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상들이 박은손·두을언·석산·원련·원만 등의 회암사 절도죄에 대해 의논하다
의금부(義禁府)에서 아뢰기를,
"박은손(朴銀孫)·두을언(豆乙彦)·석산(石山)·원련(元連)·원만(元萬)이 회암사(檜巖寺)의 금불상과 은탑(銀塔)을 훔친 죄는 《대명률(大明律)》의 ‘내부(內府) 재물을 도둑질한 자는 참부대시(斬不待時)한다.’는 데 비견(比肩)됩니다."
하니, 전일 의논한 재상(宰相)들에게 의논하라고 명하였다. 심회(沈澮)가 의논하기를,
"박은손 등이 훔친 금불상과 은탑은 그것이 처음 나온 곳은 비록 대내(大內)이나 이미 사찰(寺刹)에 안치해 놓았으니, 내부의 물건을 훔친 죄로 논할 수는 없습니다. 인명(人命)은 지극히 소중한 것인데 비율(比律)하여 사형[大辟]에 처하는 것은 의리에 온당하지 않습니다. 사형을 감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윤필상(尹弼商)·이극배(李克培)는 의논하기를,
"도둑질한 물건은 원래 내부의 재산이고, 또 금불상과 은탑은 선왕(先王)과 선후(先後)께서 조성(造成)하신 것이니, 조율(照律)에 그릇됨이 없습니다. 성상께서 결단하실 일입니다."
하고, 유자광(柳子光)·한치례(韓致禮)·어세겸(魚世謙)·이계동(李季仝)·김자정(金自貞)·노공필(盧公弼)·윤효손(尹孝孫)·안관후(安寬厚)·한서귀(韓瑞龜)·한언(韓堰)·임사홍(任士洪)·송철산(宋鐵山)·이덕숭(李德崇)·조숙기(曺淑沂)·이계남(李季男)·안우건(安友騫)·안호(安瑚)·안침(安琛)·윤긍(尹兢)·이집(李諿)·이시보(李時珤)는 의논하기를,
"박은손 등의 범죄는 당연히 사형시켜야 합니다. 다만 이미 금불상과 은탑을 완성하여 사찰에 안치하였으니, 내부의 재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고, 성현(成俔)·박안성(朴安性)·이육(李陸)·권건(權健)·안처량(安處良)·임수창(林壽昌)은 의논하기를,
"박은손 등의 범죄가 비록 무거우나, 내부 재물로 논한다면, 율문(律文)의 본의(本意)를 크게 잃은 것입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박은손·두을언·석산은 모두 3범이니, 율문에 따라 참형에 처함이 가하다. 원련·원만은 초범이라 용서한다. 절도범의 예에 따라 자자(刺字)하여 먼 변방에 귀양보내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7책 240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599면
- 【분류】사법(司法)
○義禁府啓: "朴銀孫、豆乙彦、石山、元連、元萬, 盜檜巖金佛銀塔罪, 比《大明律》盜內府財物者, 斬不待時。" 命議于前議宰相。 沈澮議: "朴銀孫等所盜金佛銀塔, 其初雖出於大內, 旣置寺刹, 則不可論以盜內府之物。 人命至重, 比律而處大辟, 於義未穩。 減死何如?" 尹弼商、李克培議: "所盜物, 元是內府之財, 且佛塔爲先王、先后而成之, 照律不誤。 上裁。" 柳子光、韓致禮、魚世謙、李季仝、金自貞、盧公弼、尹孝孫、安寬厚、韓瑞龜、韓堰、任士洪、宋鐵山、李德崇、曺淑沂、李季男、安友騫、安瑚、安琛、尹兢、李諿、李時珤議: "銀孫等其犯應死。 但旣成佛塔, 置之寺刹, 則不可謂之內府財物也。" 成俔、朴安性、李陸、權健、安處良、林壽昌議: "銀孫等所犯雖重, 論以內府財物, 則大失律意。" 傳曰: "銀孫、豆乙彦、石山, 皆三犯, 可依律處斬。 元連、元萬, 初犯可恕。 依竊盜例刺字, 流極邊。"
- 【태백산사고본】 37책 240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599면
- 【분류】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