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 서거정이 전교를 받아 지어 올린 비궁당기
달성군(達城君) 서거정(徐居正)이 전교를 받아 비궁당기(匪躬堂記)를 지어서 올렸는데, 그 글에 이르기를,
"《주역(周易)》 건괘(蹇卦)의 육이(六二)에 이르기를, ‘왕신(王臣)이 고생하며 애씀은 비궁지고(匪躬之故).’라고 한 귀절이 있는데, 여기에서 말한 비궁(匪躬)이란 임금만 알고 자기 자신을 위할 줄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무릇 우리 조정에 있는 신하들이 비궁의 뜻을 아는 자인가? 시험삼아 논해 보겠다. 삼공(三公)1339) 은 위로는 태계(台階)1340) 를 본받고 아래로는 정상(鼎象)1341) 을 취(取)하여 백관(百官)의 위에 자리하고 모두 바라보는 지위에 있으면서, 높은 관면(冠冕)을 쓰고 맑은 낭묘(廊廟)1342) 에 앉아 우뚝하게 나라의 주춧돌이 되었으니, 밝음이 인물(人物)의 시귀(蓍龜)1343) 와 같아야 하는데, 임금을 돕는 직책과 천지(天地)의 섭리(燮理)를 논하는 도(道)를 알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임금의 직책에 잘못이 있으면 어떻게 도우며, 임금의 계책이 밝지 못하면 어떻게 밝힐 것인가? 그리고 도유(都兪)1344) 하면서 어떻게 임금의 정치를 드날릴 것이며, 훌륭한 술책과 계획을 어떻게 고할 것인가를 생각하여, 화육(化育)1345) 을 도와서 만물을 양육하고 천견(天譴)을 두려워하여 경계하고 삼가야 한다. 한 마디 말로써 임금을 깨우치기를 생각하고 백 가지 꾀로써 임금에게 요구하지 말며, 약석(藥石)1346) 의 말로 진술하기를 생각하고 짐독(鴆毒)1347) 으로써 미혹하지 말며, 일을 도모하고 계책을 세우되 성심(誠心)으로 공도(公道)를 펴고, 얼굴빛을 바르게 하여 밑의 사람을 거느리되 대체에 근본을 두고 세무(細務)를 간략하게 하면, 비궁(匪躬)의 뜻에 거의 가까울 것이다.
만약 혹시 지위가 극진하면 공명(功名)이 족히 그 마음을 더럽히고 녹(祿)이 후하면 부귀(富貴)가 족히 그 뜻을 방탕하게 하여, 권세를 오로지하고자 하고 재물을 탐하고자 하니, 위태로와도 부축하지 아니하고 넘어져도 붙잡지 아니한다. 또한 일에 임하여 과단성이 없고 세상과 더불어 부침(浮沈)하면서도 베옷[布衣]를 입고서 검소하다는 이름을 낚으며 아주(牙籌)1348) 로 재리(財利)를 꾀한다. 그리하여 앉아서 녹(祿)이나 먹는다는 비평을 받거나 복속(覆餗)1349) 하였다는 비난을 초래하게 되면, 비궁(匪躬)이라고 이르는 것이 가하겠는가?
이공(貳公)1350) 은 교화(敎化)를 넓히고, 육경(六卿)1351) 은 직무를 나누었다. 그리고 여러 대부(大夫)와 모든 신하는 지위가 높고 녹(祿)이 중하니 임무를 오로지 해야 하고 따라서 책임도 크다. 만나기 어려운 때를 만나고 행할 만한 시기를 만났으니, 마땅히 공경되고 정성스럽게 받들어 도울 것은 어떤 도(道)이며, 성의껏 인도(引導)하여 도울 것은 무슨 계책인가를 생각할 것이다. 제작(制作)에는 윤색(潤色)하기를 생각하고, 어질고 준수한 재주는 추천해 뽑아 쓰기를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형벌을 그만둘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백성의 재물을 풍족하게 하며, 전쟁을 어떻게 막고 토지를 어떻게 넓힐까를 생각해야 한다. 큰 계책을 의논하고 큰 의심을 결단하는 데에는 말에 경중(輕重)이 있어야 하며, 나라를 위하고 집을 잊으며, 공(公)을 위하고 사(私)를 잊어야 한다. 몸소 나라의 편안함과 위태로움을 맡아 충신(忠信) 절의(節義)로써 스스로 힘쓰기를 생각하고, 성패(成敗) 이둔(利鈍)으로써 스스로 작게 여기지 아니하며,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자면서 몸을 바쳐 수고로움을 다하면, 비궁(匪躬)의 뜻에 거의 가까울 것이다.
