말할 것이 있으면, 거리낌없이 다 말함이 옳다. 사람의 자위가 낮다 하여 말까지 폐하지는 않겠다."

하였다. 조유형이 말하기를,

"신이 말할 바의 일들은 좌우(左右)의 근신(近臣)과 묘당(廟堂)의 대신(大臣)들이 모두 다 이미 익히 강획(講劃)한 것인데 신이 어찌 군더더기 말을 더하겠습니까? 성(誠)이란 한 글자는 고금(古今)의 제왕(帝王)들이 전해 받은 심법(心法)으로서, 성학(聖學)의 시초와 종말을 이루는 것입니다. 《중용(中庸)》의 한 책을 보건대, 성은 곧 그 한편의 추뉴(樞紐)로서 천도(天道)와 인심(人心)을 꿰뚫어 하나로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한 가지 이치를 말하고 중간에 가서는 만가지 일로 흩어졌다가 종말에는 다시 한 가지 이치로 합한 것이 모두가 성(誠)아닌 것이 없습니다. 처음에 말한 한 가지 이치란 ‘하늘이 명(命)한 것을 성(性)이라 이른다.’는 것이 이것이며, 중간에 이르러 만가지 일로 흩어졌다는 것은 존양(存養)024) 과 성찰(省察)로 중(中)과 화(和)를 이루면, 천지(天地)가 자리에 있게 되고 만물(萬物)이 생장하며, 비은(費隱)025)달도(達道)026)달덕(達德)027)구경(九經)028) 에 이르는 것이 곧 이것입니다. 종말에 가서는 다시 합하여 하나의 이치로 된다는 것은 하늘이 만물을 만들어 내는 데 그 소리를 듣는 자도 없고 냄새를 아는 자도 없다고 한 것이 이것입니다.

대개 당(唐)·우(虞)029)삼대(三代)030) 의 시대에는 우리 도(道)031) 가 해가 중천(中天)에 있음과 같아서 중용(中庸)을 지을 필요가 없었지만, 주말(周末)로 내려와서는 이단(異端)의 학설[說]이 날마다 새로 일어나고 달마다 성(盛)하여졌기 때문에 자사(子思)가 도학(道學)의 전수(傳授)를 잃지나 않을까 근심하여 지은 것입니다. 자사가 천도와 인심을 본떠서 이 글을 지었기 때문에, 그 글의 격식이 이와 같습니다. 천도로 말한다면, 양의(兩儀)032) 가 아직 나누어지지 않았으므로 하나의 큰 덩이로 되어 있었으니, 이것이 한 이치인 것이요, 태극(太極)이 움직이면, 양(陽)을 낳고 고요해지면서 음(陰)을 낳아 홍섬(洪纖)033) 과 고하(高下)가 각각 그 성명(性命)을 바르게 하니, 이것이 중간에 만가지 사물로 흩어진다는 것입니다. 만물(萬物)을 숙살(肅殺)하고 수렴(收斂)하여, 돌아가 갈무리하는 것이 곧 종말에 다시 합하여 한 이치로 된다는 것입니다. 인심으로 본다면 사물(事物)을 아직 느끼지 못할 때에 적연(寂然)히 움직이지 않는 것, 이것이 곧 한 이치요, 느끼면서 드디어 천하의 일에 두루 미쳐 놓으면 육합(六合)034) 에 가득히 차는 것이 곧 흩어지면 만사가 되는 것이며 거두어서 은밀한 데로 퇴장(退藏)하는 것이 다시 합하여 한 이치로 되는 것입니다.

