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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222권, 성종 19년 11월 2일 신유 4번째기사 1488년 명 홍치(弘治) 1년

이칙 등이 옛사람의 말과 법을 써서 올리니 기뻐하며 술과 이엄을 하사하다

이칙(李則) 등이 아뢰기를,

"신 등은 모두 용렬함으로써 언관(言官)에 대죄(待罪)하고 있으면서 능히 직책을 다하지 못하니, 비록 말과 글로써 우러러 천청(天聽)을 모독(冒瀆)하였으나 어찌 성려(聖慮)989) 의 살피고 쓰는 바가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옛사람의 아름다운 말과 아름다운 법을 써서 올리고자 하니, 성상께서 살피시기를 엎드려 바랍니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말이 당신의 마음에 거슬림이 있거든 반드시 도(道)에 합함을 찾고 말이 당신의 뜻에 순함이 있거든 반드시 도에 합하지 아니함을 찾으라.’고 하였으니, 이는 이윤(伊尹)태갑(太甲)에게 고한 말입니다. 채침(蔡沈)990) 의 주(註)에 이르기를, ‘강경하고 곧은 말은 사람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부드럽고 순한 말은 사람이 따르기 쉬운데, 그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반드시 도에 합함을 찾을 것이고 마음에 거슬린다고 하여 거절할 것이 아니며, 그 따르기 쉬운 것은 반드시 도에 합하지 아니함을 찾을 것이고 뜻에 순하다고 하여 들은 것은 아니다.’고 하였습니다. 신 등이 듣건대, ‘좋은 약이 입에는 쓰나 병에는 이(利)롭고, 충성된 말이 귀에는 거슬리나 행실에는 이롭다.’고 하였으니, 만약 좋은 약을 쓰다고 하여 복용하지 아니하면 병이 더욱 깊어질 것이며, 충성된 말이 귀에 거슬린다고 하여 따르지 아니하면 나라가 반드시 위태로울 것입니다. 임금은 마땅히 말을 듣는 즈음에 오직 의리에 마땅하고 아니한 것을 찾되, 의리에 합하면 비록 뜻에 거슬릴지라도 반드시 따를 것이며, 의리에 합하지 아니하면 비록 뜻에 순할지라도 마땅히 살필 것입니다. 다만 자기 사욕(私慾)을 버리고 자기 뜻의 치우침에 따르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면 능하지 못합니다. 엎드려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좌우(座右)에 두고 나들면서 보고 살피시어 말을 듣는 법으로 삼으소서.

또 이르기를, ‘아아! 아침이나 밤이나 혹시라도 부지런하지 아니하지 마소서. 작은 행실을 돌보지 아니하면 마침내 큰 덕을 더럽히며, 산을 아홉 길[仞]을 만드는데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서 공(功)을 허물어뜨립니다.’고 하였으니, 이는 바로 무왕(武王)여오(旅獒)991) 를 받자 소공(召公)992) 이 경계해 올린 말인데, 여씨(呂氏)의 주(註)에 이르기를, ‘이는 바로 덕을 삼가하는 말인데, 「혹시[或]」라는 한 글자가 가장 의미가 있다. 잠시라도 그치고 쉬면 덕을 삼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신 등이 생각하건대, 무왕은 성인(聖人)인지라 정치가 안정되고 공을 이루었으니 한 여오(旅獒)를 받을지라도 정치에 해로울 것이 아닐 듯한데, 소공은 오히려 ‘덕을 더럽히고 공을 허물어뜨린다.’고 경계하였으니, 임금은 마땅히 조심하고 두려워하며 그침이 없어서 끝까지 삼가하기를 처음과 같이하여 선(善)이 작다고 하여 아니하지를 말고 악이 작다고 하여 하지를 말면, 가히 큰 덕에 누(累)가 되고 성공(成功)이 허물어짐이 없을 것입니다.

순(舜)임금은 큰 성인(聖人)인데 우(禹)임금이 경계하기를, ‘단주(丹朱)993) 처럼 오만(傲慢)하지 마소서. 거만하게 놀기를 좋아하고 사나움만을 일삼았습니다.’라고 하였으니, 순임금이 거만하게 놀거나 오만하고 사나움이 없는 것은 비록 어리석은 자라도 아는데 어찌 우임금이 알지 못하겠습니까? 대저 숭고(崇高)한 자리에 처하여 경계하는 바는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할 것입니다. 신 등이 이를 올리는 것도 우임금순임금에게 고하는 뜻입니다. 엎드려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좌우(座右)에 두시고 나들면서 보고 살피사, 덕을 삼가하는 법으로 삼으소서."

하였는데, 임금이 기꺼이 받아들여서 곧 장황(裝䌙)994) 하여 올리도록 명하고, 어서(御書)로 아름다움을 칭찬하기를,

"이제 경(卿) 등이 올린, ‘덕을 삼가하고 말을 듣는 법의 말을 보니, 기쁨을 이기지 못하겠다. 항상 좌우(座右)에 두고는 나들면서 보고 살펴서 이윤(伊尹)소공(召公)이 좌우에 있으면서 보도(輔導)하는 것처럼 하겠으며, 또 경 등의 임금을 사랑하는 정성을 잊지 아니하겠다. 오늘 날이 춥기 때문에 술을 주니 마시도록 하라."