혹시 여러 사람과 함께 나아가고 물러가면서 벼슬 얻기를 근심하고 벼슬 잃을 것을 걱정하며, 임금의 은총에 의뢰하여 권세를 튼튼하게 하며, 벼슬을 도둑질하고 어진이를 방해하며, 조정에 있어서는 큰 절의(節義)가 없고 세상에서는 거짓 이름을 도둑질하거나, 또는 오활(迂闊)하고 무능(無能)하면서 자기를 옳다고 고집하거나 정치를 방해하고 관직(官職)을 완수하지 못하면, 몽매하여 족함을 알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게 되고, 앉아서 녹(祿)만 먹는다는 풍자(諷刺)가 일어날 것이니, 비궁(匪躬)이라고 이르는 것이 가하겠는가?
임금이 신하를 총애하고 믿기로는 근시(近侍)만한 자가 없고, 신하가 임금에게 친근하기로는 근시만한 자가 없다. 대저 근시는 항상 좌우(左右)에 있으면서 형요(衡要)1352) 를 홀로 맡으므로, 천안(天顔)을 지척(咫尺)에서 뵙고 구중(九重)1353) 이 매우 가까우니, 법어(法語)1354) 가 정녕(丁寧)하심을 듣고 중동(重瞳)1355) 을 자주 굴리심을 보면서 귀와 눈처럼 임금의 총명(聰明)을 통달하고 목구멍과 혀처럼 임금의 명령을 대신한다. 추기(樞機)1356) 는 비밀히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출납(出納)1357) 은 진실하게 하지 아니할 수 없으니, 짐작(酙酌)하여 아뢰고 조용하게 헌체(獻替)1358) 하여야 한다. 위의 은혜가 혹시 막힘이 있으면 인도해 펴서 은혜에 젖게 하기를 생각하고, 아래의 사정이 막힘이 있으면 진술하여 통달하게 해야 한다. 하전(廈氈)1359) 위에서 의견을 토론하며, 유악(帷幄)1360) 가운데에서 계책을 세워, 위에서는 지나친 일이 없고 아래에서는 숨기려는 마음이 없어서 정성스럽고 결백한 마음으로 명을 받들어 드날리기를 오직 삼가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면 비궁(匪躬)이라고 하더라도 가하다.
만약 혹시 임금의 기뻐하고 노여워함을 엿보고 임금의 얼굴빛에 맞추어, 교묘한 생각을 꾸며서 기쁘게 하거나 기이한 꾀를 써서 비위를 맞추며, 약이 되는 충성된 말은 임금의 귀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간사하게 꾸미는 말은 비단처럼 매끄러우며, 곧은 말을 아뢰다가는 면직(免職)을 당하고 아첨을 바치는 것이 풍속을 이루면, 비궁(匪躬)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하겠는가?
대간(臺諫)이라는 것은 조정의 공론(公論)을 맡고 있는 곳이다. 임금은 구중(九重)의 높은 곳에 있고 억만 사람의 위에 있으므로, 그 높음을 해와 달에 비할 것이 아니며, 그 위엄은 천둥과 벼락에 비할 뿐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천안(天顔)에 항거하고 용린(龍鱗)1361) 을 거스르는 일은 오직 대간만이 그것을 할 수 있으며, 금문(金門)1362) 을 밀어 열고 옥지(玉墀)1363) 에서 부르짖으며 호소하는 일도 오직 대간만이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임금의 좌우에 서서 임금과 더불어 옳고 그름을 다투어 임금이 옳다고 하면 대간은 옳지 않다고 하며, 임금이 옳지 않다고 하면 대간은 옳다고 하여 위엄을 무릅쓰고 범하면서 피하지 아니하며, 강경하여 굽히지 아니하며, 비록 머리가 부서질지라도 사양하지 아니하는데, 어찌 형벌을 피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옷자락을 잡고 간(諫)한 일1364) 을 되풀이할 수 있으니, 난함(欄檻)이 부러지는 일1365) 만 어찌 홀로 아름답겠는가? 이런 경우는 비록 비궁(匪躬)이라고 하더라도 가하다.