원컨대 전하(殿下)께서는 하늘을 공경하는 정성을 쉬지 말고 더욱 더하소서. 《주역(周易)》의 한 글로써 말씀드린다면, 복괘(復卦)는 곧 일양(一陽)의 괘이나 한해로 따지면 11월입니다. 그 대상(大象)에 이르기를, ‘우레[雷]가 땅 밑에 있음이 복(復)이니, 선왕(先王)이 이를 본받아 지일(至日)035) 에 관문[關]을 닫고 상려(商旅)036) 로 하여금 다니지 못하게 하며 임금도 나라의 사방을 나가 살피지 아니한다.’고 하였으니, 양(陽)이 처음 생겨나 심히 미약하므로, 마땅히 안정(安靜)시켜 길러서 자라 성대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전(彖傳)에 이르기를, ‘복(復)에서 그 천지(天地)의 마음을 볼진저.’라고 하였습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복(復)의 의(義)를 본받으시어 더욱 양(陽)을 붙들어주고, 음(陰)을 억제하시어 군자(君子)를 받아들이고 소인(小人)을 물리치셔서, 하늘의 경계에 근신하소서. 임괘(臨卦)는 곧 이양(二陽)의 괘니, 한 해로 보면 12월에 해당됩니다. 그 대상에 이르기를, ‘못 위에 언덕이 있음이 임(臨)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백성에게 임하게 되면 교도하려는 생각이 무궁(無窮)하며 백성을 잘 보전하려는 마음이 끝이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임금은 마땅히 이 뜻을 본받아 백성을 잘 보전하여 각기 편히 살 곳을 잃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신축년037)을사년038) 은 백성들의 기한(飢寒)이 비할 바가 없었는데 진휼(賑恤)에 대여한 곡식을 즉시 상환토록 하여 재촉하는 명령이 매우 급박했으며, 손실(損實)을 답험(踏驗)039) 함에 이르러서는 위관(委官)에게 일임하여, 고하(高下)의 등급이 적정(適正)하지 못하여 화기를 손상하고 재앙을 부른 것이 이로 말미암지 않음이 없었으니, 원컨대 특별히 두 해의 환자곡[還上穀]을 감하시어 하늘의 경계에 근신하소서. 태괘(泰卦)는 곧 삼양(三陽)의 괘이니, 한 해로 따지면 바로 1월[正月]에 해당됩니다. 대상에 이르기를, ‘천지(天地)가 서로 통하여 〈음양이 화합함이〉 태(泰)이니, 임금이 천지의 도(道)를 본받아 모든 시위(施爲)하는 방법을 제작해 이루며, 천지의 마땅함을 보상(輔相)하여 백성을 돕는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총애를 받는 재상(宰相)으로 묘당(廟堂)에 있는 자가 식화(殖貨)에 힘써 노적(露積)가리를 산더미 같이 해놓고 백성들의 비척(肥瘠)040) 을 보기를, 마치 월(越)나라 사람이 진(秦)나라 사람의 비척을 보는 것같이 하니, 이는 대신(大臣)의 도리가 아닌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묻기를,

"이와 같이 사람을 네가 능히 알고 있으냐?"

하였으나, 조유형(趙有亨)이 대답하지 아니하였다. 조유형(趙有亨)이 또 아뢰기를,

"대장(大壯)은 곧 사양(四陽)의 괘인데, 한 해로 따지면 2월에 해당됩니다. 그 대상(大象)에 이르기를, ‘우레가 하늘 위에서 진동함이 곧 대장이니, 군자는 〈군자의 대장의 상(象)을 본받아〉 예(禮)가 아니면 행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였습니다. 군자의 대장(大壯)함이란 극기복례(克己復禮)041) 만한 것이 없습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이 의(義)를 본받으시어, 과감하게 사심을 버리시고 하늘의 경계에 근신하소서. 쾌괘(夬卦)는 곧 오양(五陽)의 괘이니, 한 해로 따지면 3월입니다. 그 대상에 이르기를, ‘못물이 극히 높은 데로 올라가면 〈결(決)하여 아래로 내려옴이〉 쾌(夬)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녹(祿)을 베풀어 아랫사람에게 미치게 하며, 덕(德)있는 자리에 있게 되면 미리 금방(禁防)하는 법을 본받느니라.’라고 하였습니다. 한 국가(國家)의 모든 조정에서 신하에게는 다 녹봉(祿俸)이 있고, 또 직전(職田)042) 이 있었은 즉, 이는 녹의 은택을 베풀어 아랫사람에게 미치게 하는 뜻입니다. 신이 생각하기로는, 직전은 국초(國初)의 법이 아니고, 수신전(守信田)043) ·휼양전(恤養田)044) 을 폐지하고 직전을 만들어서, 그 신의를 지키려고 하는 자에게는 의지할 바를 잃게 하였으며, 그 어버이에게 효도하려는 자에게는 곤궁하여 함께 거꾸러져도 호소할 곳이 없게 되어 선왕(先王)의 어진 법과 아름다운 뜻으로 하여금 하루아침에 폐하여 이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옛날 문왕(文王)은 어진 정치를 펼 때 반드시, 환·과·고·독(鰥寡孤獨)에게 우선하였다고 합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직전을 파(罷)하시고 수신전과 휼양전을 회복토록 하소서. 건괘(乾卦)는 순양(純陽)의 괘이니, 한 해로 따지면 4월이 됩니다. 그 대상에 이르기를, ‘하늘의 운행(運行)은 강건(剛健)한 것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스스로 힘쓰며[强] 쉬지 아니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도 천도(天道)의 강건함을 본받으시어 하늘의 경계에 근신토록 하소서. 구(姤)는 일음(一陰)이 처음 생기는 괘이니, 한 해로 따지면 5월이 됩니다. 그 초륙(初六)에 ‘쇠로 만든 고동목[金柅]을 채우고 또 매달아 놓으면, 정(貞)한 도(道)가 길(吉)하고, 가는 바[攸往]가 있으면 흉(凶)함을 볼 것이니, 여윈 돼지가 항상 깡총 깡총 뛴다.’고 하였습니다. 대개 일음(一陰)이 처음 생겨난다는 것은 곧 한 소인(小人)이 진출함을 이르는 것이니, 한 소인이 나오게 되면, 많은 소인이 각각 유(類)를 따라 나와서 〈필경〉 그 나라를 암매(暗昧)한 곳으로 빠지게 하는 것입니다. 구오(九五)에 이르기를, ‘기(杞) 나무로 그 아래의 아름다운 열매를 싸서, 〈아름다운 덕을 속에 간직하고 지성껏 구하면〉 하늘로부터 내리리라.’고 하였으니, 임금이 어진이를 쓰기를 마치 기나무 잎새로 아름다운 열매를 싸듯이 함을 말한 것입니다.

