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김승경 등이 삼공 육경의 직무·춘궁의 역사 등에 관해 상소하다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김승경(金升卿) 등이 상소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금년 봄에는 비가 이미 흡족하게 내려서 모든 백성이 풍년 들기를 함께 우러러 기대하였는데, 정작 농사철을 당해서는 하늘이 화(禍)를 바꾸지 아니하여 가뭄이 심하니, 비를 바라는 마음이 이미 지극합니다. 전하께서 하늘의 경계를 깨닫고 반찬과 음식을 줄이시며 자신을 꾸짖고 바른 말을 구하여 신기(神祇)543) 에 기도하였으나 감응(感應)이 있지 아니합니다. 예전에는 한 주(州)를 다스리고 한 현(縣)을 맡은 자라도 정성이 족히 비를 내리게 하고 바람을 돌이키게 하였는데, 어찌 전하의 덕으로써 도리어 하늘을 감격시키지 못한다고 이르겠습니까? 《가어(家語)》에 이르기를, ‘하늘에 대한 감응은 사실(事實)대로 해야지 형식으로 하지 아니한다.’고 하였으니, 기양(祈禳)은 말단(末端)이고 수성(修省)은 근본(根本)입니다. 원하건대, 전하께서 그 근본을 먼저 하고 그 말단을 뒤에 하시면 천견(天譴)에 보답할 수 있을 듯합니다. 《시경(詩經)》544) 에 이르기를, ‘수고롭다. 서정(庶正)이여!’라고 한 것은 서관(庶官)의 장(長)이 일에 부지런한 것이며, ‘괴롭다. 총재(冡宰)여!’라고 한 것은 대신(大臣)의 높음으로써 그 직무에 수고하는 것이며, ‘취마(趣馬)545) 와 사씨(師氏)와 선부(膳夫)와 좌우(左右)가 능하지 못하다고 하여 그만두는 이가 없다.’고 한 것은 백관 서사(百官庶士)가 백성의 일에 급급하지 아니하는 이가 없음을 뜻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한재(旱災)를 만났어도 백성이 유리(流離)하는 한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낭묘(廊廟)546) 에 있는 이가 섭리(燮理)547) 의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까? 육부(六部)548) 에 있는 이가 부성(阜成)549) 의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까? 백관으로서 여러 지위에 벌여 있는 자가 모두 능히 그 직책을 다하고 있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그것을 어렵게 여기시고 신중히 하소서.
《서경(書經)》550) 에 이르기를, ‘백성은 오직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하여야 나라가 편하다."라고 하였고, 《역경(易經)》551) 에 이르기를, ‘아랫사람에게 후하게 하여 생활을 안정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생활을 안정되게 하고 그 근본을 후하게 하려고 하면 마땅히 그 백성의 힘을 넉넉하게 하는 것뿐인데, 토목(土木)의 역사(役事)는 백성을 수고롭게 할 뿐만 아니라 또한 재물을 손상하는 것이므로 비록 풍년이라고 하더라도 진실로 가볍게 거행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힘은 부족한데 일은 많은 것이겠습니까? 국가에서 창경궁(昌慶宮)의 역사를 겨우 마치자 춘궁(春宮)의 역사가 잇달아 일어나서 호야(呼耶)552) 의 소리가 길에 끊어지지 아니하고 판축(版築)553) 의 소리가 궁위(宮闈)554) 에 들리는데, 하물며 궁벽한 산골짜기와 언덕진 비탈의 험한 곳에서 한 그루의 나무를 운반하고 한 개의 돌을 움직이는 고통은 회초리를 맞는 것보다 심할 것이니, 어찌 원망이 일어나고 화기(和氣)를 손상함이 없겠습니까? 예전에는 한재(旱災)를 만나면, 취마(趣馬)가 말에게 곡식을 먹이지 아니하고 사씨(師氏)는 군사를 쉬고 치도(馳道)555) 를 소제하지 아니하며, 제사(祭祀)에 음악을 연주하지 아니하고 좌우에 벌려 놓고 쓰지 아니하며, 대부(大夫)는 양(粱)556) 을 먹지 아니하고, 사(士)는 술을 마시고 즐기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백성의 힘을 동원하여 궁실(宮室)을 짓는 것이겠습니까? 엎드려 원하건대 이 역사를 빨리 파하여 백성을 쉬게 하소서.
