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구숙손·정언 이수공이 유자광을 체임할 것과 외방의 사사전을 감하여 향교에 줄 것 등을 청하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집의(執義) 구숙손(丘夙孫)이 아뢰기를,
"유자광(柳子光)은 죄를 범한 사람인데, 이미 장악원 제조(掌樂院提調)가 되었고 또 특진관(特進官)이 되었으니, 적당하지 못합니다. 청컨대 바꾸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사람이 한 번 죄를 범하였다고 하여 만약 다시 서용(敍用)하지 아니하면, 이는 허물을 고쳐서 마음을 새롭게 하는 길을 막는 것이다. 장악원 제조는 기공(妓工)을 총괄해 다스릴 뿐인데, 유자광은 재상(宰相)의 열(列)에 있는데 제조가 될 수 없는가?"
하였다. 구숙손이 아뢰기를,
"유자광은 임사홍(任士洪)과 사귀고 결탁하여 조정 정사를 어지럽게 하였고, 또 3년에 한 번 근친(覲親)063) 하는 것이 법인데 유자광은 해마다 돌아가서 근친하고 혹은 한 해에 두 번도 갔습니다. 비록 성상께서 그 청함을 매양 허락해 주신 것이라 하더라도 유자광은 국법을 돌아보지 아니하고서 여러 번 가기를 청하였으니, 이같은 사람은 일을 맡길 수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자주 가서 근친(覲親)하는 것이 무슨 허물이 있는가? 맡겨서 허물이 있은 뒤에 그 죄를 다스리는 것이 가하다."
하였다. 정언(正言) 이수공(李守恭)이 아뢰기를,
"외방(外方)의 사사전(寺社田)064) 이 매우 많으니, 청컨대 적당히 감하여 향교(鄕校)에 주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만약 이단(異端)을 배척한다면 그 전토를 모두 없애는 것이 가하지만, 만약 선왕(先王)께서 설정하신 바라고 하면 감할 수 없다."
하였다. 이수공이 또 아뢰기를,
"윤탕로(尹湯老)는 수령을 지내지 아니하였는데 올려서 4품에 임명[拜]하였으며 홍백경(洪伯慶)은 돈녕부 주부(敦寧府主簿)로서 올려서 예빈 판관(禮賓判官)에 임명하였으니, 신은 아마도 듣는 자가 전하께서 사사로이 은혜를 베푼다고 이를까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러면 초방(椒房)065) 의 친척은 아무리 어질고 능력이 있더라도 기용하지 않아야겠는가? 내가 윤탕로에게 가자(加資)066) 하려고 하는 것은 감히 사사로이 하는 것이 아니라 윤탕로는 나이가 젊고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대저 무신(武臣)은 궁마(弓馬)만 일삼을 뿐 아니라 반드시 실천하고 경력이 있어 알고 익숙한 뒤에야 장수(將帥)를 맡길 수 있다. 나는 아마도 그대들이 나의 뜻을 알지 못하고 법에 의거하여 망령되게 의논할 듯하기 때문에 이미 대신에게 의논하여 그 벼슬을 주었고, 홍백경은 체모(體貌)가 장대(壯大)하고 나이도 조금 들었으니 일을 맡길 만하다. 예빈시(禮賓寺)는 일이 번거로운 곳이기 때문에 판관(判官)을 제수하여 그 일을 익히게 한 것인데, 그대들은 어찌하여 내가 사사로운 은혜를 베푼다고 이르는가?"
하였다. 구숙손이 아뢰기를,
"동반(東班)에 서용하는 것을 잘못이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홍백경은 개만(箇滿)067) 되지 아니하였는데 올려서 서용하였기 때문에, 감히 논한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사람을 쓰는 대체(大體)에 방해로움이 또한 있지 아니한가? 대간(臺諫)의 말이 매우 통하지 아니한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236권 8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561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사상-불교(佛敎)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농업-전제(田制)
- [註 063]근친(覲親) : 부모를 찾아가서 뵘.
- [註 064]
사사전(寺社田) : 절에 딸린 논밭.- [註 065]
초방(椒房) : 후비(后妃).- [註 066]
가자(加資) : 자급(資級)을 올려 줌.- [註 067]
개만(箇滿) : 개월법(箇月法)에 의하여 천전(遷轉) 또는 거관(去官)하는 관원이 그 근무 일수가 차던 것을 말함.○御經筵。 講訖, 執義丘夙孫啓曰: "柳子光, 犯罪人也, 旣爲掌樂院提調, 又爲特進官未便。 請改之。" 上曰: "人一犯罪, 若不復還敍, 是沮其改過自新之路也。 掌樂提調, 摠治妓工而已。 子光在宰相之列, 不得爲提調乎?" 夙孫曰: "子光交結士洪, 濁亂朝政, 且三年一覲親, 法也, 而子光每歲歸覲, 或一歲再往。 雖聖上, 每許其請, 子光不顧國法, 屢請往焉, 如此之人, 不可任之以事。" 上曰: "屢往覲親, 何過之有? 任而有過, 然後治其罪可也。" 正言李守恭啓曰: "外方寺社之田甚多, 請量減以給鄕校。" 上曰: "若斥以異端, 則盡革其田可矣, 若以爲先王所設, 則不可減也。" 守恭又啓曰: "尹湯老未經守令, 而陞拜四品, 洪伯慶以敦寧主簿, 陞拜禮賓判官。 臣恐聞者, 謂殿下爲施私恩也。" 上曰: "然則椒房之親, 雖賢能, 亦不用乎? 予之所以欲加湯老資者, 非敢私也, 以湯老年少有才也。 大抵武臣, 非徒事弓馬, 必踐歷諳練而後, 可任將帥。 予恐汝輩, 不知予意, 據法妄言, 故已議於大臣而授其職。 伯慶則體貌壯大, 年亦稍長, 可以任事。 禮賓, 乃事煩之地, 故除判官, 俾習其事耳, 爾何謂予施私恩乎?" 夙孫曰: "非以敍於東班爲非。 伯慶未箇滿而陞敍, 故敢論耳。" 上曰: "然則於用人之體, 不亦有妨乎? 臺諫之言, 甚不通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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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註 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