신이 구로(舊老)의 말을 들으니, 이르기를, ‘세종조(世宗朝)에는 파파(番番)045) 한 노사(老士)들이 서위(庶位)046) 에 포열(布列)되었었다.’고 하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노성(老成)한 신하는 옛부터 임금이 버리지 않았습니다. 옛날 소공(召公)047)성왕(成王)을 경계하여 이르기를, ‘지금 어린 나이로 왕위(王位)를 계승하였으니, 수고(壽耉)048) 한 이를 버리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문무(文武) 양과(兩科) 출신 이외에도 조정에 벼슬한 선비들이, 어린 나이로 이미 현달(顯達)한 벼슬을 제수받은 자가 비비(比比)049) 하게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주의(注擬)할 때 성상(聖上)의 내지(內旨)가 많이 있었고, 전형(銓衡)하는 관원으로 그 〈적절한〉 사람을 다 얻지 못함이니, 이는 전하께서 사람을 쓰는 길이 지극하지 못하신 것입니다. 둔괘(遯卦)는 이음(二陰)의 괘이니, 한 해로 말하자면 6월이 됩니다. 그 대상에 이르기를, ‘하늘 아래에 산이 있고 산이 솟다가 그친 것이 둔(遯)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소인을 멀리하되, 악한 말이나 엄한 빛을 짓지 아니하고서도 엄하게 한다.’고 하였으니, 임금이 마땅히 소인을 멀리하여 그로 하여금 위(位)에 있지 못하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 구오(九五)에 이르기를, ‘〈中正한〉 아름다운 둔(遯)이니, 정정(貞正)하면 길(吉)하리라.’ 하였습니다. 지금 재앙을 만나 정전(正殿)을 피하심은 곧 임금의 둔(遯)이니, 이는 바로 천도(天道)를 순응하여 공구(恐懼)하며, 수성(修省)할 때입니다.

비(否)란 삼음(三陰)의 괘이니, 한 해로 말하자면, 7월이 됩니다. 그 구오(九五)에 이르기를, ‘대인(大人)이 위(位)에 있으면 비색함을 휴식케 하는지라 그 망하지 않을까 망하지 않을까 하며 포상(苞桑)050) 에 잡아 매는 듯하리라.’ 하였으니, 대개 구오(九五)란 군위(君位)이기 때문에 경계하기를, 이와 같이 한 것입니다. 신이 국가의 변비(邊鄙)051) 의 일을 보건대, 경상도(慶尙道) 연해(沿海)의 고을에는 왜노(倭奴)들이 섞이어 살고 있으며 전라도(全羅道) 연변(沿邊)의 땅에는 방어 태세가 소홀하며, 황해도(黃海道)에 이르러서는 요해(要害)의 땅인데도, 아직 절도사(節度使)가 없으니, 만일 불우(不虞)052) 의 변이 있게 되면 무엇으로 당하겠습니까? 원컨대 전하께서는 포상(苞桑)에 잡아매는 경계를 더하게 하소서.

