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강거효가 금구 현령 조계손을 국문토록 아뢰고, 금주 국방 등을 논의하다
경연에 나아갔다. 강하기를 마치자, 집의(執義) 강거효(姜居孝)가 아뢰기를,
"지금 듣건대 금구 현령(金溝縣令) 조계손(趙繼孫)이 관물(官物) 6타(駄)를 도둑질하여 집에다 수송(輸送)하는데, 부민(部民)들이 무리를 지어 중로(中路)에서 맞이하여 빼앗았으며, 조계손이 이 말을 듣고 아리(衙吏)를 거느리고 가서 방어하니, 부민이 화살을 쏘며 항거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대사(大事)이니 청컨대 조관(朝官)을 보내어 국문하소서."
하니, 임금이 좌우를 돌아보고 물었는데, 영사(領事) 한명회(韓明澮)가 대답하기를,
"수령이 관물을 도둑질하는 것은 진실로 죄가 있으며, 부민들의 소행 또한 매우 악한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것은 곧 풍화(風化)에 관계된 것이므로, 엄하게 징계하지 않을 수 없다. 조관(朝官)을 보내어 추국(推鞫)하는 것이 가하다."
하였다. 강거효가 또 아뢰기를,
"듣건대 근자에 문신(文臣)이 제술(製述)하는 날 시관(試官)과 문신(文臣)들에게 술을 내려 주신다고 하는데, 신은 무지(無知)한 백성들이 모두 궐내(闕內)에서 또 술을 쓰는 것으로 여기고, 다투어 서로 마시려 할 것이 염려스럽습니다."
하니, 임금이 좌우에게 이르기를,
"가을 기운[秋氣]이 이미 깊었고, 농사일도 정해졌으니, 하늘의 경계를 삼가할 때가 아니다. 또 날이 점점 한랭(寒冷)해지는데, 늙은 재상(宰相)들이 예궐(詣闕)한다면 약주(藥酒)가 없을 수 없다. 이와 같이 부득이 술을 쓰면서 민간(民間)에서 술을 쓰는 금하는 것은 불가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검토관(檢討官) 김수동(金壽童)이 말하기를,
"만약 금주(禁酒)를 파(罷)한다면 무지한 백성들이 술을 숭상하는 것이 그치지 아니하여 후일(後日)의 계책(計策)이 되지 못하고, 그 폐단(弊端)이 작지 아니할 것이니, 금주는 파할 수가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흉년에 소민(小民)이 금주(禁酒)를 범한 것으로 인하여 혹 죄를 결단(決斷)하거나 혹 납속(納贖)하는 것은 모두 가긍(可矜)하다. 또 듣건대 무사(武士)의 무리들이 금주(禁酒)를 두려워하여 사후(射侯)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예사(藝射)를 강(講)할 때에는 모름지기 술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이니, 지금 이와 같이 업(業)을 폐하는 것 또한 미편(未便)하다."
하였다. 강거효가 말하기를,
"지금 국상(國喪)으로 인하여 강무(講武)와 습진(習陣)을 폐(廢)한 지 오래되었으니, 청컨대 거행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국가(國家)가 승평(昇平)한 날이 오래되었고, 걱정이 없을 때에는 더욱 준비가 없을 수 없다. 이제 무신(武臣) 출신의 당상관(堂上官)은 모두 업(業)을 폐하고 다스리지 않으니, 크게 염려할 만하다. 장수(將帥)가 비록 지용(智勇)을 귀하게 여긴다 하나, 기예(技藝)가 없을 수 없다. 장수가 활을 잘 쏘면 사졸(士卒)이 믿고 두려워함이 없고, 적인(敵人) 또한 두려워할 것이다."
하였다. 한명회(韓明澮)가 말하기를,
"신이 오랫동안 양계(兩界)에 있었으므로 상세히 다 알고 있습니다. 변장(邊將)이 만약 활을 잘 쏘지 못한다면 야인(野人)들이 마음 속으로 복종(服從)하지 않을 것이므로, 변장(邊將)은 모름지기 활 잘 쏘는 자를 골라서 써야 할 것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8책 183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52면
- 【분류】사법-법제(法制) / 사법-재판(裁判) / 사법-탄핵(彈劾) / 군사-군정(軍政) / 군사-병법(兵法) / 왕실-경연(經筵)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御經筵。 講訖, 執義姜居孝啓曰: "今聞金溝縣令趙繼孫盜官物六駄, 輸送于家, 部民成群, 要於中路而奪, 繼孫聞之, 率衙吏往禦之, 部民射而拒之。 此大事, 請遣朝官鞫之。" 上顧問左右, 領事韓明澮對曰: "守令之盜竊官物, 固有罪矣; 部民所爲, 亦甚惡矣。" 上曰: "此乃係關風化, 不可不痛懲。 其遣朝官推鞫可也。" 居孝又啓曰: "聞近者文臣製述日, 試官及文臣等賜酒。 臣恐無知之民皆以爲闕內且用酒, 爭相崇飮也。" 上謂左右曰: "秋氣已深, 農事已定, 此非謹天戒之時。 且日漸寒冷, 老宰相詣闕則不可無藥酒。 如此不獲已用酒, 而禁民間用酒, 無乃不可乎?" 檢討官金壽童曰: "若罷酒禁, 則無知之民崇飮不已, 不爲後日之計, 其弊不少, 酒禁不可罷也。" 上曰: "凶年小民因犯酒禁, 或決罪, 或納贖, 皆可矜也。 且聞武士輩畏酒禁, 未得射侯。 講藝射時, 須借酒力, 今如此廢業, 亦爲未便。" 居孝曰: "近因國喪, 講武習陣久廢, 請行之。" 上曰: "國家昇平日久, 無虞之時, 尤不可無備也。 今武臣堂上官皆廢業不治, 大可慮也。 將帥雖以智勇爲貴, 然不可無技藝也。 將帥善射, 則士卒恃之而無懼, 敵人亦畏之矣。" 明澮曰: "臣久在兩界, 備詳知之。 邊將若不善射, 則野人不心服, 邊將須擇用善射者也。"
- 【태백산사고본】 28책 183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1책 5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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