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생원 이윤 등이 승도의 중학 난입에 대해 상소하자 어서를 내리다
성균관 생원(成均館生員) 이윤(李胤) 등이 상소(上疏)하기를,
"나라가 나라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인륜(人倫)이 있어서이며, 인륜(人倫)을 밝히는 소이(所以)는 학교(學校)가 있음으로써입니다. 그렇다면 학교(學校)는 나라에 물의 근원이 있는 것과 같으며, 나무의 뿌리가 있는 것과 같아서, 장차 그 흐름을 소통하려면 반드시 그 근원을 파서 깊게 하여야 하며, 장차 그 가지를 무성하게 하려면 반드시 그 뿌리를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이런 까닭으로 옛적의 제왕(帝王)은 이를 중하게 여기지 않는 이가 없었으니, 하(夏)나라는 교(校)를 두었고, 상(商)나라는 서(序)를 두었으며, 주(周)나라는 상(庠)을 두었으니, 그 치화(治化)의 성(盛)함은 외외(巍巍)하고 탁탁(卓卓)하여 함께 가지런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로부터 이후로 다시 천백 대(代)에 걸쳐 비록 도(道)의 성함과 쇠함이 있고 다스림의 쇠하고 성함이 있었더라도 인류(人類)가 망하고 황폐하여 형적이 아주 없어지는 데 이르지 않은 것은 모두 학교(學校)가 부지(扶持)한 힘입니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우리 태조 강헌 대왕(太祖康獻大王)께서 운수에 따라 개국(開國)하시고 가장 먼저 학교를 세우시어, 연어지화(鳶魚之化)190) 와 근조지영(芹藻之詠)191) 을 인륜과 풍악에 드리운지 이에 백년이 되었는데, 불행하게도 성명(聖明)한 조정에서 크게 유도(儒道)에 변(變)이 있었습니다. 이달 초 5일에 불자(佛者)의 무리가 떼 지어 중학(中學)에 들어와 유생(儒生)을 공략하고 겁탈하여 묶어서 큰 길 가운데로 몰았으므로, 신 등은 가슴을 치고 주먹을 불끈 쥐며 유도를 위하여 눈물을 흘리며 국가(國家)를 위하여 한심(寒心)하게 여기면서 하늘에 부르짖어 혈성(血誠)192) 으로 진달하니, 바라건대 학교(學校)의 부끄러움을 만분의 일이라도 씻게 하소서.
신 등은 그윽이 생각하건대, 호표(虎豹)193) 와 사훼(蛇虺)194) 는 사물 중에 사람을 해치는 것입니다. 대저 진실로 은연(狺然)195) 히 씹고 염연(呥然)196) 히 물면, 사람이 반드시 잡아 죽이고 쳐 죽인 뒤에야 마음이 쾌(快)합니다. 이제 아비도 없고 임금도 없는 금수(禽獸) 같은 무리가 공연(公然)히 사람을 수선지지(首善之地)197) 에서 핍박하여 우리 의관(衣冠)을 더럽혔으니, 호표(虎豹)의 포악함과 사훼(蛇虺)의 독(毒)이라도 아마 이보다 지나침이 없을 것이니, 도살(屠殺)하는 데 이르지 않으면 쾌(快)하지 않을 것입니다. 옛적에 위주(魏主)가 사문(沙門)을 다 주살(誅殺)하였으므로 그 형벌을 함부로 한 것을 의심하였으나, 군자(君子)로서 참여한 자는 그 죄가 진실로 마땅함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당시에 천하(天下)의 중이 반드시 이와 같이 패덕하지 않았을 것인데도 오히려 다 죽였는데, 더구나 이와 같은 자이겠습니까? 또 깊은 산림(山林)에 들어가 고행 수도(苦行修道)함이 본래 석씨(釋氏)의 도(道)입니다. 여리(閭里)198) 를 횡행(橫行)하는 것도 이미 옳지 않은데, 더구나 이제 학교(學校)를 침범(侵犯)하여 유관(儒冠)을 난폭하게 욕을 보인 것이겠습니까? 