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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210권, 성종 18년 12월 14일 기묘 2번째기사 1487년 명 성화(成化) 23년

대사헌 권건이 진하사의 간택, 물새·곰·돼지의 공물 등에 대해 아뢰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대사헌(大司憲) 권건(權健)이 아뢰기를,

"중국 사신에게 일체 지급(支給)하는 물건은 국가에서 갖추고 기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찬(韓儹)이 성절사(聖節使)로서 북경(北京)에 갔을 때 무릇 보고 들은 바를 미리 전하여 알리는 것이 옳았는데, 일찍이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가 산해관(山海關)에 돌아와서 이봉(李封)을 만난 연후에야 치계(馳啓)하였으니, 전대(專對)1252) 한다는 의미가 어디에 있습니까? 또 듣건대, 새 천자(天子)는 법령(法令)이 엄하고 밝다 하니, 이제 진하사(進賀使) 등은 택하여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일행(一行)의 사람들 가운데 혹 참로(站路)에서 폐단을 일으키거나 혹 판매(販賣)의 금지를 무릅쓰고 하는 자가 있으면, 금하는 절목(節目)을 친히 교시(敎示)하여 보내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한찬(韓儹)이 북경에 머무른 것이 30여 일이었는데 중국 사신이 올지 안올지를 보고 듣지 못했다는 것은 과연 그릇되었다. 진하사(進賀使)의 행차는 미리 폐단을 일으킬 것을 생각해서 절목(節目)을 별도로 교시할 수 없다."

하였다. 권건이 또 아뢰기를,

"성상께서 일찍이 여러 도(道)로 하여금 온갖 종류의 깃털을 가진 물새와 곰·돼지 전체를 잡아서 바치도록 하였는데, 신의 생각에는 아마도 외간(外間)에서 그것을 완호(玩好)하시는 것으로 의심할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물새는 화사(畫師)로 하여금 모방해서 그리게 하려는 것뿐이고 완호(玩好)하려는 것이 아니다. 곰과 돼지 역시 한때의 우연한 명령일 뿐이지 항공(恒貢)으로 삼게 하려는 것이 아니니, 마땅히 바치지 말게 하라."

하였다. 권건이 또 아뢰기를,

"신이 평안도(平安道)에서 듣건대, 내수사(內需司)의 위차(委差)가 양대비(兩大妃)1253) 의 내지(內旨)라고 일컬어 종이[紙]를 가지고 홍화(紅花)와 바꾸려고 하자 관찰사(觀察使)가 여러 고을에 나누어 배정하고 도회관(都會官)1254) 을 정하여 바치도록 독촉하였다 하니, 그 폐단이 적지 않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알지 못하는 바일 뿐만 아니라 양대비전(兩大妃殿)에서도 반드시 알지 못할 것이다. 만약 경(卿)의 말과 같다면, 이는 필시 위차(委差)가 외람된 소치일 것이다. 그러나 감사(監司)가 어떤 법에 의거하여 여러 고을에 나누어 배정하였는지를 알지 못하겠으니, 물어 보도록 하라."

하였다. 권건이 또 아뢰기를,

"김석(金磶)은 모상(母喪)에 기생을 간통하였으므로 풍속(風俗)과 교화(敎化)에 관계되는데도 내버려두었으니, 신은 그 까닭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김순성(金順誠)에게는 김하(金碬)·김거(金磲)·김석(金磶)의 세 아들이 있는데, 모두 상(喪)을 삼가서 지키지 않아 추한 소문이 들끓었으니, 다시 추핵(推覈)하여 풍속을 바르게 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평양(平壤) 사람이 말하기를, ‘이 일은 끝내 숨기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卿)은 어떤 사람에게 들었는가?"

하자, 권건이 말하기를,

"그를 국문(鞫問)하면 자연히 실토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햇수가 오래 된 일을 굳이 추핵하면 반드시 뒷날의 폐단이 있게 된다."