관(觀)이란 사음(四陰)의 괘(卦)이니, 한 해로 말씀하면 8월입니다. 구오(九五)에 이르기를, ‘나의 삶을 보되, 군자면 허물[咎]이 없으리라.’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삶을 본다는 것은 풍속(風俗)과 정치(政治)를 이름이니, 정치가 모두 다 착하게 이루어지고, 군자의 도(道) 같으면 허물이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박괘(剝卦)는 곧 오음(五陰)의 괘이니, 한해로 보면 9월입니다. 그 대상에 이르기를, ‘윗사람이 이을 본받아 아랫사람에게 후(厚)하게 하여 집안이 편안하게 되리라.’고 하였습니다. 대개 그 아랫사람을 후고(厚固)하게 한다는 것은, 그 삶을 편안하게 함을 이르는 것입니다. 이를 미루어 본다면, 신축년(辛丑年)과 을사년(乙巳年) 두 해의 구채(舊債)도 또한 감하여야 마땅합니다. 곤(坤)은 순음(純陰)의 괘이니, 한해로 보면 10월입니다. 위에 있는 음(陰)이 일분(一分)쯤 소멸하게 되면 아래에 있는 양(陽)이 또한 일분쯤 생장하게 되는 것이므로 여기에서 복괘(復卦)가 또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는 천도가 지극히 성실하게 쉼이 없기 때문입니다.

신이 지극히 성실히 쉼이 없는 것으로써 반복(反覆)하여 개진(開陳)하는 것은 극히 오활(迂闊)하나, 옛글에서 상고해 보면,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시기를, ‘시(詩) 3백 편(篇)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고 하였는데, 이 사특함이 없다는 것이 곧 성(誠)입니다.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예의(禮儀)가 3백이요, 위의(威儀)가 3천이지마는, 한마디로 말한다면, 경(敬)하지 않은 것이 없다.’라고 하였는데, 경이 바로 성입니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공경하시며 통명(通明)하시며 문장(文章)하시며 생각이 심원(深遠)하시되 면강함이 아니다.’라고 하고, 주(註)에 이르기를, ‘공경할 흠[欽]의 한 글자가 개권(開卷)053) 함에 제일의(第一義)이다.’라고 하였는데, 그 흠이 바로 성입니다. 《맹자(孟子)》에 이르기를, ‘성실함을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도(道)이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성입니다. 《논어(論語)》에 이르기를, ‘그 말이 충성되고 미더우며 행실이 돈독하고 공경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성입니다. 《대학(大學)》의 제 6장에 ‘성(誠)은 한 몸의 근본이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성입니다. 《중용(中庸)》에서는 성이란 것이 한 편(篇)의 추뉴(樞紐)가 되어 천명(天命)으로부터 무성(無聲)·무취(無臭)에 이르기까지 이 성으로 일관(一貫)하였습니다.

대저(大抵) 처음에는 부지런히 하다가 끝에 가서 게을러지는 것이 인정(人情)의 상례(常例)인 것입니다.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시초가 있지 않음이 아니로되, 끝마침을 잘하는 자가 적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堯)·순(舜)탕탕(蕩蕩)054) 하고, 외외(巍巍)055) 하여, 무어라고 이름짓기 어려운 임금인데도 우(虞)나라의 군신(君臣)이 경계하고 당부하기를 혹은, ‘한도없이 경계(儆戒)하여 안일하게 놀지 말며 과도하게 즐기지 마소서.’라고 말하였고, 혹은 ‘하루 동안 만기(萬機)056) 를 살피시며 긍긍(兢兢)057) 하고 업업(業業)058) 하소서.’라고 말하였고, 주공(周公)059)《무일(無逸)》060) 을 지어 성왕(成王)을 경계하였으며, 한(漢)과 당(唐)에 이르러서는 신공(申公)은 힘써 행하도록 경계하였으며, 위징(魏徵)은 십점(十漸)의 소(疏)061) 를 올렸으니, 이는 모두 인주(人主)로 하여금 종말을 근신하기를 처음 시작할 때와 같이 하여 무강(無彊)한 아름다움을 향유케 하려 한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이 두어 가지 말을 본받으시어, 지극히 성실하고 쉼이 없는 공(功)을 더욱 더하시고, 하늘에 성실하게 순응하시면 천재(天災)를 그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그대의 말한 바가 크게 이치에 맞는 것이 있고, 경학(經學)에도 정숙(精熟)하다."

