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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236권, 성종 21년 1월 12일 을축 4번째기사 1490년 명 홍치(弘治) 3년

쓸 만한 인재는 수령을 지내지 않아도 4품에 오를 수 있게 할 것인지에 관해 논의하게 하다

승정원(承政院)에 전교하기를,

"수령(守令)을 지내지 아니한 자는 4품 계급에 오르지 못하게 하였는데, 그것은 수령을 사람들이 모두 꺼리기 때문에 조관(朝官)으로 하여금 모두 수령을 지내게 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대전(大典)》에 구애되어 쓸 만한 사람이 있는데도 4품 이상의 계급에 올리지 못한다면, 사람을 쓰는 도리에 어찌 방해되지 아니하겠는가? 이줄(李茁)·윤탕로(尹湯老)·이세준(李世俊)은 내가 그 사람됨을 안다. 때문에 동반(東班)에 쓰고자 하면 계급과 직(職)이 서로 맞지 아니하여 《대전》에 방해되고, 만약 《대전》의 법을 돌아보지 아니하고서 4품 이상의 계급에 올리면 말하는 자가 반드시 법에 의거하여 저지할 것이다. 나는 생각하기를 이 뒤로는 쓸 만한 사람이 있으면 《대전》에 구애됨이 없이 4품 이상의 계급에 올리려고 하는데 어떠하겠는가? 영돈녕(領敦寧) 이상과 의정부(議政府)에 의논하게 하라."

하였다. 심회(沈澮)는 의논하기를,

"수령을 지내지 아니한 자는 4품에 오르지 못하는 법이 《대전》에 실려 있는데, 만약 《대전》에 따르지 아니하면 경상(經常)의 법이 한갓 문구(文具)071) 가 될 것입니다. 신은 생각하기를 법에 의하여 서용(敍用)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여깁니다."

하고, 홍응(洪應)은 의논하기를,

"신의 생각은 마땅히 《대전》에 의하여 거행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만약 탁락 기위(卓犖奇偉)072) 한 인사가 있으면 마땅히 법에 구애될 것은 아닙니다. 이줄(李茁)의 무리는 무재(武才)에 조금 능력이 있는데, 어찌하여 변방 수령으로 쓰지 아니하십니까? 이와 같이 하면 《대전》의 법도 시행되고 또한 사람을 쓰는 도리도 적당하게 될 것입니다."

하고, 노사신(盧思愼)은 의논하기를,

"만약 재주와 덕이 쓸 만한 것이 있고 물의가 돌아감이 있으면, 어찌 자격(資格)에 구애하겠습니까? 그렇지 아니하면 마땅히 그 법을 굳게 지켜야 합니다."

하였다. 손순효(孫舜孝)는 의논하기를,

"선왕(先王)의 법은 가볍게 고칠 수 없습니다. 만약 특이하게 쓸 만한 사람이 있으면 임금이 기용하여 올릴 수 있습니다. 이줄·윤탕로·이세준은 모두 장래에 쓸 만한 사람이기는 하나, 나이 젊고 일에 익숙하지 못하니, 차례로 일을 맡겨서 재주와 덕이 완숙하거든 나중에 중한 임무를 맡기면 무엇이 불가함이 있겠습니까? 만약 하루아침에 차례를 밟지 아니하고서 뽑아 쓰면 교만한 기운만 더하게 할 뿐입니다."

하고, 어세겸(魚世謙)은 의논하기를,

"대저 선왕(先王)의 성헌(成憲)은 가볍게 고칠 수 없습니다. 이줄·윤탕로·이세준이 쓸 만하면 현재의 직위도 족히 재주를 시험할 만합니다. 신은 생각하기를 예전대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여깁니다."

하고, 정문형(鄭文炯)은 의논하기를,

"수령을 지내지 아니한 자가 4품 계급에 오르지 못하는 법은 세종조(世宗朝)에서 비로소 세워져 양리(良吏)073) 로 하여금 돌려가면서 백성을 다스리게 하여 백성으로 하여금 그 덕택을 받도록 하고 또 유용(有用)한 인재로 하여금 백성의 일을 갖추어 알게 하였으니, 좋은 법의 아름다운 뜻이 이와 같은 것이 없습니다. 조종조(祖宗朝)의 옛법은 가볍게 고칠 수 없습니다."

하였는데, 승정원(承政院)에 전교하기를,

"이제 재상(宰相)들의 의논을 보건대 내 뜻과 다른 것이 있다. 나는 생각하기를 《대전(大典)》 안에, 수령(守令)을 지내지 아니한 자는 4품 계급에 올릴 수 없다고 한 것은, 조종조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수령이 되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법을 세웠던 것으로 여기는데 전조(銓曹)에서는 법을 굽혀서 승서(陞敍)074)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만일 4품 이하로 쓸 만한 사람이 있으면 임금이 어찌 법에 구애되어 승서하지 못하겠는가? 또 법을 세운 본의(本意)는 임금이 법에 구애되어 쓸 만한 사람을 쓰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의논하여 계달하라."

