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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176권, 성종 16년 3월 25일 병오 5번째기사 1485년 명 성화(成化) 21년

병조 판서 손순효가 녹봉이 없는 양계 지역 만호의 어려움을 상서하다

병조 판서(兵曹判書) 손순효(孫舜孝)가 상서(上書)하기를,

"신이 가만히 생각하건대, 우리 나라는 사면이 적의 침입을 받는 땅으로 내외의 경중(輕重)은 있으나, 그 가운데에서도 양계(兩界)385) 의 연변(沿邊)은 적과 서로 바라보여 방수(防戍)가 가장 긴요합니다. 그런데도 녹봉(祿俸)이 없는 만호(萬戶)가 10보(堡) 가운데 9보입니다. 조정(朝廷)에서도 모름지기 무재(武才)가 뛰어나게 특이한 자를 가려서 차출하여 보내야 하니, 그 직임이 중합니다. 그러나 그 처자는 녹봉을 먹지 못하므로 거의 굶주릴 지경이니, 참으로 가엾습니다. 대저 관작(官爵)과 관록(官祿)은 임금의 큰 권한[權柄]이니, 관작으로 덕(德)이 있는 자를 임명하고, 관록으로 공(功)이 있는 자를 보상합니다. 저 방어하는 군사는 제 몸을 잊고 제 집을 잊고서 짐승 같은 무리와 이웃하여 긴 밤에 갑주(甲胄)를 잠자리로 삼으므로, 처자의 소식을 들을 수 없는데, 또 어느 겨를에 처자의 양육을 돌보겠습니까? 국가에서 그 괴로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요즈음 흉년이 들었기 때문에 창고가 거의 비어서 널리 베풀어 무리를 구제하지 못합니다. 신이 가만히 생각하건대, 편안한 자는 위태한 자의 걱정을 생각하고, 베부른 자는 굶주린 자의 뜻을 생각하는 것이 이른바 충서(忠恕)의 도리입니다. 녹과(祿科)는 늘릴 수 없으나, 재상(宰相)들의 녹봉을 조금 줄이고, 또 긴급하지 않은 관원을 없애고, 대체에 무방하다면 궐원(闕員)이 있는 체아(遞兒)386) 자리를 옮겨다가 덧보태어, 그 처자가 기한(飢寒)에 이르지 않게 하고, 변장(邊將)이 그 마음을 다할 수 있게 하면, 공도(公道)에 있어서 다행이겠습니다."

하니, 재상에게 의논하도록 명하였다. 정창손(鄭昌孫)·심회(沈澮)·홍응(洪應)·노사신(盧思愼)·윤호(尹壕)가 의논하기를,

"만호를 설치한 것은 그 유래가 이미 오래되었는데, 그 고난을 말하자면 남방이나 북방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긴요한 곳은 첨사(僉使)로 올리고 경직(京職)을 띠도록 이미 《대전(大典)》에 실려 있으니, 편견(偏見)을 가지고 쉽사리 어지럽게 고칠 수 없겠습니까?"

하고, 서거정(徐居正)·이철견(李鐵堅)·이극증(李克增)·정문형(鄭文炯)·이극균(李克均)·유지(柳輊)·이극돈(李克墩)·안관후(安寬厚)는 의논하기를,

"변장의 고난은 과연 손순효(孫舜孝)가 아뢴 것과 같으나, 만호가 녹봉이 없는 것은 이미 오래되었고, 관원을 도태시키는 것은 형세가 적당하지 못하며, 녹봉을 줄이는 것은 대체를 손상합니다. 또 팔도(八道)의 만호가 매우 많으므로 단서를 열 수 없으니, 예전대로 두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정창손 등의 의논을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27책 176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698면
  • 【분류】
    재정-국용(國用) / 재정-창고(倉庫)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농업-농작(農作) / 정론-정론(政論)

  • [註 385]
    양계(兩界) : 영안도와 평안도.
  • [註 386]
    체아(遞兒) : 현직을 떠난 문무관에게 특별한 경우에 계속 녹봉을 주기 위하여 만든 벼슬. 그 관사의 실무를 보지 않으면서 자리만을 채우고 녹봉을 받는 경우와, 다른 관청의 일이 바쁠 때 도와주고 녹봉을 받는 경우가 있었음.

○兵曹判書孫舜孝上書曰:

臣竊惟, 我國家, 四面受敵之地, 而內外輕重則有焉, 其中兩界沿邊, 與敵相望, 防戍最緊。 無祿萬戶, 十有九堡。 朝廷須擇武才卓異者, 差遣, 其任重矣。 然其妻子不得食祿, 濱於飢餓, 誠可哀也。 大扺爵祿, 人主之大柄, 爵以命德, 祿以報功。 彼戍禦之士, 忘其身, 忘其家, 與禽獸爲隣, 袵甲冑於長夜, 不得聞妻子之消息, 又何暇顧妻子之生養哉? 國家非不知其苦也, 而近因凶歉, 倉庫幾竭, 未能博施而濟衆。 臣竊思之, 安者思危者之患, 飽者思飢者之情, 此所謂忠恕之道。 祿科不可增也, 差減宰相之祿, 又汰不急之官, 如無妨於大體, 則有闕遞兒, 轉借添補, 使其妻子, 不至飢寒, 而邊將得以盡其心, 公道幸甚。

命議于宰相。 鄭昌孫沈澮洪應盧思愼尹壕議: "萬戶之設, 其來已久, 論其艱苦, 則南北無異焉。 其最緊處, 陞僉使, 帶京職, 已載《大典》, 不可以偏見, 輕易紛更。" 徐居正李鐵堅李克增鄭文炯李克均柳輊李克墩安寬厚議: "邊將艱苦, 果如舜孝所啓, 然萬戶無祿已久, 汰官則勢未便, 減祿則傷大體。 且八道萬戶甚多, 不可開端, 仍舊何如?" 從昌孫等議。


  • 【태백산사고본】 27책 176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698면
  • 【분류】
    재정-국용(國用) / 재정-창고(倉庫)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농업-농작(農作)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