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성종실록228권, 성종 20년 5월 15일 임신 1번째기사 1489년 명 홍치(弘治) 2년

지평 이세전 등과 흥덕사 길과 기타 사항에 대하여 논의하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지평(持平) 이세전(李世銓)이 아뢰기를,

"지금 흥덕사(興德寺)의 북쪽 길을 막으라고 명하셨는데, 신 등은 그 사유를 모르겠 습니다. 만약 사찰(寺刹)을 위해서 그렇게 하셨다면 사람들이 보고 듣기에 어떻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그게 아니다. 지리설(地理說) 때문에 막았을 뿐이다."

하니, 이세전이 다시 아뢰기를,

"유생(儒生)들이 절에 올라가는 것은 중[僧人]이 법에 의하여 당연히 해사(該司)에 고해야겠지만 대비께서 사람을 보내 적발하셨다니, 신은 대비께서 어떤 이유로 그 사실을 알게 되셨는지 그 연유를 알고자 합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나 역시 모르는 일이다. 다만 대비께서 중관(中官)을 보내 보게 하셨을 뿐이다. 길을 막은 일은 내가 헤아려서 처리한 것이다."

하니, 이세전이 다시 아뢰기를,

"신은 풍수학(風水學)은 모릅니다마는, 만약 지리설 때문에 막았다면 이현(梨峴)의 큰 길은 창경궁(昌慶宮)과 더욱 가까우니 이곳을 먼저 막아야 할 것인데, 이 큰 길은 그대로 두고 절 북쪽의 작은 길을 막으시니, 누군들 전하께서 사찰을 위해 하신 일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내가 다시 생각해 보겠다."

하였다. 대사간(大司諫) 김경조(金敬祖)가 아뢰기를,

"신이 일찍이 판결사(判決事)가 되었을 때 무릇 노비를 가지고 서로 송사한 자들을 보니, 부모(父母)가 여러 아들들에게 노비를 나누어 주었으나 문권(文券)을 만들지 않아, 여러 아들들이 각각 따로 부리다가 자손들에게 전해 줄 때는 간활(姦猾)한 자들이 조부모(祖父母)가 나누어 주지 않은 노비라 칭하고 다투어 송사하는 일들이 자주 있었습니다. 청컨대 부모가 이미 나누어 준 노비는 비록 문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손자 대에 와서 다투어 송사하는 자들은 청리(聽理)410) 하지 않는 것으로 법을 세움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좌우를 돌아보고 물었다. 영사(領事) 윤호(尹壕)·동지사(同知事) 이세좌(李世佐)가 아뢰기를,

"이 말은 지당합니다."

하고, 도승지(都承旨) 한언(韓堰)은 아뢰기를,

"이 말은 옳은 듯하나 그릅니다. 강포(强暴)한 자로 노비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자 또한 많으니, 손자 대에 와서 청리해 주지 않는다면 원통하고 억울한 일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단지 청송관(聽訟官)이 결단해서 처결하기에 달렸을 뿐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법은 가볍게 만들 수 없다. 청송관(聽訟官)이 명확히 분별하면 될 것이지 어찌하여 꼭 법을 만들 것인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5책 228권 8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473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 / 사법-재판(裁判) / 가족-가산(家産) / 신분-천인(賤人)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註 410]
    청리(聽理) : 소송을 심리함.

○壬申/御經筵。 講訖, 持平李世銓啓曰: "今命塞興德寺北路, 臣等未知其由。 若爲寺刹, 則於人觀聽何如?" 上曰: "非也。 以地理之說防之耳。" 世銓曰: "儒生上寺, 僧人法當告於該司, 而大妃遣人擲奸, 臣未知大妃何緣而知之? 臣請知其由。" 上曰: "予亦不知也。 但大妃遣中官視之耳。 塞路事, 予當商量爲之。" 世銓更啓曰: "臣不知風水之學, 若以地理之說而防塞, 則梨峴大路, 尤近於昌慶宮, 當先防塞也。 舍此大路而防寺北小路, 孰謂殿下不爲寺刹也?" 上曰: "予更思之。" 大司諫金敬祖啓曰: "臣嘗爲判決事, 凡奴婢相訟者, 其父母分給奴婢于諸子, 而不成文券, 諸子各執使用, 傳至子孫, 姦猾者稱祖父母未分奴婢, 爭訟者比比有之。 請父母已分奴婢, 則雖無文券, 至孫爭訟者勿聽理事, 立法何如?" 上顧問左右, 領事尹壕、同知事李世佐啓曰: "此言至當。" 都承旨韓堰啓曰: "此言似是而非。 强暴之人, 合執奴婢者, 亦多有之, 至孫勿聽理, 則冤抑不小。 但在聽訟官裁斷如何耳。" 上曰: "法不可輕立。 聽訟官明辨之可也, 何必立法乎?"


  • 【태백산사고본】 35책 228권 8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473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 / 사법-재판(裁判) / 가족-가산(家産) / 신분-천인(賤人)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