하후씨(夏后氏)557) 는 50묘(畝)로 공법(貢法)을 쓰고, 주(周)나라 사람은 1백 묘(畝)로 철법(徹法)을 썼는데, 그 실제는 모두 10분의 1로써 백관(百官)과 유사(有司)에 이바지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백성의 세(稅)를 거두어서 치도(緇徒)558) 를 기르겠습니까? 지금 세를 거두는 절이 무려 50이나 되니, 진실로 국가의 큰 해독입니다. 백성들은 몸이 땀에 젖고 발은 흙투성이가 되어 한 해를 마치도록 부지런히 노력하여도 그 부모 처자를 부양(扶養)하지 못하는데, 중들은 누에치지 아니하면서 옷을 입고 농사짓지 아니하면서 밥을 먹으며 좋은 집에 편히 앉아서 그 이(利)를 누리니, 이는 신 등이 마음 아파하는 까닭입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봉선사(奉先寺)·원각사(圓覺寺)·내불당(內佛堂)·복세암(福世庵)의 중은 앉아서 공름(公廩)559) 을 먹는데 소비가 적지 아니하니, 엎드려 바라건대, 모두 개혁하여 없애어서 국용(國用)에 채우게 하소서.
또 복세암(福世庵)은 도성(都城) 서악(西岳) 꼭대기에 있어서 궁궐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보잘것 없는 무리가 여기에 누워서 금원(禁苑)560) 을 내려다보니, 어찌 통분(痛憤)하지 아니하겠습니까? 만약 ‘세묘(世廟)561) 께서 창건한 것이므로 차마 폐할 수 없다’고 한다면 또한 할 말이 있습니다. 농부(農夫)에 비유하건대, 그 아비가 곡식을 이미 심어 놓으면 그 아들이 김을 매야 하는데, 그 강아지풀을 보고서 아비가 심은 것이라고 하여 차마 없애지 못하고, 쭉정이를 보고서 아비가 씨를 받은 것이라고 하여 차마 없애지 아니하면 옳겠습니까? 그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빨리 철거하기를 명하여 사람들의 바라는 마음을 쾌하게 하소서. 더욱이 인왕사(仁旺寺)는 복세암 밑에 있는데, 국가에서 정전(丁錢)562) 을 바치게 하고 도첩(度牒)563) 을 주어 중을 삼아서 백성으로 하여금 축발(祝髮)564) 을 중하게 여기도록 하였습니다.
여승[尼]에 이르러서는 금방(禁防)이 없기 때문에 여승이 번성하며, 무리들이 과부의 집에 출입하면서 인연(因緣)의 말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유혹하므로, 과부들이 그 술책에 빠져서 정이 부부와 같게 되며, 밤낮으로 같이 있으면서도 오히려 부족하여 아예 이사(尼社)565) 에 가서 잡니다. 그리고 귀의(歸依)한 날이 오래되면 그 자녀도 생각하지 아니하고 마침내 머리를 깎는 자가 종종 있습니다. 또 중[僧]과 여승[尼]은 비록 동류(同類)라고 할지라도 남녀는 본래 차이가 있는 것인데, 아무리 사족(士族)의 여자라고 하더라도 출가(出家)하여 여승이 되면 중에게 절을 하고 스승으로 삼아서 더불어 같이 있는 것을 의심하지 아니하니, 이것이 신 등의 통분(痛憤)하는 바입니다. 청컨대 여승으로 하여금 일체 환속(還俗)하도록 하고 여러 부녀가 이사(尼社)에 가는 것을 엄금하여 죄를 부과하게 하소서.