하였다. 인하여 초피 이엄(貂皮耳掩)을 내어 이칙(李則)에게 하사하고, 또 집의(執義) 김미(金楣), 장령(掌令) 권경희(權景禧), 지평(持平) 김호(金浩)·이의무(李宜茂)에게는 청서피 이엄(靑鼠皮耳掩)을 하사하니, 이칙 등이 은혜를 사례하였다. 전교하기를,

"오늘 날씨가 매우 몹시 추우니 마땅히 많이 마시고 기쁨을 다할 것이다."

하고, 또 백랍초(白臘燭) 다섯 자루를 내려 주면서 이르기를,

"예전에 어전(御前)의 금련화촉(金蓮花燭)을 거두어서 학사(學士)에게 보낸 이가 있었는데, 이제 경 등에게 백랍초를 내려 주니 마땅히 각기 책상 앞[案前]에 켜놓고 술을 마실 것이며, 만약 초가 아직 다하지 아니하였거든 가지고 집에 돌아가는 것이 좋다."

하니, 이칙 등이 절하며 사례하기를,

"원하건대, 전하(殿下)께서 이 마음을 잊지 마시면 비단 신 등의 다행일 뿐만 아니라 일국(一國)의 다행입니다."

하였다. 이칙이 술이 취하여 상전(尙傳) 설맹손(薛孟孫)에게 이르기를,

"신의 말을 주상 앞에 계달(啓達)하기를 원합니다. 임금이 이와 같으신데 요(堯)·순(舜)의 정치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신 등의 죄입니다."

하였다. 파하고 돌아가니, 밤이 이고(二鼓)995) 가 되었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222권 7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396면
  • 【분류】
    역사-고사(故事) / 정론-정론(政論) / 왕실-사급(賜給)

  • [註 989]
    성려(聖慮) : 임금이 하는 염려.
  • [註 990]
    채침(蔡沈) : 송(宋)나라 학자.
  • [註 991]
    여오(旅獒) : 서융(西戎)에서 바친 큰 개.
  • [註 992]
    소공(召公) : 주(周)의 공후(公侯). 문왕(文王)의 서자(庶子).
  • [註 993]
    단주(丹朱) : 요(堯)임금의 아들.
  • [註 994]
    장황(裝䌙) : 표구를 만듦.
  • [註 995]
    이고(二鼓) : 이경(二更).

李則等啓: "俱以庸劣, 待罪言官, 不能塞職, 雖以言以疏, 仰瀆天聽, 豈聖慮所省用乎? 故欲書古人嘉言嘉謨以獻, 伏惟聖鑑。 其《書》曰: ‘有言逆于汝心, 必求諸道; 有言遜于汝志, 必求諸非道。’ 此伊尹太甲之辭也。 蔡沈註云: ‘鯁直之言, 人所難受; 巽順之言, 人所易從。 於其所難受者, 必求諸道, 不可遽以逆于心而拒之; 於其所易從者, 必求諸非道, 不可遽以巽于志而聽之。’ 臣等聞良藥苦口而利於病, 忠言逆耳而利於行。 若以良藥爲苦而不服, 則病愈深; 忠言爲逆而不從, 則國必危。 人君當於聽言之際, 惟求義理之當否, 合乎理則雖逆於意, 必從之, 拂乎理則雖順於意, 當察之, 苟非克去己私、不徇己意之偏者, 不能。 伏願殿下置諸座右, 出入觀省, 以爲聽言之規。 又曰: ‘嗚呼! 夙夜罔或不勤。 不矜細行, 終累大德; 爲山九仞, 功虧一簣。’ 此卽武王獒, 召公進戒之辭也。 呂氏註云: ‘此卽謹德功夫, 或之一字, 最有意味。 一暫止息, 則非謹德矣。’ 臣等以謂武王, 聖人也, 治定功成, 受一獒, 似非害治, 而召公尙以累德虧功爲戒。 人君當兢惕無息, 愼終如始, 不以善小而不爲, 不以惡小而爲之, 可以無累大德而虧成功矣。 , 大聖人也, 戒之曰: ‘無若丹朱傲, 惟慢遊是好, 傲虐是作。’ 之不爲慢遊傲虐, 雖愚者知之, 豈以而不知乎? 蓋處崇高之位, 所以儆戒者, 當如是也。 臣等獻此, 亦之意也。 伏願殿下置諸座右, 出入觀省, 以爲謹德之規。" 上嘉納, 卽命裝䌙以進。 御書褒美曰: "今觀卿等所進謹德聽言之辭, 不勝喜焉。 常置座右, 出入觀省, 如有在左右而輔導之, 且不忘卿等愛君之誠也。 今日寒故饋酒, 其飮之。" 仍出貂皮、耳掩賜李則, 又賜執義金楣、掌令黃事孝權景禧、持平金浩李宜茂靑鼠皮耳掩。 等謝恩, 傳曰: "今日甚寒, 當劇飮盡歡。" 且賜白蠟燭五丁曰: "古有撤御前金蓮花燭, 以送學士者。 今賜卿等蠟燭, 宜各置案前而飮。 燭若未盡, 齎歸于家可也。" 等拜謝曰: "願殿下毋忘此心, 非但臣等之幸, 一國之幸也。" 酒酣, 謂尙傳薛孟孫曰: "願以臣言達于上前。 有君如是而不能致之治者, 臣等之罪也。" 旣罷歸, 夜二皷矣。


  • 【태백산사고본】 34책 222권 7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396면
  • 【분류】
    역사-고사(故事) / 정론-정론(政論) / 왕실-사급(賜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