하고, 이어 승지(承旨)에게 일러 말하기를,

"비록 말하고자 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전폐(殿陛)의 사이에서 다 말하고 숨김이 없으니, 그 뜻을 취할 만하다. 나이 지금 몇이냐?"

하니, 우승지(右承旨) 허침(許琛)이 아뢰기를,

"조유형은 신의 4촌 매부(妹夫)입니다. 문자(文字)를 조금은 해독하오며, 나이는 30 남짓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이르기를,

"말한 바의 시폐(時弊)는 시행할 수 없을 것 같다."

하니, 허침이 아뢰기를,

"그의 말은 시행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조유형에게 후추(胡椒) 3말[斗]을 하사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249권 2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680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정론-정론(政論) / 인사(人事) / 군사-군정(軍政) / 외교-왜(倭) / 농업-전제(田制) / 구휼(救恤) / 사상-유학(儒學) / 역사-고사(故事) / 과학-천기(天氣)

  • [註 015]
    상위(象緯) : 일월(日月)·오성(五星)을 이름.
  • [註 016]
    견고(譴告) : 꾸짖고 훈계함.
  • [註 017]
    《홍범(洪範)》 : 《서경(書經)》의 편명(篇名).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은(殷)나라를 쳐서 멸(滅)하고 기가(箕子)를 찾아 천도(天道)를 물었을 때, 기자가 천지(天地)의 대법(大法)을 진달하기 위해 서술(敍述)한 것이라 함. 홍(洪)이란 크다는 뜻이고 범(範)이란 법(法)이란 뜻으로, 대법(大法)이란 말임.
  • [註 018]
    《팔서징(八庶徵)》 : 홍범 9주(洪範九疇) 중의 하나.
  • [註 019]
    경술년 : 1490 성종 21년.
  • [註 020]
    순음(純陰) : 순연한 음기(陰氣).
  • [註 021]
    10월 : 하정(夏正)으로 말함.
  • [註 022]
    ‘경공(景公)이 자신에 돌이켜 살피고 덕을 닦으매, 형혹성(熒惑星)이 3사(舍)를 물러났다.’ : 송(宋)나라 경공(景公) 때에 형혹성이 심성(心星)을 침범하니, 경공이 이를 근신하여 사성(司星) 자위(子韋)를 불러 물었는데, 경공이 자위와 더불어 말하면서 덕(德)스러운 말 세 가지를 하였더니, 자위가 "하늘이 반드시 인군(人君)께 세 가지 상(賞)을 내려서 오늘 저녁에 마땅히 형혹성이 삼사(三舍)를 옮겨 갈 것입니다." 하였는데, 과연 이날 저녁에 형혹성이 삼사를 옮겨 갔다는 고사.
  • [註 023]
    뇌정(雷霆) : 우레와 번개 즉 임금의 위엄을 뜻함.
  • [註 024]
    존양(存養) : 본심을 잃지 않게 그 착한 성품을 기름.
  • [註 025]
    비은(費隱) : 성인의 도(道)는 두루 미침.
  • [註 026]
    달도(達道) : 인류 전반에 통하여 행해야 할 도(道).
  • [註 027]
    달덕(達德) : 인간의 전반 어떠한 곳에도 행해야 할 덕(德).
  • [註 028]
    구경(九經) : 천하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아홉 가지 대도(大道). 즉 수신(修身)·존현(尊賢)·친친(親親)·경대신(敬大臣)·체군신(體君臣)·자서민(子庶民)·내백공(來百工)·유원인(柔遠人)·회제후(懷諸侯).
  • [註 029]
    당(唐)·우(虞) : 요순(堯舜)의 시대.
  • [註 030]
    삼대(三代) : 하(夏)·은(殷)·주(周)나라.
  • [註 031]
    도(道) : 유교(儒敎)의 도(道).
  • [註 032]
    양의(兩儀) : 양(陽)과 음(陰).
