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악 황효성이 대사악의 개정을 청하니 채수 등이 그대로 시행하도록 아뢰다
장악원 전악(掌樂院典樂) 황효성(黃孝誠)이 와서 아뢰기를,
"《주례(周禮)》의 춘관(春官) 대사악(大司樂)에 이르기를, ‘무릇 악(樂)은 원종위궁(圓鍾爲宮)·황종위각(黃鍾爲角)·태주위치(太簇爲徵)·고선위우(姑洗爲羽)로 연주(演奏)하여 악(樂)이 여섯 번 변(變)하면 천신(天神)이 모두 내려오므로 예(禮)를 올릴 수 있고, 함종위궁(函鍾爲宮)·태주위각(太簇爲角)·고선위치(姑洗爲徵)·남려위우(南呂爲羽)로 연주하여 악(樂)이 여덟 번 변하면 지기(地祇)가 모두 나오므로 예(禮)를 올릴 수 있으며, 황종위궁(黃鍾爲宮)·대려위각(大呂爲角)·태주위치(太簇爲徵)·응종위우(應鍾爲羽)로 연주하여 악(樂)이 아홉 번 변하면344) 인귀(人鬼)에 예(禮)를 올릴 수 있다.’ 하였는데, 제사(祭祀)의 악(樂)에는 상성(商聲)을 쓰지 않고 다만 궁(宮)·각(角)·치(徵)·우(羽) 4성(聲)만 씁니다. 지금은 각(角)·치(徵)·우(羽)를 쓰지 않으면서 4조(調)에서 모두 궁성(宮聲)을 쓰니, 음양(陰陽)이 조화가 되지 않습니다. 강신(降神)하는 악(樂)은 나라의 중요한 일인데, 지금의 악(樂)을 쓰는 것은 그릇된 곳이 많이 있으니, 청컨대 옛날 악보(樂譜)를 가지고 참작(參酌)하여 개정(改正)하게 하소서."
하므로, 명하여 채수(蔡壽)와 홍문관원(弘文館員)으로 음률(音律)을 이해하는 자를 불러서 묻게 하니, 채수 등이 아뢰기를,
"황효성(黃孝誠)이 아뢴 것은 모두 《율려신서(律呂新書)》에 의한 것이고 스스로 지은 것이 아닙니다. 옛날 악(樂)으로써 참고(參考)해 보면 지금의 악(樂)은 과연 같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황효성이 현상(絃上)의 악(樂)을 가지고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에다 군(君)·신(臣)·민(民)·사(事)·물(物)을 비하여, 신현(臣絃)은 군현(君絃)을 범할 수 없으니, 궁(宮)은 스스로 궁(宮)이 되고 상(商)은 스스로 상(商)이 되어야 가하다고 합니다. 그 말이 비록 옳기는 하지마는, 같은 현(絃) 중에서 혹은 느리기도 하고 혹은 급하기도 하여 음운(音韻)이 그에 따라서 변해지는데, 어찌 군(君)·신(臣)·민(民)·사(事)·물(物)을 알겠습니까? 《율려신서(律呂新書)》의 주(註)에 이르기를, ‘제사(祭祀)의 악(樂)은 상성(商聲)을 쓰지 않고 다만 궁(宮)·각(角)·치(徵)·우(羽) 4성(聲)만 있으니, 이른바 상성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곡절(曲節)에 쓰지 않음을 말한 것이 아니다. 곧 제사에는 부드러움[柔]을 숭상하는데, 상성(商聲)은 견강(堅剛)하여 조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례(周禮)》의 인귀(人鬼)에 제사하는 악(樂)으로 말할 경우 황종위궁(黃鍾爲宮)·대려위각(大呂爲角)·태주위치(太簇爲徵)·응종위우(應鍾爲羽)하니, 이것은 4성(聲)이 각각 스스로 기조(起調)하는 것이지, 다만 궁(宮)만은 아니다.’ 하였습니다.