재령(載寧) 전탄(箭灘)은 정난종(鄭蘭宗)에게 명하여 본도(本道)566) 의 장정 1만 여명을 동원하여 파는데, 순월(旬月)567) 이 지났으나 일이 끝나지 아니하였고, 또 종사관(從事官) 박숙무(朴叔懋)에게 명하여 당령 수군(當領水軍)을 사역하여 파게 하였으나 또한 끝마치지 못하였습니다. 신 등은 생각하기를, 전탄은 재령의 한쪽 구석에 있으므로 비록 한 봇도랑[渠]을 개통한다 할지라도 겨우 한 고을에 혜택이 있을 것이며 온 도의 백성을 이롭게 하지는 못할 듯합니다. 또 전지(田地) 8결(結)에서 인부 한 사람을 내는 것이 관례인데 지금은 5결에서 인부 한 사람을 내므로 온 도가 소란하여 남는 사람이 없으니, 백성의 원망이 이보다 심함이 없습니다. 하물며 토질이 거칠고 단단하지 못하여 팔 때마다 허물어지므로 마침내 공사를 마칠 수가 없으니, 이익이 백성에게 미치지 못하고 먼저 우리 백성이 피곤할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이 역사를 정지하여 온 도의 백성을 쉬게 하소서.
예전의 구장복(九章服)568) 은 상하(上下)의 구별이 있어서 각각 등급이 있고 서로 참람되게 넘지 못하였습니다. 지금의 풍속은 화려하고 사치함을 숭상하여 의복이 사람보다 아름다와서 장사치와 노예의 무리의 복식(服飾)이 경대부(卿大夫)를 본뜨고 사족(士族)의 여자가 초구(貂裘)가 아니면 잔치 자리에 끼이지 못하는 등 사치함에 절제가 없으니, 이 풍속을 자라게 할 수 없습니다. 또 지금의 장사치는 혹 신량 갑사(新良甲士)569) ·충찬위(忠贊衛)·장용대(壯勇隊)에 속한 자가 많은데, 스스로 직(職)이 있다고 이르면서 사인(士人)의 옷을 입고 사인의 갓을 쓰고는 사류(士流)와 어깨를 나란히 하니, 귀천(貴賤)을 분변하고 등위(等威)를 엄하게 하는 예(禮)가 아닙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사치와 참람됨을 엄하게 혁파하고 의복은 장(章)570) 을 두어 상하가 분별이 있게 하소서.
예전에 초(楚)나라 장왕(莊王)은 하늘에 요기(妖氣)가 나타나지 아니하고 땅에 이변(異變)이 나타나지 아니하면 반드시 산천(山川)에 기도하기를,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가?’라고 하였으니, 지금 전하께서는 재해(災害)가 없어지지 아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그 허물을 고치지 못한 것을 두려워할 것이며, 상서(祥瑞)가 이르지 아니함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그 정성이 지극하지 못함을 두려워할 것입니다.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의 일에 힘쓰는 것이 오히려 지극하지 못함을 두려워하며, 몸을 조심하고 덕을 닦는 것이 오히려 극진하지 못함을 두려워할 것입니다. 