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왕대비와 인혜 왕대비가 거처를 창경궁으로 옮기다
두 대비[兩大妃]615) 가 창경궁(昌慶宮)에 이어(移御)하니, 임금이 홍화문(弘化門) 안에서 영접하였다. 승정원(承政院)에 어서(御書)를 내리기를,
"새로 창경궁을 세운 것은 본래 삼전(三殿)616) 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박복하여 하늘에 죄를 얻었기 때문에 하늘이 큰 화를 내려서 영구히 무한한 슬픔을 안게 되었다. 그러나 3년의 상제(喪制)를 감히 초과할 수 없어 이제 이미 복(服)을 마치고 양전(兩殿)을 맞아 받들었다. 오늘 수가(隨駕)한 종재(宗宰)·부마(駙馬)와 일반 신료(臣僚)를 모두 빈청(賓廳)에서 대접하라. 승지(承旨) 등은 오늘날의 근신(近臣)이고 명일에 재상이 될 사람들이니, 내가 장차 중관(中官)에게 명하여 모두 술을 주겠는데, 석 잔으로 한도를 하라. 만일 재계(齋戒)가 아니면 마땅히 큰 잔치를 내려 주겠다. 이 뜻을 알라."
하고, 또 명하여 양전을 수가한 내관(內官)·별감(別監)·반감(飯監)과 각 색장(色掌) 등에게 음식을 대접하였다.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양전은 이제 이미 이어(移御)하시었고, 선왕의 후궁은 거처할 곳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다만 한 궁에 함께 거처하는 것이 미안하다. 지금 따로 한 궁을 세우고자 하나 국가의 영선(營繕)을 바야흐로 시작하여 역사가 중대하니, 성취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자수궁(慈壽宮)은 본래 선왕의 후궁이 거처하던 곳인데, 이미 수즙(修葺)하게 하였으니, 세조(世祖)·예종(睿宗)의 후궁을 이 궁에 옮기게 하라. 비록 다 같이 한 궁이지마는 이름은 따로따로 일컫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니, 모두 아뢰기를,
"따로 새 궁을 세우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자수궁은 본래 선왕의 후궁이 거처하던 곳인데, 어찌 반드시 따로 이름을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7책 179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1책 16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사급(賜給)
○丙辰/兩大妃移御昌慶宮, 上迎于弘化門內。 御書下承政院曰:
新建昌慶宮, 本爲三殿也。 以予薄福, 獲罪于天, 天降大禍, 永抱終天之痛。 然三年之制不敢過, 今旣服闋, 迎奉兩殿。 今日隨駕宗宰、駙馬、一應臣僚, 皆饋于賓廳。 承旨等今日爲近臣, 明日爲宰相, 予將命中官皆賜酒, 以三爵爲度。 若非齋戒, 宜賜大宴, 其知此意。
又命饋兩殿隨駕內官、別監、飯監、各色掌等。 傳于承政院曰: "兩殿今旣移御。 先王後宮所宅處, 非不足也, 但同處一宮未安, 今欲別建一宮。 然國家繕營方興, 功役重大, 似難就也。 慈壽宮本先王後宮所宅之處, 已令修葺。 世祖、睿宗後宮, 當移就此宮, 雖同是一宮, 名號別稱何如?" 僉啓曰: "別建新宮, 固爲不可。 慈壽宮旣是先王後宮所宅之處, 何必別稱名號?"
- 【태백산사고본】 27책 179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1책 16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사급(賜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