하니, 도승지(都承旨) 한건(韓健)은 의논하기를,

"만약 재주와 덕이 남보다 특이한 자가 있으면 반드시 백성을 다스린 뒤에야 쓰는 것은 아닙니다. 임금이 어찌 법에 구애되어 어진이를 쓰는 길을 방해하겠습니까?"

하고, 우승지(右承旨) 홍흥(洪興)·좌부승지(左副承旨) 신종호(申從濩)·우부승지 이종호(李宗顥)·동부승지 김제신(金悌臣) 등은 의논하기를,

"평범한 사람은 반드시 복잡한 일을 경험하여 백성의 일을 익숙하게 안 뒤에야 그 재주가 원대한 데 이를 수 있습니다. 또 무사(武士)는 모름지기 변방 고을에 시험해 써서 융무(戎武)를 골고루 겪게 해서 그 재주와 슬기를 더하게 한 뒤에야 큰 임무를 담당할 수 있습니다. 한(漢)·당(唐) 이래로 그 장수의 공렬(功烈)이 빛나는 자는 모두 변군(邊郡)에서 일어났습니다. 더구나 조종(祖宗)의 성헌(成憲)을 가볍게 고칠 수 없습니다."

하였는데, 승정원(承政院)에 머물러 두도록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236권 9장 B면【국편영인본】 11책 561면
  • 【분류】
    사법-법제(法制) / 인사-관리(管理)

  • [註 071]
    문구(文具) : 문식(文飾).
  • [註 072]
    탁락 기위(卓犖奇偉) : 탁월하고 기이함.
  • [註 073]
    양리(良吏) : 어진 벼슬아치.
  • [註 074]
    승서(陞敍) : 벼슬을 올려 줌.

○傳于承政院曰:

守令未行者不陞四品之階, 蓋以守令, 人皆厭憚, 故欲令朝官, 皆經守令也。 然拘於《大典》, 有可用之人而不陞四品以上階, 豈不妨於用人之道乎? 如李茁尹湯老李世俊, 予知其爲人, 故欲用於東班, 則階職不相當, 妨於《大典》。 若不顧《大典》之法, 而陞四品以上階, 則言者必據法而沮之。 予意以爲, 今後若有可用之人, 則欲不拘《大典》, 陞四品以上階何如? 議于領敦寧以上及政府。

沈澮議: "未經守令者, 不得陞四品之法, 載在《大典》, 若不從《大典》, 則經常之法, 徒爲文具。 臣以爲依法敍用爲便。" 洪應議: "臣意當擧行《大典》。 若卓犖奇偉之士, 自當不拘於法。 如李茁輩, 粗能武才, 盍於沿邊守令用之乎? 如是則《大典》之法行, 而亦得用人之道。" 盧思愼議: "若有才德可用而物論所歸, 則豈宜拘於資格? 不然則當堅守其法。" 孫舜孝議: "先王之法, 不可輕改。 如有特異可用之人,人主可擧而進之。 李茁尹湯老李世俊, 皆將來可用之人, 然年少未諳於事, 次第任事, 才與德熟, 終授重任, 何不可之有? 若一朝不次擢任, 祗增驕氣而已。" 魚世謙議: "大抵先王成憲, 不可輕改。 李茁湯老世俊, 可用也, 則現在之職, 足以試可。 臣意以爲, 仍舊爲便。" 鄭文炯議: "未經守令者不陞四品階之法, 世宗朝始立, 欲令良吏, 循環治民, 使民受其澤, 且令有用之才, 備諳民事, 良法美意, 莫此若也。 祖宗朝舊法, 不可輕改。" 傳于承政院曰: "今觀宰相之議, 與予意有異。 予意以爲, 《大典》內, 未經守令者, 不得陞四品階, 祖宗朝, 以人皆憚爲守令。 故立此法, 銓曹不得撓法而陞敍。 如有四品以下可用之人, 則人主何拘於法, 而不陞敍乎? 且立法本意, 非人君泥於法而不用可用之人也。 其議以啓。" 都承旨韓健議: "若有才德特異於人者, 則不必待臨民而後用之。 人君豈拘於法, 以妨賢路乎?" 右承旨洪興、左副承旨申從濩、右副承旨李宗顥、同副承旨金悌臣等議: "凡人必歷試盤錯, 飽諳民事而後, 其才可以致遠矣。 且武士, 應須試之邊郡, 備嘗戎務, 增益其才智, 然後可以當大任。 以來, 其將帥功烈赫然者, 皆起自邊郡。 況祖宗成憲, 不可輕改。" 命留政院。


  • 【태백산사고본】 36책 236권 9장 B면【국편영인본】 11책 561면
  • 【분류】
    사법-법제(法制)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