대간다운 면모를 가졌더라도 마음이 대간답지 못하거나 대간다운 말을 하면서 행동은 대간답지 못하여, 임금 앞에서는 밝게 다투고 드러내어 간(諫)하여서 그 책임을 메꾸고는 남몰래 이세(利勢) 가운데에 뜻을 옮겨 그 욕심을 이룬다. 의논은 음흉한 사정(私情)에서 나오고, 봉박(封駁)1366) 은 좋아하고 미워함에 따라 나오며, 일을 만나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입을 봉한 금인(金人)1367) 과 같고, 일을 의논하다 부족하면 입을 닫기를 촉초(蜀椒)1368) 와 같이 한다. 또 일은 논할 줄 알면서 대체(大體)를 알지 못하고 사람은 논할 줄 알면서 장단(長短)을 알지 못하며, 어지럽고 시끄럽게 하며 주제넘고 자질구레하다. 그리하여 위로는 임금의 듣고 보는 것을 번거롭게 하고 아래로는 조정에서 보고 듣는 것을 놀라게 한다. 그래서 누가 충성스럽고 누가 간사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데, 또다시 누구를 헐뜯고 누구를 칭찬하겠는가? 그렇다면 비궁(匪躬)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하겠는가?
대소(大小) 동관(同官)이 밝게 벼슬자리에 있고 화목하게 반열(班列)에 늘어서 있어, 문(文)과 무(武)를 아울러 써서 각각 소장(所長)1369) 을 다하며, 크고 작음을 버리지 아니하고 오직 기량(器量)에 맞추어 써야 한다. 이렇게 하면 마땅히 재주를 지니고 기예(技藝)를 가진 탁월하고 걸출한 선비가 많이 나오고 성(盛)하게 일어나서 좋은 계책을 펼치고 능한 재주를 발전시켜 평소의 뜻을 행하고, 마음에 품은 포부를 펴서 힘을 다하고 반열(班列)에 나아가서 다스림을 돕고 교화(敎化)를 받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궁(匪躬)의 뜻에 거의 가까울 것이다.
만약 혹시 요행으로 벼슬에 나아가서 세태(世態)를 엿보고 권문 세가(權門勢家)에게 권세가 대단할 때는 아부하고 권세가 식으면 배반하며, 비록 관문(關門)을 돌며 딱다기를 치는 작은 벼슬이라도 얻으면 기뻐하고 잃으면 노여워하며, 분경(奔競)1370) 을 출신(出身)하는 지름길로 삼고 뇌물을 승진하는 계단으로 삼으면서, 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이 없고 어두워서 아는 바가 없으면, 비궁(匪躬)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하겠는가?
아아! 우서(虞書)1371) 에서 구관(九官)1372) 을 임명한 것과 상서(商書) 이훈(伊訓)에서 벼슬에 있는 이에게 경계한 것과 주관(周官)에서 벼슬을 나눈 것은 모두 안팎의 여러 벼슬을 총합하여 말한 것이다. 위에서는 이로써 가르쳐 지도하고자 하고 아래에서는 이로써 서로 경계하고 깨우치면, 위와 아래의 사이에 권하고 경계함이 깊고 간절하여 후세에는 능히 따를 바가 못될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왕우칭(王禹偁)1373) 은 대루원기(待漏院記)를 지으면서 재상(宰相)만 경계하고 여러 관료(官僚)에게는 미치지 아니하였는가? 선정(先正)1374) 의 말에, ‘임금 노릇 하기가 어렵고 신하 노릇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였다. 임금 노릇 하기가 어려운 것은 성상께서 밤낮으로 근심하고 부지런하여 이미 체득해 행하시지만, 신하 노릇 하기가 쉽지 아니함은 여러 신하 가운데 아는 자가 드물다. 진실로 능히 신하 노릇 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면 비궁(匪躬)의 뜻을 알 것이며, 비궁의 뜻을 알면 신하의 직분을 저버리지 아니할 것이다. 이를 써서 벼슬에 있는 자를 경계하고 인하여 스스로 경계하기를 바란다."
하였는데, 명하여 판(板)에 새겨서 벽에 걸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4책 161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54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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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註 1339]삼공(三公) : 삼정승.