본국(本國)의 악(樂)은 4성 모두가 궁(宮)으로써 기조(起調)되는데, 어디에 의거한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율(律)이 열 둘 있는데, 다만 황종(黃鍾)·대려(大呂)·태주(太簇)·응종(應鍾)을 들어 4성으로 삼아 이를 쓰는 것은 《주례(周禮)》 대사악(大司樂)의 주(註)로써 상고해 보건대, ‘인궁(人宮)은 황종(黃鍾)인데 황종은 임종(林鍾)을 하생(下生)하고, 임종은 지궁(地宮)인 까닭으로 이를 피하고, 임종은 태주(太簇)를 상생(上生)하고 태주는 남려(南呂)를 하생(下生)하는데, 남려는 천궁(天宮)의 양(陽)과 같은 자리이므로 또 이를 피하고, 남려는 고선(姑洗)을 상생(上生)하는데 고선은 남려의 하(下)이므로 또 이를 피하고, 고선은 응종(應鍾)을 하생(下生)하고, 응종은 유빈(蕤賓)을 상생(上生)하는데, 유빈은 지궁(地宮)인 임종(林鍾)의 양(陽)이므로 또 이를 피한다.’고 하였으니, 임종·남려·고선·유빈은 인귀(人鬼)에 제사하는 데 모두 피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기조(起調)를 삼을 수가 없습니다. 시용악(時用樂)은 황종위궁(黃鍾爲宮)이 《주례(周禮)》와 같고, 그 나머지 3성(聲)은 중려(仲呂)·남려(南呂)·이칙(夷則)이 각각 스스로 궁(宮)이 되어서 대려위각(大呂爲角)·태주위치(太簇爲徵)·응종위우(應鍾爲羽)로 기조(起調)를 삼지 아니하는데, 또한 어디에 의거한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로써 살펴보건대, 황효성(黃孝誠)이 아뢴 바는 모두 《율려신서(律呂新書)》에 의거한 것으로 억측[臆度]의 말은 아닙니다. 다만 시용악제(時用樂制)를 만들 때에 《율려신서》를 쓰지 아니하고 별도로 다른 악서(樂書)에 의거한 듯하지마는, 가령 다른 악서로서 의거할 만한 것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율려신서(律呂新書)》는 곧 채원정(蔡元定)이 주회암(朱晦庵)345) 과 더불어 여러 책들을 모아 가지고 이를 증명하고 분변(分辨)해서 만세(萬世)의 준정(準程)이 되게 한 것이니, 이것을 버리고 저것에 의거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율려신서(律呂新書)》는 예악(禮樂) 중 《성리대전(性理大全)》에 편입(編入)시킨 다음에 본국(本國)에 유포(流布)되었으니, 시용악제(時用樂制)를 만들 때에는 아마 미처 보지 못했을 듯합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9책 190권 5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119면
- 【분류】사상-유학(儒學) / 예술-음악(音樂) / 출판-서책(書冊)
- [註 344]악(樂)이 아홉 번 변하면 : 여기에서 말한 여섯 번, 여덟 번, 아홉번 변(變)한다고 한 것은 무인(舞人)의 변화를 말함인데, 네 개의 표목(表木)을 남·북으로 세워 놓고 무인이 남쪽 표목에서 시작하여 북쪽으로 두 번째의 표목에 이르는 것을 1변(變), 거기에서 세 번째의 표목에 이르는 것을 2변, 네 번째의 표목에 이르는 것을 3변이라 하며, 여기에서는 무인이 몸을 돌려 다시 남쪽으로 향하여 북쪽 표목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두 번째의 표목에 이르는 것을 4변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하여 5변, 6변, 7변, 8변, 9변에 이르는 것을 말함.
- [註 345]
주회암(朱晦庵) : 주희(朱熹)의 호(號). - [註 345]
○掌樂院典樂黃孝誠來啓曰: "《周禮》(云)春官大司樂〔云〕 : ‘凡樂, 圜鍾爲宮, 黃鍾爲角, 大簇爲徵, 姑洗爲羽奏之; 若樂六變, 則天神皆降, 可得而禮矣。 函鍾爲宮, 大簇爲角, 姑洗爲徵, 南宮爲羽奏之; 若樂八變, 則地祇皆出, 可得而禮矣。 黃鍾爲宮, 大呂爲角, 大簇爲徵, 應鍾爲羽奏之; 若樂九變, 則人鬼可得而禮矣。’ 祭祀之樂, 不用商聲, 只用宮角徵羽四聲; 今不用角徵羽, 而四調皆用宮聲, 陰陽不調。 降神之樂, 國之重事, 今之用樂, 多有誤處, 請以古樂譜參酌改正。" 命召蔡壽及弘文館員解音律者, 問之。 壽等啓曰: "孝誠所啓, 皆依《律呂新書》, 非自製也。 以古樂參考今樂, 果有不同。 孝誠以絃上之樂宮、商、角、徵、羽爲比君、臣、民、事、物, 臣絃不可犯君絃, 宮自宮而商自商乃可也。 此言雖是, 一絃之上, 或緩或急, 音韻隨變, 何以知君、臣、民、事、物? 《律呂新書》註云: ‘祭祀之樂, 不用商聲, 只有宮角徵羽四聲。’ 所謂不用商聲者, 非謂不用於曲節也, 直以祭尙柔, 而商聲堅, 則不可爲調故也。 以《周禮》祭人鬼之樂言之, 黃鍾爲宮, 大呂爲角, 大簇爲徵, 應鍾爲羽, 則是四聲各自起調, 非但宮也。 本國之樂四聲皆以宮起調, 未知何據。 律有十二, 而只擧黃鍾、大呂、大簇、應鍾, 以爲四聲而用之者, 以《周禮》大司樂註考之, 人宮黃鍾, 黃鍾下生林鍾, 林鍾地宮, 避之。 林鍾上生大簇, 大簇下生南呂, 南呂與天宮之陽同位, 又避之。 南呂上生姑洗, 姑洗南呂之下, 又避之。 姑洗下生應鍾, 應鍾上生蕤賓, 蕤賓地宮, 林鍾之陽也, 又避之。 則林鍾、南呂、姑洗、蕤賓於祭人鬼, 皆所當避, 不可爲起調也。 時用樂黃鍾爲宮, 與《周禮》同; 其餘三聲, 以仲呂、南呂、夷則各自爲宮, 而不以大呂角、大簇徵、應鍾羽起調, 亦未知何遽。 以此觀之, 孝誠所啓, 皆據《律呂新書》, 非臆度之言也。 但恐時用樂制作時, 不用《律呂新書》, 而別據他樂書也。 假令有他樂書可據, 然《律呂新書》乃蔡元定與朱晦庵集諸書而證辨之, 爲萬世準程, 其不可舍此而據彼也明矣。 《律呂新書》禮樂中編入《性理大全》而後, 流布於本國, 則時用樂制作時, 恐未及見也。"
- 【태백산사고본】 29책 190권 5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119면
- 【분류】사상-유학(儒學) / 예술-음악(音樂)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