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실록 246권, 성종 21년 10월 26일 갑술 2번째기사
1490년 명 홍치(弘治) 3년
정언 홍경창이 사직을 청하다
사간원 정언(司諫院正言) 홍경창(洪慶昌)이 상언(上言)하기를,
"신이 본직(本職)을 제수받은 지 이미 20일이 되었으나, 본원(本院)에서 서경(署經)963) 하지 않으니, 그 까닭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신은 내외족(內外族)의 계파(系派)에 모두 허물[痕咎]이 없으며, 과거에 급제하여 이미 감찰(監察)을 거쳤는데, 이제 이와 같으니, 매우 민망함을 금하지 못하겠습니다. 바라건대 본원(本院)으로 하여금 신의 죄를 드러내어 말하게 하고, 신의 직임(職任)을 거두소서."
하였는데, 전교하기를,
"그것을 간원(諫院)에 물어 보도록 하라."
하였다. 정언(正言) 장순손(張順孫)이 와서 아뢰기를,
"선비의 진퇴[出處]는 올바르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홍경창(洪慶昌)은 생원(生員)으로서 충순위(忠順衛)에 소속되어, 5품직(五品職)을 받았으니, 일찍이 조진(躁進)964) 하려는 마음을 가진 자입니다. 또 등제(登第)한 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이조(吏曹)에 가서 예의(禮儀)를 잃고 모욕을 받았으므로, 이미 스스로 바르지 못한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과실(過失)을 논박(論駁)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박의(駁議)965) 하여 서경(署經)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모욕을 받은 까닭은 만약 홍경창과 이조(吏曹)에 하문(下問)하시면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246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11책 660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물(人物)
- [註 963]서경(署經) : 임금이 관원을 서임(敍任)한 뒤에 그 사람의 성명(姓名)·문벌(門閥)·이력(履歷)을 갖추어 써서 대간(臺諫)에게 그 가부(可否)를 구하던 일. 즉 임금이 새로 관리를 임명하던 이조(吏曹)나 병조(兵曹)에서 신임관의 내외 사조(內外四祖), 이력, 문벌과 아내의 사조(四祖)를 기록하여 대간에 회부하면, 대간에서는 이를 세밀히 심사하여 신임관의 본인에게나 내외 사조 등에 결점이 있으면 서명을 거부 하였음. 50일 이내에 서경에 않으면 관원은 취임할 수 없었음.
- [註 964]
조진(躁進) : 벼슬의 지위가 올라가기를 조급하게 굶.- [註 965]
박의(駁議) : 논박하는 의논. - [註 9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