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승지 김여석이 세입 확대를 위한 조세 정책 등을 건의하다
임금이 선정전(宣政殿)에 나아갔다. 도승지(都承旨) 김여석(金礪石)이 임금에게 일을 아뢰고, 인하여 아뢰기를,
"무릇 승지(承旨)가 친히 일을 아뢸 때에는 계자(啓字)1409) 를 찍지 아니하고 단지 승지의 이름만 쓰고 판하(判下)1410) 하는데, 벼슬이 승지에 이르면 어찌 간사한 자가 있겠습니까마는,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신정(申瀞)은 대신(大臣)으로서 거짓 인장(印章)을 만들 것이라고 누가 생각하였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사람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어찌 그 간사함을 미리 헤아리고서 믿지 아니하겠는가?"
하였다. 김여석이 또 아뢰기를,
"요즈음 여러 곳의 경비(經費)를 본원(本院)으로 하여금 같이 의논하여 증감(增減)하게 하였습니다. 신 등은 생각하건대, 더하는 것은 많고 줄이는 것은 적은데, 근래에 흉년으로 인하여 비용이 많이 들어서 창고에 있는 것이 겨우 60여만 석뿐이니, 이제 비록 줄일지라도 어찌 갑자기 넉넉하게 될 수 있겠습니까? 조정의 관리는 녹(祿)이 봉양(奉養)하기에 족하니 직전(職田)1411) 을 줄일 만합니다. 선왕조(先王朝)에 친공신(親功臣)의 전토(田土)는 반을 나누어 세(稅)를 거두었는데, 세조(世祖)께서 전부 주기를 특별히 허락하였습니다. 선왕조의 예(例)에 의하여 반을 나누어서 세를 거두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또 종친(宗親)과 공신(功臣)의 반당(伴倘)1412) 은 공가(公家)의 일이 없는데도 녹(祿)을 받는 것은 옳지 못하니, 파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태종(太宗)께서 사사(寺社)의 노비(奴婢)를 없애고 공천(公賤)으로 만들었으나, 다만 여러 절의 땅은 아직도 혁파(革罷)하지 아니하였으니, 선왕(先王) 능침(陵寢)의 사사 외에 그 나머지는 모두 없애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승도(僧徒)는 아비도 없고 임금도 없으며 부역(賦役)을 도피하였는데, 백성의 식량을 먹게 하는 것은 진실로 옮지 못하다. 그러나 선왕(先王)이 정한 제도를 갑자기 없앨 수는 없다. 또 공신(功臣)과 종친(宗親)은 선왕조(先王朝)로부터 모두 중하게 하지 않음이 없었는데, 내가 갑자기 새로운 법을 세워서 사람들의 듣는 바를 놀라게 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을 가지고 재상에게 의논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4책 161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552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재정-전세(田稅) / 재정-국용(國用) / 농업-전제(田制) / 농업-농작(農作)
- [註 1409]계자(啓字) : ‘계(啓)’라는 글자를 새긴 나무 인(印). 임금의 재가(裁可)를 받은 문서에 찍음.
- [註 1410]
판하(判下) : 임금이 재가함.- [註 1411]
직전(職田) : 사전(私田)의 하나. 벼슬아치들에게 벼슬하는 동안 나누어 주던 전지. 원칙적으로 세습(世襲)하지 못하였음.- [註 1412]
반당(伴倘) : 조선조 때 왕자(王子)·공신(功臣)이나 당상관(堂上官)의 문무 신료(文武臣僚)들이 신변을 보호하기 위하여 데리고 다니던 수종인(隨從人). 그 녹(祿)을 나라에서 주었음.○上御宣政殿, 都承旨金礪石啓事, 仍啓曰: "凡承旨親啓事, 則不印啓字, 只署承旨之名, 而判下。 位至承旨, 安有奸詐者? 然人心難測, 誰謂: ‘申瀞以大臣, 而造僞印乎?’" 上曰: "在人而已。 豈可逆料其詐, 而不信之哉? 礪石又啓曰: "近日諸處經費, 令本院, 同議增減。 臣等以爲: ‘所增者多, 所減者少, 近因凶歉, 費用浩繁, 倉廩所儲, 纔六十萬餘石而已,’ 今雖減省, 豈能遽致優足乎? 朝士祿足以奉養, 則職田可減也。 先王朝, 親功臣之田, 分半收稅, 而世祖特許全給。 依先朝例, 分半收稅, 何如? 且宗親及功臣伴倘, 非有公家之事, 而亦受祿不可, 罷之便。 太宗革寺社奴婢, 爲公賤, 但諸寺之田, 尙未革罷, 先王陵寢寺社外, 其餘盡革何如?" 上曰: "僧徒無父無君, 逃避賦役, 而使之食民之食, 固不可也。 然先王定制, 不可遽革。 且功臣及宗親, 自先朝莫不重之, 予不可遽立新法, 以駭人聽也。 然以此議于宰相, 可也。"
- 【태백산사고본】 24책 161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552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재정-전세(田稅) / 재정-국용(國用) / 농업-전제(田制) / 농업-농작(農作)
- [註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