- [註 1340]
태계(台階) : 삼태성(三台星).- [註 1341]
정상(鼎象) : 솥의 발모양.- [註 1342]
낭묘(廊廟) : 의정부.- [註 1343]
시귀(蓍龜) : 점칠때 쓰는 톱풀과 거북.- [註 1344]
도유(都兪) : 임금과 신하가 한 자리에 모여 나라 일을 토론하고 심의함. 도유 우불(都兪吁咈)의 옛말에서 유래된 것임.- [註 1345]
화육(化育) : 하늘이 만물을 내고 기르는 일. 나라의 정치.- [註 1346]
약석(藥石) : 경계가 되는 유익한 말.- [註 1347]
짐독(鴆毒) : 해독이 심한 것을 말함.- [註 1348]
아주(牙籌) : 상아로 만든 주판.- [註 1349]
복속(覆餗) : 물건을 담은 솥이 넘어지듯이 신하가 그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 [註 1350]
이공(貳公) : 좌우 찬성(左右贊成).- [註 1351]
육경(六卿) : 육조 판서.- [註 1352]
형요(衡要) : 중요한 일.- [註 1353]
구중(九重) : 임금이 있는 궁궐.- [註 1354]
법어(法語) : 임금의 말.- [註 1355]
중동(重瞳) : 임금의 눈.- [註 1356]
추기(樞機) : 중요한 정무.- [註 1357]
출납(出納) : 명령의 전달.- [註 1358]
헌체(獻替) : 임금을 보좌하여 선(善)을 권하고 악(惡)을 못하게 함.- [註 1359]
하전(廈氈) : 임금이 기거하는 곳.- [註 1360]
유악(帷幄) : 군막(軍幕).- [註 1361]
용린(龍鱗) : 임금의 분노를 말함.- [註 1362]
금문(金門) : 궁궐의 문.- [註 1363]
옥지(玉墀) : 궁궐의 뜰.- [註 1364]
옷자락을 잡고 간(諫)한 일 : 삼국 시대 위(魏)나라 사람 신비(辛毗)가 시중(侍中)이 되어 문제(文帝)에게 간(諫)하였는데, 문제가 답하지 않고 내전(內殿)으로 들어가려 하자 신비가 그 옷자락을 잡아당기면서 굳이 간하였다는 고사(故事)를 말함.- [註 1365]
난함(欄檻)이 부러지는 일 : 한(漢)나라 성제(成帝) 때 사람인 주운(朱雲)은 안창후(安昌侯) 장우(張寓)를 참(斬)하도록 주장하다가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어리(御吏)에게 끌려가게 되었을 때 난간을 붙잡고 버티면서 극언(極言)하다가 난간이 부러졌다고 하는 고사를 말함.- [註 1366]
봉박(封駁) : 상소하여 논박함.- [註 1367]
금인(金人) : 금속으로 만든 사람.- [註 1368]
촉초(蜀椒) : 독성(毒性)이 있는 약초의 이름인데, 열매는 쓰며, 그 입이 벌어지지 않은 것이 있어 이는 사람을 죽게 한다고 함.- [註 1369]
소장(所長) : 장점.- [註 1370]
분경(奔競) : 대관(大官)이나 세도가(勢道家)에 출입하면서 엽관(獵官)이나 이권(利權) 운동을 하는 것.- [註 1371]
우서(虞書) : 《서경(書經)》의 편명(篇名).- [註 1372]
구관(九官) : 순(舜)임금 때의 아홉 대관(大官). 곧 사공(司空)·후직(后稷)·사도(司徒)·사(士)·공공(共工)·우(虞)·질종(秩宗)·전악(典樂)·납언(納言)으로, 주(周)나라 이후의 구경(九卿)에 해당함.- [註 1373]
왕우칭(王禹偁) : 송(宋)나라의 명신.- [註 1374]