그렇다면 이들의 중은 오직 유도(儒道)의 죄인(罪人)일 뿐 아니라, 또한 석씨(釋氏)의 죄인이 되는 것입니다. 근자에 새로 입학한 소생(小生)도 예사로이 길을 다니다가 다행히 치류(緇流)를 만나면 갑자기 분연히 뛰어가서 공격하기를, ‘내가 능히 불도를 물리치겠다.’고 합니다. 그 어리석고 망령됨은 참으로 웃을 만하나, 또한 크게 꾸짖음은 옳지 못하다는 자도 있습니다. 저 중이 된 자는 인륜(人倫)을 멸절(滅絶)하고 인의(仁義)를 충색(充塞)199) 하였으므로, 대저 사람마다 잡아서 죽여야 하니, 비록 5척 동자(五尺童子)라도 어찌 배척(排斥)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사악함이 올바른 것을 이길 수 없음이 오래 되었는데, 어찌 스스로 그치지 않고 도리어 학교를 공격합니까? 《역(易)》에 이르기를,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200) 라고 하였습니다. 지난번에는 부처가 돌아앉았다는 것으로 세상을 속였으나 죽이지 않았고, 이제 또 부역(赴役)하게 하여 도첩을 몸에 지닌 자가 천백 명에 이를 정도로 많으며, 그 조짐이 자라난 것이 드디어 이에 이르렀으니, 이것을 죽이지 않으면 화변(禍變)이 오는 것을 어찌 말로 다할 수가 있겠습니까? 삼가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빨리 유사(攸司)에 명하여서 극형(極刑)으로 처치하여 도시(都市)에서 〈그 머리를〉 장대[竿]에 달면, 유도(儒道)에 매우 다행하고 국가(國家)에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하니, 상소문의 말미에 어서(御書)로 이르기를,
"처음에 승도(僧徒)가 유생(儒生)을 쳤다는 것을 듣고는 나도 놀라서 동요하였다. 대저 석씨(釋氏)는 어려서 부모(父母)를 버리고 장성하여서는 처자(妻子)와 인연을 끊으므로, 군신(君臣)의 도(道)가 없고 공적(空寂)한 생각만이 있으니, 마땅히 그 근원을 막아서 그 흐름을 맑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베어버리고 그 무리를 다 절멸(絶滅)할 수는 없다. 이제 그대들의 상소문을 보니, 말하기를, ‘극형(極刑)에 처하여 도시(都市)에서 장대에 달아매어야 한다.’고 하였으나, 이것은 형세가 행할 수 없는 것이다. 중부(中孚)201) 의 상(象)에 이르기를, ‘군자는 옥사(獄事)를 의논하여 죽일 죄수를 늦춘다.’고 하였으니, 이는 군자가 정성을 다하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그대들의 뜻을 보니, 깊이 생각하여 도(道)를 바르게 하고 임금의 직분을 널리 보좌하는 것이 아니다. 또 부역(赴役)하게 하여 도첩을 몸에 지니게 하는 등의 일은 그대들이 마땅히 알 바가 아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163권 7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566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재정-역(役) / 사상-불교(佛敎)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사법-재판(裁判) / 사법-치안(治安)
- [註 190]연어지화(鳶魚之化) : 연비어약지화(鳶飛魚躍之化)의 준말. 소리개는 날고 물고기는 뛴다는 것. 곧 천지조화의 묘용(妙用)을 말하기도 하고, 또 군자의 덕화가 널리 미친 상태를 말하기도 함.