희헌(羲軒)571) 의 도(道)를 우러러서 이(利)를 일으키고 해(害)를 제거하기를 생각하며, 당(唐)·우(虞)572) 의 현성(賢聖)함에 짝하여 사방으로 눈을 밝히고 사방으로부터 잘 듣기를 생각하며, 하(夏)나라 우(禹)임금의 덕(德)을 사모하여 죄인을 보고서 울고 백성을 가엾게 여길 것을 생각하며, 성탕(成湯)의 너그러움을 본받아서 간(諫)하는 말에 따르고 어긋나지 아니할 것을 생각하며,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마른 뼈를 장사하던 어짊을 생각하며, 한(漢)나라 문제(文帝)가 노대(露臺)를 파하던 검소함을 생각할 것입니다. 탐부(貪夫)573) 를 버리고 여알(女謁)574) 을 금하며, 참소하는 말을 끊고 억울함을 펴주며, 교화(敎化)를 숭상하고 염치(廉恥)를 장려하며, 요행(僥倖)을 억제하고 분경(奔競)575) 을 배척하면, 천지가 안정되고 만물이 육성되어 재앙(災殃)이 변하여 상서로움이 될 것이며, 위태로움이 변하여 편안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는데, 어서(御書)로 이르기를,
"나를 깨우치는 말은 내가 마땅히 받아들일 것이다. 삼공(三公)·육경(六卿)이 그 직무에 맞지 아니함이 있다고 하는 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바인데, 경 등은 무엇이 두려워서 말하기를 숨기는가? 춘궁(春宮)의 역사는 진실로 정지할 수 없는 것인데, 하물며 거의 끝나가는 것이겠는가? 사사(寺社)를 개혁하고 여승[尼]이 되는 것을 금하라는 것은 선왕(先王)이 정하신 옛 법에 없는 것이므로 준수함이 가하며 가혹하게 하는 것은 잘못이다. 전탄(箭灘)의 역사는 만약 백성에게 이로움이 있다면 어찌 폐할 수 있겠는가? 천(賤)한 자가 사치하는 것과 복장(服章)의 범람(汎濫)을 금하는 것은 사헌부(司憲府)가 규찰(糾察)하는 여하에 달려 있는데, 어찌 반드시 새로운 법을 세워서 이루어진 법을 어지럽게 하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1책 204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1책 219면
- 【분류】사법(司法) / 건설-건축(建築) / 정론-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 / 역사-고사(故事) / 농업-수리(水利) / 재정-역(役) / 사상-불교(佛敎) / 신분(身分) / 의생활(衣生活)
- [註 543]신기(神祇) : 천지의 신.
- [註 544]
《시경(詩經)》 : 대아(大雅) 운한장(雲漢章).- [註 545]
취마(趣馬) : 말을 맡은 벼슬.- [註 546]
낭묘(廊廟) : 의정부(議政府).- [註 547]
섭리(燮理) : 섭리 음양(燮理陰陽)의 준말로, 천지(天地)의 도(道)를 조화(調和)시킨다는 뜻인데, 재상(宰相)이 천하를 다스림의 비유로 쓰임.- [註 548]
육부(六部) : 육조(六曹).- [註 549]
부성(阜成) : 부성 조민(阜成兆民)의 준말로, 정교(政敎)를 밝혀서 백성을 감화되게 하는 것을 일컫는 말임.- [註 550]
《서경(書經)》 : 오자지가(五子之歌).- [註 551]
《역경(易經)》 : 박괘(剝卦).- [註 552]