하였다. 권건이 강력하게 한동안 청하였는데 말이 자못 간절하였고, 사간(司諫) 김심(金諶)합사(合辭)1255) 하여 함께 청하였다. 임금의 말씨가 조금 노기를 띠어 말하기를,

"내가 비록 현명하지 못하다 하더라도 모상(母喪)에 기생을 간통하는 것이 도리에 어긋난다는 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다만 햇수가 오래 되어 밝히기 어려운 것뿐이다."

하고, 이어서 좌우의 신하들에게 물으니, 특진관(特進官) 이숙기(李淑琦)가 대답하기를,

"사증(辭證)이 갖추어져 있으니, 추핵(推覈)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다. 영사(領事) 이극배(李克培)는 임금의 뜻에 영합하여 비위를 맞추어서 국문(鞫問)하지 말 것을 힘써 주장하였으므로, 의논하는 자들이 그르게 여겼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210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274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 / 외교-명(明) / 재정-공물(貢物) /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 / 예술-미술(美術) / 역사-사학(史學)

  • [註 1252]
    전대(專對) : 외국에 사신으로 나간 사람이 본국과 상의 없이 임의로 황제의 물음에 대답하거나 또는 임시로 일을 처리하던 것.
  • [註 1253]
    양대비(兩大妃) : 덕종비(德宗妃) 소혜 왕후(昭惠王后)와 예종 계비(睿宗繼妃) 안순 왕후(安順王后).
  • [註 1254]
    도회관(都會官) : 물건을 모을 때 중심지가 되는 고을.
  • [註 1255]
    합사(合辭) : 홍문관(弘文館)·사헌부(司憲府)·사간원(司諫院) 중 세 관사 또는 두 관사가 합동으로 올리는 계사(啓辭).

○御經筵。 講訖, 大司憲權健啓曰: "天使一應支給之物, 國家無不備待。 韓儧以聖節使赴京, 凡所聞見, 預先傳通可也。 曾不爲慮, 還到山海關, 見李封然後馳啓, 專對之義安在? 且聞新天子法令嚴明, 今進賀等使不可不擇遣。 慮有一行之人, 或站路作弊, 或冒禁販賣者。 禁防節目, 親敎以送何如?" 上曰: "留京三十餘日, 天使來否, 不之聞見, 果非矣。 進賀使之行, 不可逆料作弊而別敎節目矣。" 又啓曰: "上曾令諸道諸種水鳥具毛羽、熊猪全體捉進。 臣恐外間疑其玩好也。" 上曰: "水鳥則令畫師摹畫而已, 非欲玩也, 熊猪亦一時偶命耳, 非使爲恒貢也。 當使勿進。" 又啓曰: "臣聞諸平安道內需司委差, 稱兩大妃內旨, 欲以紙貿紅花; 觀察使分定諸邑, 定都會官以督納, 其弊不貲。" 上曰: "非但予所不知, 兩大妃殿亦必不知也。 若如卿言, 是必委差汎濫所致也。 然未知監司據何法而分定於諸邑乎? 其問之。" 又啓曰: "金磶母喪奸妓, 係關風敎, 而棄之, 臣未知其故。 金順誠有三子, 皆不謹守喪, 醜聲騰播。 請更推覈, 以正風俗。 且平壤人有云, 此事終難諱之。" 上曰: "卿聞於何人乎?" 曰: "鞫之則自然吐露矣。" 上曰: "年久事, 强覈則必有後弊。" 强請, 移時言頗懇到。 司諫金諶亦合辭共請。 上辭氣稍厲曰: "予雖不明, 豈不知母喪奸妓之爲悖乎? 顧年久難明耳。" 仍問左右, 特進官李淑琦對曰: "辭證俱在, 推覈爲便。" 領事李克培希旨, 力主勿鞫, 議者非之。


  • 【태백산사고본】 32책 210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274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 / 외교-명(明) / 재정-공물(貢物) /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 / 예술-미술(美術)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