- [註 191]
근조지영(芹藻之詠) : 노(魯)나라 희공(僖公)이 반궁(泮宮:주(周)나라 때 제후국의 도읍에 설립한 대학)을 수리한 것을 칭송한 《시경(詩經)》 노송(魯頌) 반수(泮水) 편의 "즐거운 반궁의 물에서 미나리를 캐네. 즐거운 반궁의 물에서 마름풀을 캐네.[思樂泮水 薄采其芹 思樂泮水 薄采其藻]"를 인용한 것인데, 즉 성균관을 설립 운영하게 한 임금을 칭송하는 것임.- [註 192]
혈성(血誠) : 진심에서 나오는 정성.- [註 193]
호표(虎豹) : 범과 표범.- [註 194]
사훼(蛇虺) : 뱀과 독사.- [註 195]
은연(狺然) : 개가 짖는 모양.- [註 196]
염연(呥然) : 개가 씹는 모양.- [註 197]
수선지지(首善之地) : 교화의 으뜸이 되는 땅. 곧 수도(首都).- [註 198]
여리(閭里) : 마을.- [註 199]
충색(充塞) : 꽉 채워서 막음.- [註 200]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 : 서리가 내리면 단단한 얼음이 어는 시기가 이른다는 뜻으로, 일의 조짐을 보고 미리 그 화(禍)를 경계하라는 말임. 《주역(周易)》의 곤괘(坤卦)에,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어는 때가 이를 것이다. [履霜堅氷至]"라는 말에서 나온 것임.- [註 201]
중부(中孚) : 《주역(周易)》의 괘명(卦名).○成均館生員李胤等上疏曰:
國之爲國者, 以有人倫也; 人倫之所以明者, 以有學校也。 然則學校之於國, 如水之有(原)〔源〕 , 如木之有根, 將疏其流, 必濬其源, 將茂其枝, 必培其根。 是故古之帝王, 莫不以是爲重, 夏而有校, 商而有序, 周而有庠。 其治化之盛, 巍巍卓卓, 莫與爲京。 自是以後, 更千百代, 雖道有升降, 治有汚隆, 人之類不至於糜爛泯滅者, 皆學校扶持之力也。 恭惟我太祖康獻大王, 應運開國, 首建學校, 鳶魚之化、芹藻之詠, 於倫於樂, 垂百年于玆矣。 不幸聖明之朝, 大有吾道之變。 今月初五日, 佛者之徒, 群入中學, 攻劫儒生, 縛而驅之大途之中。 臣等椎胸扼腕, 爲吾道流涕, 爲國家寒心, 叫天關, 陳血誠, 庶幾雪學校之恥於萬一。 臣等竊謂, 虎豹、蛇虺, 物之害人者也。 夫苟狺然而噬, 呥然而嚙, 則人必屠斬擊殺, 而後快於心。 今也無父無君禽獸之徒, 公然逼人于首善之地, 汚我衣冠, 虎豹之暴、蛇虺之毒, 殆無以過也。 不至屠殺, 不足爲快。 昔魏主盡誅沙門, 疑其刑之濫也, 而君子與之者, 以其罪誠有以當之也。 當時天下之僧, 未必如此其悖也, 而猶且盡誅, 況於如此者乎? 且深入山林, 苦行修道, 本釋氏之道也。 橫行閭里, 已爲不可, 矧今陵犯學校, 暴辱儒冠乎? 然則此等之僧, 非惟吾道之罪人, 亦爲釋氏之罪人也。 近者新學小生, 尋常行路, 幸遇緇流, 輒奮挺而擊之曰: "我能闢佛也。" 其狂愚謬妄, 眞可笑也, 而亦有不可多誚者存焉。 彼爲僧者, 滅絶人倫, 充塞仁義, 夫人得而誅之, 雖五尺童子, 豈無排斥之心乎? 邪之不可勝正, 久矣, 胡不自戢, 而反攻學校乎? 《易》曰: "履霜堅氷至。" 向者回佛, 惑世而不誅, 今又赴役度身者, 多至千百, 其漸之長, 遂至於斯, 此而不誅, 禍變之來, 曷可勝言? 伏願殿下亟命攸司, 置之極刑, 竿之都市, 則吾道幸甚, 國家幸甚。
御書疏尾曰:
初聞僧徒攻儒, 予亦驚動。 夫釋氏, 少去父母, 長絶妻子, 無君臣之道, 有空寂之想, 宜塞其源, 以淸其流。 然不可以誅剪, 而盡滅其徒。 今觀汝等之疏曰: "置之極刑, 竿之都市", 此則勢不可行也。 《中孚》之象曰: "君子以, 議獄緩死", 此君子無所不盡誠者也。 觀汝等之意, 非所以潛心正道, 匡輔袞職者也。 且赴役度身等事, 非汝等所當知也。
- 【태백산사고본】 25책 163권 7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566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재정-역(役) / 사상-불교(佛敎)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사법-재판(裁判) / 사법-치안(治安)
- [註 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