선정(先正) : 선현(先賢).《易》 《蹇》之六二曰: "王臣蹇蹇, 匪躬之故。" 蓋匪躬者, 知有君, 而不知有躬也。 凡我在廷之臣, 其知所以匪躬者乎? 請試論之。 三公上法台階, 下取鼎象, 位百寮之上, 居具瞻之地, 峩峩冠冕, 潭潭廊廟, 屹然國家之柱石, 炳若人物之蓍龜, 可不知輔相之職、論爕之道乎? 當思夫袞職有闕, 何以補之? 王猷未熙, 何以闡之? 曰: "都"、曰: "兪", 何以颺之? 嘉謀嘉猷, 何以告之? 贊化育而亭毒之, 畏天譴而戒懼之, 思以一言而悟主, 不以百計而要君, 思以藥石以陳之, 不以鴆毒而迷之。 圖事揆策, 開誠心, 而布公道, 正色率下, 存大體, 而略細務, 於匪躬之義, 庶近之矣。 若或位極, 而功名足以累其心, 祿厚而富貴足以蕩其志, 權欲專而貨欲黷, 危不扶而顚不持。 復有臨事模稜, 與世浮沈, 布被以釣名, 牙籌而畫利來。 伴食之誚, 招覆餗之謗, 謂之匪躬, 可乎? 至如貳公弘化, 六卿分職。 曁諸大夫、凡百藎臣, 尊位重祿, 任專責大。 遭難遇之時, 値可爲之秋, 當思夫寅亮承弼之何道也, 啓沃贊襄之何策也。 於制作, 則思潤色之, 於賢俊, 則思薦拔之, 若何以措官刑, 若何以阜民財, 干戈何以弭之, 土地何以闢之。 論大策, 決大疑, 言爲輕重, 國忘家, 公忘私。 身任安危, 思以忠信, 節義自礪, 不以成敗、利鈍自小, 夙興夜寐, 鞠躬盡瘁, 於匪躬之義, 庶近之矣。 若或旅進旅退, 患得患失, 席寵而固權, 竊位而妨賢, 立朝無大節, 盜世皆虛名, 復有迂闊無能, 執拗自是, 妨政而害治, 曠官而失職, 昧知足之譏, 興尸素之剌, 謂之匪躬, 可乎? 至如人主之寵任臣下者, 莫如近侍, 人臣之昵比君上者, 莫如近侍。 蓋近侍者, 常居左右, 獨典衡要, 天顔咫尺, 九重甚邇, 法語丁寧, 重瞳屢回, 如耳目焉, 達人主之聰明, 如喉舌焉, 代人主之綸命。 樞機不可不密, 出納不可不允, 斟酌而敷奏之, 從容而獻替之。 思上澤之或壅, 則道宣而霈之, 恐下情之有阻, 則開陳而達之。 論思於廈氈之上, 運籌於帷幄之中, 上無過擧, 下無隱情, 精白一心, 奉揚惟謹。 若然, 則謂之匪躬, 可也。 若或窺伺人主之喜怒, 逢迎人主之顔色, 構巧思而悅之, 設奇計而中之, 瞑眩之言, 不達黈纊, 萋斐之辭, 或成(具)〔貝〕 錦, 納言廢職, 獻諛成風, 謂之匪躬, 可乎? 至如臺諫者, 朝廷公論之所在。 人主居九重之尊, 處億兆之上, 其高也非特日月, 其威也不啻雷霆。 然而抗天顔、批龍鱗, 惟臺諫能之, 排金門、叫王墀, 惟臺諫能之。 立人主左右, 與人主爭是非。 人主曰: "可", 臺諫曰: "不可", 人主曰: "不可", 臺諫曰: "可", 冒犯不諱, 骨鯁不搖, 雖碎首而不辭, 奚鼎鑊之可避? 若然, 則牽裾猶可復, 折檻何獨美? 雖謂之匪躬, 可也。 若或貌臺諫, 而心不臺諫, 言臺諫, 而行不臺諫, 明爭顯諫於冕旒之前, 以塞其責, 潛移默奪於利勢之中, 以濟其欲。 議論發於陰私, 封駁出於好惡, 遇事不言, 則緘口如金人, 論事不足, 則合口如蜀椒。 復有知論事, 而不知大體, 知論人, 而不知長短, 紛紜擾攘, 猥瑣細屑。 上煩人主之聽覽, 下駭朝廷之見聞。 不知某忠而某侫, 亦復誰毁而誰譽哉? 然則謂之匪躬, 可乎? 至如若大若小, 曰寮曰宷, 明明在位, 穆穆布列, 文武竝用, 各盡所長, 細大不捐, 惟器是適。 是宜懷材抱藝、卓犖魁傑之士, 裒然而起, 勃然而興, 振長策而騁長技, 行素志而展所蘊, 陳力就列, 輔理承化, 於匪躬之義, 庶近之矣。 若或僥倖進取, 睥睨時態, 於權門、勢宅, 熱則附冷則背, 雖抱關擊柝, 得則喜, 失則怒, 以奔競爲出身之逕(廷)〔庭〕 , 以賄賂爲媒進之階除, 赧然無恥, 盲然無識, 謂之匪躬, 可乎? 嗚呼! 《虞書》之命九官, 《商》 《訓》之儆有位, 《周官》之分職, 皆總內外庶官而言。 上以是欲訓迪之, 下以是相箴警之, 上下之間, 勸戒深切, 非後世之所能及也。 奈何王禹偁作《待漏院記》, 只規宰相, 而不及庶僚乎? 先正有言: "爲君難, 爲臣不易。" 爲君之難, 聖上宵旰, 憂勤旣體而行之。 爲臣不易, 則(君)〔群〕 臣知者鮮少。 苟能知爲臣之不易, 則可以知匪躬之義矣。 知匪躬之義, 則可不負爲臣之職矣。 請書此, 用規在位者, 因以自警云。
命鏤板揭于壁。
- 【태백산사고본】 24책 161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54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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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註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