  • [註 033]
    홍섬(洪纖) : 넓고 큰 것과 가늘고 작은 것.
  • [註 034]
    육합(六合) : 천지(天地)와 사방(四方).
  • [註 035]
    지일(至日) : 동짓날.
  • [註 036]
    상려(商旅) : 상객(商客).
  • [註 037]
    신축년 : 1481 성종 12년.
  • [註 038]
    을사년 : 1485 성종 16년.
  • [註 039]
    답험(踏驗) : 논밭에 가서 실지로 손실(損失)을 조사하는 것.
  • [註 040]
    비척(肥瘠) : 살찌고 야윔.
  • [註 041]
    극기복례(克己復禮) : 사욕을 누르고, 예(禮)로 돌아간다는 뜻.
  • [註 042]
    직전(職田) : 조선조 세조(世祖) 12년(1466) 8월에 과전(科田)을 혁파하고 설치한 토지 제도. 조선조가 개국(開國)한 후 공신전(功臣田)이 양적(量的)으로 늘고, 또한 과전의 세습화와 관원의 수가 많아져서 경기(京畿)의 과전이 부족하게 되어,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과전을 현직자에 한해서 지급하도록 한 것인데, 원칙적으로 세습하지 못하였음.
  • [註 043]
    수신전(守信田) : 과전(科田)을 받은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아내가 수절할 경우에 주던 토지. 자식을 두고 수절할 경우 과전의 전부를 주고, 자식없이 수절할 경우 그 반을 주었음.
  • [註 044]
    휼양전(恤養田) : 나라에서 나이 어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급하던 토지.
  • [註 045]
    파파(番番) : 용맹스런 모습.
  • [註 046]
    서위(庶位) : 여러 가지의 지위.
  • [註 047]
    소공(召公) :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서자(庶子). 성왕(成王) 때 주공(周公)과 함께 삼공(三公)이 되어 섬서성(陝西省) 이서(以西)의 땅을 다스렸는데, 선정(善政)을 베풀었다고 함.
  • [註 048]
    수고(壽耉) : 노성한 사람을 말함.
  • [註 049]
    비비(比比) : 많은 모양.
  • [註 050]
    포상(苞桑) : 뿌리가 굳은 뽕나무 떨기.
  • [註 051]
    변비(邊鄙) : 변방.
  • [註 052]
    불우(不虞) : 뜻하지 않음.
  • [註 053]
    개권(開卷) : 책을 처음으로 폄.
  • [註 054]
    탕탕(蕩蕩) : 넓고 큰 모양.
  • [註 055]
    외외(巍巍) : 뛰어나게 높고 우뚝 솟은 모양.
  • [註 056]
    만기(萬機) : 모두 정무(政務).
  • [註 057]
    긍긍(兢兢) : 삼가고 두려워하는 모양.
  • [註 058]
    업업(業業) : 두려워하는 모양.
  • [註 059]
    주공(周公) :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아들. 무왕(武王)의 아우. 문왕·무왕을 도와 주(紂)를 치고, 성왕(成王)을 도와 왕실(王室)의 기초를 세우고 제도(制度)와 예악(禮樂)을 정하여, 주(周)의 문화(文化) 발전에 이바지한 바가 큼.
  • [註 060]
    《무일(無逸)》 : 《서경(書經)》의 편명(篇名). "아아! 군자(君子)는 안일(安逸)이 없는 법이다. 먼저 농사 짓는 어려움을 알고 편히 논다면 소인(小人)의 의지함을 알게 될 것이다. [嗚呼君子所其無逸 先知稼穡之艱難 乃逸則知小人之依]" 하였음.
  • [註 061]
    소(疏) : 위징(魏徵)은 당(唐)나라 태종(太宗)의 신하로서, 태종이 수신(修身)과 치정(治政)함에 있어 차츰 태만해지자, 군주가 소홀히 하면 작은 일이 점점 커져 큰 화(禍)가 된다고 하는 10개항의 조짐을 들어 경계한 것을 말함.