호야(呼耶) : 힘드는 일을 할 때 부르는 소리.- [註 553]
판축(版築) : 판(版)은 흙을 양쪽에서 끼고 쌓는 판자이고, 축(築)은 흙을 다지는 방망이인데, 이는 벽을 쌓는 도구로서 판자 사이에 흙을 넣어 단단하게 쌓는 것을 말함.- [註 554]
궁위(宮闈) : 궁궐.- [註 555]
치도(馳道) : 임금이 거둥하는 길.- [註 556]
양(粱) : 좋은 음식.- [註 557]
하후씨(夏后氏) : 우(禹)임금.- [註 558]
치도(緇徒) : 중의 무리.- [註 559]
공름(公廩) : 국고의 곡식.- [註 560]
금원(禁苑) : 궁궐 후원.- [註 561]
세묘(世廟) : 세조(世祖).- [註 562]
정전(丁錢) : 승려(僧侶)가 되려는 자가 도첩(度牒)을 받을 때에 군포(軍布) 대신 바치는 돈. 정포(正布) 20필 값을 바침.- [註 563]
도첩(度牒) : 새로 중이 되었을 때 나라에서 주는 허가증.- [註 564]
축발(祝髮) : 머리를 깎고 중이 됨.- [註 565]
이사(尼社) : 여승이 있는 절.- [註 566]
본도(本道) : 황해도.- [註 567]
순월(旬月) : 십여 일에서 한 달 동안.- [註 568]
구장복(九章服) : 아홉 가지 수를 놓은 관복(官服).- [註 569]
신량 갑사(新良甲士) : 천인(賤人)에서 새로 양민(良民)이 된 갑사.- [註 570]
장(章) : 장표(章標).- [註 571]
희헌(羲軒) : 복희(伏羲)와 황제(黃帝).- [註 572]
당(唐)·우(虞) : 요·순(堯舜).- [註 573]
탐부(貪夫) : 재물을 탐하는 사람.- [註 574]
여알(女謁) : 임금에게 총애를 받는 여자가 임금을 사사로이 뵙고 청탁(請託)하던 일.- [註 575]
분경(奔競) : 벼슬을 얻기 위하여 권문 세가(權門勢家)를 찾아다니며 엽관 운동(獵官運動)을 벌이던 일.○庚午/司憲府大司憲金升卿等上疏。 略曰:
今歲之春,雨澤旣渥, 凡厥民生, 咸仰豐年之期。 正當農月, 天不悔禍, 旱魃爲虐, 雲霓之望旣極, 而殿下警悟天戒, 減膳貶食,罪已求言, 徧禱神祇, 而未有感應。 古之牧一州、宰一縣者,誠足以致雨反風, 誰謂殿下之德, 反不能感格于天乎? 語曰: "應天以實, 不以文。" 祈禳, 末也; 修省, 本也。 願殿下先其本而後其末, 則庶可以答天譴矣。 《詩》曰: "鞠哉! 庶正。" 則庶官之長, 勤於事也; "疚哉! 冢宰。" 則大臣之尊, 勞於其職也; "趣馬、師氏、膳夫、左右無不能止" 則百僚庶士無不急於民也。 是以雖遭旱乾之災, 民無流離之嘆。 今之位廊廟者, 盡燮理之責乎? 居六部者, 盡阜成之責乎? 百僚之列于庶位者, 皆能盡其職乎? 伏望殿下其難其愼。 《書》曰: "民惟邦本, 本固邦寧。" 《易》曰: "厚下安宅。" 然欲安其宅而厚其本, 當寬其民力而已。 土木之役, 非但勞民, 亦且傷財, 雖豐歲固不可輕擧, 況時屈擧贏乎? 國家昌慶宮之役纔畢, 春宮之役繼起, 呼耶之聲, 不絶於道, 版築之聲, 殷動宮闈。 而況窮山之谷、懸崖之險, 輸一木轉一石之苦, 有甚於箠楚, 豈無起怨咨, 傷和氣乎? 古者遇旱乾之災, 則趣馬不秣, 師氏弛兵, 馳道不除, 祭事不懸, 左右布而不修, 大夫不食梁, 士飮酒不樂, 而況動民力營宮室乎? 伏願亟罷是役, 以休民生。 夏后氏五十而貢, 周人百畝而徹, 其實皆什一, 以供百官有司而已, 豈令收民之稅, 以養緇徒乎? 