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유생의 사치·최세보로 대술을 시킨 신정의 아들에 관해 논의하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장령(掌令) 권경희(權景禧)가 아뢰기를,
"유풍(儒風)698) 의 천박함이 지금보다 심함이 없을 것입니다. 거관(居館)699) 하는 유생(儒生)들이 발에는 삽혜(靸鞋)를 신고 머리에는 단모(段帽)를 쓰고, 방안에는 옷농[衣籠]을 설치하면서도 몸에는 책을 끼고 다니지 아니하며, 비록 선생(先生)이나 장자(長者)를 보아도 예모(禮貌)로 대하지 아니하니, 태학(太學)은 현사(賢士)의 관문(關門)이요 수선(首善)하는 곳인데, 이러고도 옳다고 하겠습니까? 청컨대 통렬히 금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좌우(左右)를 돌아보고 물었다. 이극배(李克培)가 대답하기를,
"오늘의 유생들은 사치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것을 금하지 아니하면 이 폐풍(弊風)은 마침내 구제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고, 권경희는 말하기를,
"이런 풍조가 이미 습성이 되어 졸지에 변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하오나 삽혜(靸鞋)를 신지 못하게 하고 길에서도 책갑(冊匣)을 끼게 하는 영(令)을 예조(禮曹)로 하여금 의논하여 아뢰게 함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가(可)하다."
하였다. 권경희가 또 아뢰기를,
"금년 장옥(場屋)700) 은 몹시 외람(猥濫)하여 생원(生員) 최세보(崔世寶)가 장옥(場屋)에 모람되게 들어온 것을 유생(儒生) 등이 보고 크게 외치기를 ‘생원(生員)으로 중시(重試)하는 자가 있다.’고 하여, 시관(試官)이 사관소(四館所)701) 에 붙들어다 놓았는데 도망했습니다. 청컨대 끝까지 붙잡아서 징계토록 하소서."
하니, 정언(正言) 이자건(李自健)이 아뢰기를,
"사람들의 말로는, 신정(申瀞)의 아들이 최세보(崔世寶)에게 청하여 함께 장옥 안에 들어가 최세보로 하여금 대술(代述)하게 하려고 했다 하니, 이 말이 사실이라면 최세보가 비록 도망했다 하더라도 만일 신정의 아들을 추문(推問)하면 가히 실정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하자, 권경희가 말하기를,
"신(臣)이 또한 듣건대, 최세보가 일찍이 신정(申瀞)의 집 계집종과 간통한 바 있는데 신정의 아들이 최세보에게 말하기를, ‘네가 만약 나로 하여금 감시(監試)에 합격하게 해 준다면 마땅히 계집종을 너에게 주겠다.’고 하였다니, 이 말이 만약 사실이라면 신정의 아들의 죄 또한 큽니다. 신정의 아들이 나라의 은혜를 입어 벼슬길에 통해 있으니 의당 감격하여 자신이 스스로 입신 출세(立身出世)를 하여야 할 것인데, 지금 이와 같으니 청컨대 국문하게 하소서."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가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219권 5장 B면【국편영인본】 11책 36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선발(選拔) / 윤리-강상(綱常) / 사법-법제(法制) / 사법-재판(裁判)
- [註 698]유풍(儒風) : 유교의 풍습.
- [註 699]
거관(居館) : 성균관(成均館)의 재방(齋房)에 들어가 있는 일.- [註 700]
장옥(場屋) : 과거 시험장.- [註 701]
사관소(四館所) : 사관(四官)의 관원이 모여서 과거(科擧)를 시행하던 임시 직소. 사관(四官)은 성균관(成均館)·예문관(藝文館)·승문원(承文院)·교서관(校書館)의 통칭임.○御經筵。 講訖, 掌令權景禧啓曰: "儒風之薄, 莫甚於此時。 居館儒生足着靸鞋, 頭戴段帽, 房置衣籠, 身不挾冊, 雖見先生長者, 不爲禮貌。 太學, 賢士之關, 首善之地, 而如此可乎? 請痛禁。" 上顧問左右, 李克增對曰: "今之儒生好侈故耳。 若此不禁, 弊風終不可救矣。" 景禧曰: "此風已成, 未易卒變。 然毋着靸鞋、道挾冊匣之令, 令禮曹議啓何如?" 上曰: "可。" 景禧又啓曰: "今年場屋甚爲猥濫。 生員崔世寶冒入場屋, 儒生等見而大呼云: ‘有生員重試者矣!’ 試官捉付四館而逃。 請窮捕以懲之。" 正言李自健啓曰: "人言申瀞之子請世寶同入場中, 欲令世寶代述。 信斯言, 則世寶雖逃, 若推問瀞子, 則可以得情。" 景禧曰: "臣亦聞之。 世寶曾奸瀞家婢, 瀞子謂世寶曰: ‘汝若使我得中監試, 則當以婢給汝。’ 此言若信, 瀞之子罪亦大矣。 瀞之子得蒙國恩, 以通仕路, 宜當感激邁迹自身, 而今如此, 請鞫之。" 上曰: "可。"
- 【태백산사고본】 33책 219권 5장 B면【국편영인본】 11책 36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선발(選拔) / 윤리-강상(綱常) / 사법-법제(法制) / 사법-재판(裁判)
- [註 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