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기(金應冀)·조지서(趙之瑞)·이종민(李宗敏)을 불러 전교하기를,

"그대들은 소간의(小簡儀)의 점후상(占候狀)¹⁰⁴⁰⁾ 을 자세히 아뢰라."

하니, 김응기 등이 서계(書啓)하기를,

"소간의(小簡儀) 아래에는 부석(砆石)¹⁰⁴¹⁾ 이 있고 그 부석의 상면(上面)의 가장자리에는 물 홈[水渠]을 파놓고 거기에 물을 부어 평형(平衡)의 기준을 삼습니다. 그리고 부석 위에 기둥을 세워 고리 세 개를 꿰어놓았는데, 그 기둥 위의 쌍환(雙環)을 ‘사유(四游)’라고 합니다. 양면(兩面)에는 북극(北極)과의 거리의 도수(度數)를 새겨 놓았고 중간에는 규형(窺衡)¹⁰⁴²⁾ 이 있는데, 이것을 동서(東西)로 움직이고 남북(南北)으로 올리고 내릴 수가 있어서 점후(占候)¹⁰⁴³⁾ 하는 것입니다. ‘사유환(四游環)’ 아래에 이중(二重)으로 된 고리가 있는데, 그 안쪽의 고리는 곧 ‘백각환(百刻環)’으로서 상면(上面)에 12시(時)·1백 각(刻)¹⁰⁴⁴⁾ 을 새겨서 낮에는 햇빛으로 시간을 알고 밤에는 중성(中星)으로 시간을 정합니다. 그 바깥쪽 고리는 곧 적도환(赤道環)으로서 상면에 28수(宿)와 천체(天體) 둘레의 도수(度數)를 새겨, 동서(東西)로 움직이게 하여 그것으로 칠정(七政)¹⁰⁴⁵⁾ 과 중외관(中外官)의 입수(入宿)하는 도(度)·분(分)을 관측(觀測)하는데, 비스듬히 기울게 하면 ‘사유환’은 북극(北極)에 기준이 되고 ‘적도환’은 천복(天腹)¹⁰⁴⁶⁾ 에 기준이 되며, 똑바로 세우면 ‘사유환’은 서서 움직이고 ‘백각환’은 ‘음위(陰緯)’가 됩니다. 지금 소간의(小簡儀)를 가지고 탁자(卓子)위에 올려놓고 먼저 물로써 평형(平衡)이 되게 해놓고 또다시 지남철(指南鐵)로 남북(南北)의 방향을 정해 놓은 다음, 그 규형(窺衡)을 가지고 동서로 움직이고 남북으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혜성(彗星)이 있는 곳을 안 다음에, ‘사유환’의 북에서부터 아래로 ‘규형’이 만나는 곳까지 계산하면 그 별이 북극과의 거리가 멀고 가까운 도수(度數)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유환’을 움직이지 않게 잡고서 ‘규형’의 끝을 낮추어 ‘백각환’에 이르게 하여 종이로 표시해서 실수(室宿)의 남쪽 대성(大星)이 있는 곳을 기록해 놓은 다음, ‘적도환’을 회전(回轉)시켜 실수의 남쪽에 대성을 표시해둔 곳과 서로 부합하게 하면 거기가 곧 실성(室星)의 1도(度)입니다. 그리고 실성의 1도에서 혜성을 표시한 곳을 계산하면 혜성이 몇 도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혜성이 벽성(壁星)의 궤도 안으로 옮겨 들어가면 마땅히 벽성으로 측정해야 합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248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671면
• 【분류】
  과학-천기(天氣)

• [註 1040]
  점후상(占候狀) : 천문을 관찰하는 방법.
• [註 1041]
  부석(砆石) : 밑바탕.
• [註 1042]
  규형(窺衡) : 천체를 관측하는 관(管).
• [註 1043]
  점후(占候) : 천문 관측.
• [註 1044]
  12시(時)·1백 각(刻) : 12시는 하루를 자·축·인·묘(子丑寅卯) 등으로 나눈 시간. 1백 각은 하루를 1백 분(分)한 것으로 각(刻)은 100/1의 단위.
• [註 1045]
  칠정(七政) : 일(日)·월(月)과 오성(五星).
• [註 1046]
  천복(天腹) : 남·북극의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