○命召生員趙有亨引見曰: "爾欲言者何事歟?" 有亨啓曰: "臣以一介書生, 其於國家政治, 何敢議爲? 然去冬, 伏覩求言之敎曰: ‘象緯示變, 譴告甚嚴, 深思厥咎, 在予一人。 豈予格天之誠, 有未至歟?’ 於此見殿下敬天之心也。 臣嘗讀《洪範》 《八庶》徵曰: ‘王省惟歲。’ 以庚戌一歲觀之, 自春徂夏, 旱氣太甚, 以至震人于闕庭, 冬月愆陽, 今有星變, 非細故也。 此政君臣上下, 同寅協恭, 應天以實之秋也。 《詩》曰: ‘維天之命, 於穆不已。’ 四時皆有無息之誠。 十月純陰, 而無陽天之運行, 似若間斷, 然自小雪之後, 累日而進, 則陰之在上者, 有一分之消, 而陽之在下者, 有一分之長, 坤卦之初, 已有一分之陽, 此天道無間斷也。 《詩》曰: ‘十月之交朔日辛卯, 日有食之。’ 次言: ‘皇甫卿士, 番維司徒。’ 釋之者曰: ‘小人用事於內, 故有此變也。’ 《易》曰: ‘荐雷震。 君子以恐懼修省。 景公反身修德, 熒惑退舍。’ 人主一遇天災, 警省戒愼, 則可以變災爲祥矣。" 上曰" "爾言是矣。 歷代人君, 若遇天譴, 則雖至愚之主, 誰不知戒而自飭乎?" 有亨又啓曰: "方今聖學高明, 右文興化, 四方之士, 來游來歌, 濟濟洋洋, 臣以布衣, 雖無知識, 於師友間, 豈無所聞乎? 以平日所學, 欲陳久矣, 今獲引見, 是臣得言之日也。 然以一介書生, 伏於雷霆之下, 心氣摧折, 恐未盡卑懷也。" 上曰: "爾有所言, 不諱盡言可也。 不以人廢言。" 有亨曰: "臣所言之事, 左右近臣, 廟堂大臣, 皆已講畫, 臣何容贅? 然誠之一字, 古今帝王, 傳授心法, 而聖學之成始成終者也。 以《中庸》一書觀之, 則誠乃一篇之樞紐, 貫天道人心而一者也。 始言一理, 中散爲萬事, 末復合爲一理者, 無非誠也。 始言一理者, 天命之謂性是也, 中散爲萬事者, 存養省察致中和, 天地位萬物育, 至於費隱、達道、達德、九經是也。 末復合爲一理者, 上天之載, 無聲無臭是也。 蓋唐虞三代之時, 吾道如日中天, 中庸不必作也, 降及末, 異端之說, 日新月盛, 故子思憂道學之失其傳而作矣。 子思象天道人心而作是書, 故其書之體如是。 以天道言, 則兩儀未判, 爲一大塊, 是一理也, 太極動而生陽, 靜而生陰, 洪纖高下, 各正性命, 是中散爲萬事也。 肅殺萬物, 收歛歸藏, 是末復合爲一理也。 以人心觀之, 則未感物時, 寂然不動者, 是一理也, 感而遂通天下之故, 放之則彌六合者, 散爲萬事也, 卷之則退藏於密者, 合爲一理也。 願殿下, 敬天之誠, 益加不息。 以《周易》一書言之, 則復卦乃一陽之卦, 於歲十一月也。 其大象曰: ‘雷在地中復, 先王以至日閉關, 商旅不行, 后不省方。’ 陽之始生甚微, 當安靜以養之, 使之長盛也。 彖傳曰: ‘復其見天地之心乎。’ 願殿下, 體復之義, 益加扶陽抑陰, 進君子退小人, 以謹天戒。 臨卦乃二陽之卦, 於歲十二月也。 其大象曰: ‘澤上有地臨, 君子以敎思無窮, 客保民無疆。’ 人君當體此之義, 容保其民, 使不失所矣。 去辛丑、乙巳年, 飢寒無比, 而賑貸之穀, 使卽還懲, 催令甚迫, 至於踏驗損實, 委諸委官, 高下失中, 傷和召災, 靡不由此, 願特減兩年還上, 以謹天戒。 泰卦乃三陽之卦, 於歲爲正月。 其大象曰: ‘天地交泰, 后以財成天地之道, 輔相天地之宜, 以左右民。’ 今之位寵宰居廟堂之上者, 務於殖貨, 露積如山, 視民之肥瘠, 如人視人之肥瘠, 非大臣之道也。" 上問曰: "如此人, 汝能知之乎?" 有亨不對。 有亨又啓曰: "大壯乃四陽之卦, 而於歲爲二月。 其大象曰: ‘雷在天上大壯, 君子以非禮不履。’ 君子之大壯, 莫若克己復禮也。 願殿下, 體此之義, 克去己私, 以謹天戒。 夬卦乃五陽之卦, 而於歲爲三月。 其大象曰: ‘澤上於天夬, 君子以施祿及下, 居德則忌。’ 國家凡立朝之臣, 皆有祿俸, 又有職田, 則是施祿及下之意也。 