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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160권, 성종 14년 11월 19일 무신 2번째기사 1483년 명 성화(成化) 19년

상중의 글짓기와 그림 그리기에 대해 승정원과 논의하고 정성근의 발언을 추궁하다

승정원(承政院)에 전교하기를,

"정성근(鄭誠謹)이 경연(經筵)에서 동짓날 시(詩)를 지은 것을 가지고 상중에 희롱하는 일이라고 말하니, 이 말이 진실로 마땅하다. 그러나 나는 희롱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정성근의 말과 같다면, 지금의 월과 제술(月課製述)1307)세화 축역(歲畫逐疫)1308) 등의 일은 또한 모두 희롱하는 일이라고 하여 폐할 것인가?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그대들은 면전(面前)에서만 따르고 물러가서는 뒷말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정성근이 만약 시를 짓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하면 즉시 논하여 고집해야 할 것인데, 예(例)에 따라서 시를 짓고는 오늘날에 이르러서 말하니, 이 말과 더불어 상반(相反)되지 아니하는가?"

하니, 승지들이 아뢰기를,

"정성근이 즉시 논계(論啓)하지 아니하고 오늘에 와서 말이 있는 것은 옳지 못한 듯합니다. 월과(月課) 등의 일은 어찌 폐할 수 있겠습니까? 선왕조(先王朝)에서는 기년(期年) 안에 관사(觀射)1309) 등의 일이 또한 있었습니다. 만약 시를 짓는 것을 가지고 희롱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신 등도 시종(侍從)에 참여하였는데 어찌 말하지 아니하였겠습니까?"

하였다. 전교하기를,

"이제 승지의 말을 들으니, 바로 내 마음과 합한다. 다만 일을 행하는 즈음에 혹시 한 사람이라도 비난함이 있으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 세화 축역(歲畫逐疫)은 비록 음사(陰邪)를 물리치기 위한 일이나, 역시 희롱에 가까운 것인가?"

하니, 승지들이 아뢰기를,

"세화 축역(歲畫逐疫)은 폐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명하여 정성근을 불러서 묻게 하니, 정성근이 아뢰기를,

"속마음으로는 비록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였으나 계달(啓達)할 편(便)이 없었고 성지(聖旨)를 받음에 미쳐서 감히 마음대로 폐할 수 없기 때문에 예(例)에 따라 시를 지어 올린 것입니다. 세화 축역(歲畫逐疫) 등의 일은 본래 맡은 곳[有司]1310) 이 있으니, 제목을 정하여 시를 짓기를 명하는 것과는 같지 아니합니다. 그 때에 곧 계달하지 아니한 것은 신이 진실로 죄가 있습니다."

하였다. 전교하기를,

"그대는 시종(侍從)하는 신하로서 임금이 지나친 일이 있으면 진실로 마땅히 간할 것이며 지나친 일이 아니면 들추어 내어서 말할 필요가 없다. 또 면전에서만 따르고 뒷말하는 것으로써 그대를 허물하면 어찌 죄줄 말이 없음을 근심하겠는가? 그러나 내가 허물하지 않겠으니, 그대는 알고 있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4책 160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545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풍속-풍속(風俗) / 어문학-문학(文學)

  • [註 1307]
    월과 제술(月課製述) : 달마다 문신들이 글을 짓는 것.
  • [註 1308]
    세화 축역(歲畫逐疫) : 설날에 그림을 그려서 역귀(疫鬼)를 쫓던 행사.
  • [註 1309]
    관사(觀射) : 임금이, 신하들이 활을 쏘는 것을 구경하고 상(賞)을 주던 일. 무예(武藝)를 권장하는 데 목적이 있었음.
  • [註 1310]
    본래 맡은 곳[有司] : 여기에서는 도화서(圖畫署)를 이름.

○傳于承政院曰: "鄭誠謹, 於經筵, 以冬至日製詩, 爲喪中戲事, 此言固當矣。 然予則以爲非戲事也。 若如誠謹之言, 則今之月課製述及歲畫逐疫等事, 亦皆以爲戲事, 而可廢乎? 《書》曰: ‘爾無面從, 退有後言。’ 誠謹若以作詩爲不可, 則宜卽論執, 而隨例作詩, 至今日, 乃言之, 無乃與此言相反乎?" 承旨等啓曰: "誠謹不卽論啓, 而今日有言, 似乎不可。 如月課等事, 何可廢也? 在先朝, 則期年之內, 亦有觀射等事, 若以製詩爲戲事, 則臣等亦參侍從, 安敢不言?" 傳曰: "今聞承旨之言, 正合予心。 但行事之際, 或有一人非之, 則未安於心矣。 歲畫逐疫, 雖爲辟除陰邪之事, 亦近於戲乎?" 承旨等啓曰: "歲畫逐疫, 不可廢也。" 命召誠謹問之, 誠謹啓曰: "中心雖以爲不可, 然無便得達, 及承聖旨, 未敢擅廢, 故隨例製進矣。 若歲畫逐疫等事, 自有有司, 與命題製詩, 不同。 其時不卽啓達, 臣實有罪。" 傳曰: "爾以侍從之臣, 君有過擧, 則固當糾諫, 非過擧, 則不必訐以爲言也。 且以面從後言, 罪爾, 則何患無辭? 然予不罪之。 爾其知之。"


  • 【태백산사고본】 24책 160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545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풍속-풍속(風俗) / 어문학-문학(文學)