今輸稅寺社, 無慮五十, 實國家之巨蠧也。 百姓沾體塗足, 終歲勤勞, 不得養其父母妻子, 而緇徒衣不蠶之衣, 食不耕之食, 安居華屋, 坐享其利, 此臣等所以痛心者也。 不特此也, 奉先寺、圓覺寺、內佛堂、福世庵之僧, 坐食公廩, 糜費不貲。 伏望竝皆革除, 以充國用。 且福世庵在城都西岳之頂, 俯壓宮闕, 無行之徒, 偃臥於斯, 下視禁苑, 豈不痛憤? 若曰世廟所創不忍廢之, 則又有說焉。 比之農夫, 其父旣種, 其子當耘, 見其莠曰父之所殖, 不忍去之, 見其秕曰父之取種, 不忍除之, 則可乎? 何以異於是? 伏望亟命撤去,以快人望。 況仁王寺在福世庵之下, 非先王所創, 則廢之宜不俟終日也。 國家令納丁錢, 給牒爲僧, 使民重於祝髮也。 至於尼則無禁防, 故爲尼者寔繁。 有徒出入於寡(歸)〔婦〕 之家, 以因緣之說敎諭萬端, 爲寡婦者, 陷於術中, 情同夫婦, 晝夜與之同處, 猶爲不足, 經宿於尼舍。 歸依日久, 不念其子女, 終爲簪剃者, 比比有之。 且僧尼雖曰同類, 男女則固有間矣。 雖士族之女, 出家爲尼, 則拜僧爲師, 與之同處而不疑, 此臣等所痛憤者也。 請令尼僧一切還俗, 大小婦女之上尼社者, 痛禁科罪。 載寧 箭灘, 命鄭蘭宗發本道丁壯萬餘鑿之, 動經旬月, 事功未訖。 又命從事官朴叔懋, 役當領水軍鑿之, 功亦未畢。 臣等以爲箭灘在載寧一隅, 雖開一渠, 僅惠一郡, 不足以利一道之民矣。 且田八結出一夫例也, 今以五結出一夫, 一道騷然, 靡有孑遺, 民之怨咨, 孰甚於此? 況土性麤踈, 隨鑿隨毁, 終不可訖功, 則利不及民而先困吾民矣。 伏望命停是役, 以蘇一道之民。 古者九章之服, 上下有截, 各有等級, 不相僭踰。 今俗尙華侈, 服美于人。 商賈奴隷之徒服飾, 擬於卿大夫, 士族之女, 非貂裘, 不得齒於宴席。 奢侈無節, 此風不可長也。 且今之商賈, 或新良甲士、忠贊衛、壯勇隊者居多, 自謂有職,而衣士人之服, 戴士人之笠, 比肩士流, 甚非辨貴賤、嚴等威之禮也。 伏望痛革奢僭, 使衣服有章, 上下有別。 昔楚 莊王天不見妖、地不見異, 則必禱於山川曰: "天其亡我耶?" 今殿下勿懼災害之不殄, 而猶懼其過之未悛; 勿懼祥瑞之未臻, 而猶懼其誠之不至。 敬天勤民, 猶恐其未至; 側身修德, 猶恐其未盡。 仰羲、軒之道, 思興利而除害; 侔唐、吳〔虞〕 之聖, 思明目而達聰; 思夏禹之德, 思泣辜而恤民; 法成湯之寬, 思從諫而弗咈。 思文王葬枯骨之仁,思漢 文罷露臺之儉。 去貪夫而禁女謁, 絶讒言而伸鬱抑, 崇敎化而勵廉恥, 抑僥倖而黜奔競, 則天地位焉, 萬物育焉, 災可轉爲祥, 危可變爲安矣。
御書曰:
警予之言, 予當受之。 三公六卿之有不稱職者, 予所未知, 卿等何畏而諱言耶? 春宮之役, 固不可停也, 況垂畢乎? 革寺社、禁爲尼, 先王之所定, 舊章之所無, 遵之可也, 苛之非也。 箭灘之役, 若有利於民, 安可廢乎? 禁賤者華侈與服章之汎濫, 在憲府糾之如何耳, 何必立新法, 以亂成憲耶?
- 【태백산사고본】 31책 204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1책 219면
- 【분류】사법(司法) / 건설-건축(建築) / 정론-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 / 역사-고사(故事) / 농업-수리(水利) / 재정-역(役) / 사상-불교(佛敎) / 신분(身分) / 의생활(衣生活)
- [註 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