臣以爲職田, 非國初之法, 而守信、恤養田廢而爲職田, 使欲守其信者, 失所無依, 欲孝其親者, 顚連無告, 使先王良法美意, 一朝廢而至此。 昔文王, 發政施仁, 必先鰥、寡、孤、獨。 願殿下, 罷職田, 復守信、恤養之田。 乾純陽之卦, 而於歲則四月也。 其大象曰: ‘天行健, 君子以自强不息。’ 願殿下, 法天之健, 以謹天戒。 姤一陰之卦, 而於歲則五月也。 其初六曰: ‘繫于金柅貞吉, 有攸往見凶, 羸豕孚蹢躅。’ 蓋一陰始生, 乃一小人進也, 一小人進, 則衆小人各以類進, 降其國於暗昧。 九五曰: ‘以杞包瓜含章, 有隕自天。’ 言人君用賢, 如以杞葉包美實也。 臣聞舊老之言曰: ‘世宗朝, 番番老士, 布列庶位。’ 而今時則不然。 老成之臣, 自古人主之所不遺也。 昔召公成王曰: ‘今沖子嗣, 卽無遺壽。’ 耉今者文武兩科之外, 立朝之士, 自居髫稚, 已蒙顯授者, 比比有之, 其故何歟? 注擬之時, 多有內旨, 銓衡之官, 未盡得其人也, 此殿下用人之道, 有未至矣。 遯卦二陰之卦, 而於歲爲六月也。 其大象曰: ‘天下有山遯, 君子以遠小人, 不惡而嚴。’ 人君當遠避小人, 俾不得在位也。 九五曰: ‘嘉遯貞吉。’ 今遇災避殿, 乃人君之遯也, 此正順天道, 恐懼修省之時也。 否者三陰之卦, 而於歲則七月也。 其九五曰" ‘大人休否, 其亡其亡, 繫于苞桑。’ 蓋九五君位, 故戒之如是也。 臣觀國家邊鄙事, 慶尙道沿海之邑, 倭奴雜處, 全羅道沿邊之地, 備禦疎虞, 至於黃海道, 是要害之衝, 而尙無節度使, 如有不虞之變, 何以當之? 願殿下, 益加苞桑之戒。 觀者四陰之卦, 而於歲八月也。 九五曰: ‘觀我生, 君子無咎。’ 我生者, 風俗政治之謂也, 政治皆善, 而君子矣, 則爲無咎矣。 剝卦乃五陰之卦, 而於歲則九月也。 其大象曰: ‘上以厚下安宅。’ 蓋厚固其下, 安養其居之謂矣。 推此則辛丑、乙巳兩年舊債, 亦當減也。 坤純陰之卦, 而於歲則十月也。 陰之在上者, 有一分之消, 則陽之在下者, 亦有一分之長, 故於此, 復卦又生焉。 此天道之至誠無息也。 臣以至誠無息, 反覆開陳, 極爲迂矣, 然稽之於古, 則子曰: ‘詩三百, 一言蔽之曰, 思無邪。’ 無邪, 是誠也。 《禮記》曰: ‘禮儀三百, 威儀三千, 一言蔽之曰, 毋不敬。’ 敬是誠也。 《書》曰: ‘欽明文思安安。’ 注云: ‘欽之一字, 開卷第一義也。’ 欽是誠也。 《孟子》曰: ‘思誠者, 人之道也。’ 是誠也。 《論語》曰: ‘言忠信, 行篤敬。’ 是誠也。 《大學》第六章: ‘誠身之本。’ 則是誠也。 《中庸》則誠者, 一篇之樞紐, 自天命, 至無聲、無臭, 一以貫之矣。 大抵始勤終怠者, 人情之常也。 《詩》曰: ‘靡不有初, 鮮克有終。’ 故蕩蕩巍巍, 難名之君, 而朝君臣, 更相戒飭, 或曰: ‘儆戒無虞, 罔遊罔淫。’ 或曰: ‘一日萬幾, 兢兢業業。’ 周公《無逸》, 戒成王, 至於, 申公戒以力行, 魏徵疏以十漸, 此皆欲令人主, 愼終如始, 有無疆之休也。 殿下法此數語, 益加至誠無息之功, 應天以實, 則天災可弭矣。" 上曰: "爾所言, 大有理, 精熟經學。" 因謂承旨曰: "雖有欲言之事, 殿陞之間, 盡言無隱, 其志可取。 年今幾何?" 右承旨許琛啓曰: "有亨, 臣之四寸(姝夫)〔妹夫〕 也。 稍解文字, 年三十餘矣。" 上曰: "所言時弊, 似不可行。" 啓曰: "其言不可行也。" 賜有亨胡椒三斗。


  • 【태백산사고본】 38책 249권 2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680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정론-정론(政論) / 인사(人事) / 군사-군정(軍政) / 외교-왜(倭) / 농업-전제(田制) / 구휼(救恤) / 사상-유학(儒學) / 역사-고사(故事)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